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디스플레이 점접착제 사업 철수 수순 가나
점접착제 R&D 인력, 전지사업부로 전환배치
2020-08-31 이기종 기자
LG화학이 점접착제 사업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LG하우시스에서 해당 사업을 인수한지 4년 만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최근 필름 사업 협력사 등에 점접착제 사업 철수 방침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 점접착제 연구개발(R&D) 인력도 전지사업본부 등 다른 곳으로 전환 배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점접착제는 회사 첨단소재사업본부 소관이다.
점접착제는 점착제와 접착제를 가리킨다. 점착제는 응집력·탄성력이 있어 접착력이 강하지만 쉽게 탈부착되는 접착제 일종이다. 점착제는 감압성 접착제(PSA:Pressure Sensitive Adhesive)라고도 부른다. 점접착제는 디스플레이 공정에서 각종 필름을 기판 등에 부착하거나 밀봉(실링·Sealing)할 때 사용한다. 점접착체는 사용량이 많지는 않지만 필름을 고정하고 빛 손실을 막아 패널 선명도와 신뢰성에 영향을 미친다.
지난 2016년 LG화학이 LG하우시스에서 805억원에 점접착 필름 사업을 인수한 것도 사업성을 긍정 평가했기 때문이다. 당시 LG화학은 "성장이 예상되는 산업용 점접착 필름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정보전자소재 부문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LG화학은 점접착제 사업에서 한때 연간 2000억원 수준 매출을 올릴 적도 있었으나, 최근 월 매출이 5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든것으로 전해졌다. 액정표시장치(LCD) 및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점접착제 매출이 크게 줄어들면서 생긴 현상이다. 중국 패널 업체의 LCD 저가 공세로 LG는 그룹 차원에서 LCD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LG화학도 LCD 유리 기판 및 편광판 사업에서 철수했다. LCD에서 편광판 등을 유리 기판에 붙일 때 사용하는 점접착제 수요도 줄었다.
OLED의 경우 최근 터치스크린패널(TSP)을 사용하지 않고 터치 전극을 봉지(Encapsulation) 공정에 포함한 온셀(On Cell) 방식 OLED가 늘었다. 기존 TSP를 적용한 OLED에서 필요했던 터치 필름용 광학용 점착 필름(OCA:Optically Clear Adhesive) 매출도 감소했다.
온셀 방식 OLED에서도 발광층을 수분·산소에서 보호하는 봉지(Encap) 공정에서 유기물과 무기물을 차례로 쌓을 때와, 플렉시블 OLED 공정에서 유리 기판에 나중에 벗겨낼 박막을 증착할 때 점접착제가 필요하다. LG화학은 이 부문만으로는 사업 수익성이 맞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화학 등 국내 대기업은 소수 고객사를 상대로 수백억원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품목을 선호한다"며 "여러 고객사를 상대로 100억원 내외 매출을 올리는 사업은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LG화학은 LG하우시스에서 점접착제 사업을 인수한 2016년 사업보고서부터 지난 1분기 보고서까지 '디스플레이용 점접착제'를 중앙연구소 또는 최고기술책임자(CTO) 부문 R&D 연구과제로 표기해왔다. 하지만 이번 반기보고서부터 CTO 부문 R&D 연구과제에서 '디스플레이용 점접착제'는 사라졌다. 점접착제는 첨단소재사업본부 유기소재개발센터 과제로 여전히 표기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