LG화학-SK이노 배터리 소송전 장기화

국내 1심서 LG화학 승 배상금 협상 교착

2020-08-27     이수환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EV) 배터리 소송전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27일 서울중앙지법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관련 소 취하 및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LG화학의 손을 들었다. SK이노베이션이 청구한 소송취하절차 이행 및 간접강제 청구를 모두 각하했다. 손해배상 청구도 기각했다. SK이노베이션은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가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판결을 내린 가운데 양측은 배상금을 둘러싸고 협상을 벌였다. LG화학은 국내 소송 결과를 바탕으로 배상금 액수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SK이노베이션은 10월 5일 ITC 최종판결 이후에 진행될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 민사소송을 염두에 두는 등 배터리 소송전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쟁점은 배상금 액수다. LG화학은 '객관적인 근거를 토대로 주주와 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액수를 언급한 바 없으나, 업계 전문가들은 2조원 안팎을 예상한다. 일각에선 LG화학 내부적으로 1조원 초반대를 현실적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1조원 이하, 내심 3000억원에서 5000억원 사이를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이 생각하는 금액과 차이가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페루 광구를 매각하는 등 재원을 마련하는 등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며 "배상금 액수로 현금을 지출하면 배터리 사업 실탄이 떨어져 속도감 있는 투자가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 1공장, 2공장을 각각 건설 중이다. 1공장에서 본격적으로 배터리가 나오려면 아직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델라웨어 법원에서 진행될 소송을 기대하면서 배상금 액수를 낮추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은 먼저 배상금 액수를 거론하지 않고 천천히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상금 입장 차이가 커서 극적으로 합의할 가능성은 낮다"며 "이미 양사가 ITC 최종판결 이후를 대비하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