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대리전'서 LG이노텍 웃었다...코어포토닉스 특허 무효화 성공
LG이노텍, 스마트폰 망원 렌즈 특허 분쟁서 1차 판정승
코어포토닉스 "무효취소소송 제기 예정"...침해소송 중단
2020-09-09 이기종 기자
LG이노텍이 '삼성전자-애플 대리전'에서 먼저 웃었다. 분쟁 상대인 이스라엘 코어포토닉스 특허 무효화에 성공했다.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코어포토닉스가 LG이노텍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소송을 중단했다. LG이노텍이 코어포토닉스의 '소형 망원 렌즈 조립체' 특허 무효화에 성공하면서 쟁점 특허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날 재판부는 코어포토닉스 측의 "특허 무효 결정(심결)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현재 진행 중인 특허침해소송은 중단해달라"는 요청을 수용했다. LG이노텍 측은 "(코어포토닉스) 특허가 무효가 됐기 때문에 침해소송 기각을 바랐지만 소송 중단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심결취소소송이 시작되면 양측은 특허법원에서 특허 유효성을 놓고 다시 다투게 된다.
특허 분쟁은 일반적으로 침해소송과 무효분쟁(심판 또는 소송)이 동시 진행된다. 특허권자가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사건과, 해당 특허는 무효라며 반격하는 사건이 각각 열린다. 이때 쟁점 특허가 무효가 되면 침해소송은 중단되거나 기각된다. 특허권자가 다시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하면 기존 침해소송은 심결취소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앞서 특허심판원은 지난 7월 말 코어포토닉스 특허가 무효라고 결정했다. 지난 2018년 코어포토닉스가 LG이노텍에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자 LG이노텍은 해당 특허에 대해 2019년 무효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코어포토닉스가 심결취소소송 제기 의사를 밝힌 것처럼 이번 분쟁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겉으로는 코어포토닉스와 LG이노텍의 특허 분쟁이지만 뒤에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있다. 코어포토닉스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인수했고, LG이노텍은 애플의 주력 카메라 모듈 협력사다.
동시에 스마트폰 폴디드줌 시장 주도권 경쟁도 걸려 있다. 폴디드줌은 프리즘을 이용해 빛을 꺾어 이미지센서에 전달하는 망원 카메라 모듈이다. 폴디드줌은 올해 삼성전자 갤럭시S20울트라부터 탑재했다. 애플도 2022년께 아이폰에 폴디드줌 카메라를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이노텍은 아직 폴디드줌을 개발하지 않았고, 폴디드줌을 개발했다고 밝힌 애플의 중국 협력사 오필름은 최근 미국 상무부의 '인권 침해' 기업에 포함돼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코어포토닉스가 경쟁사보다 망원 렌즈 개발은 반걸음, 폴디드줌 개발은 한걸음 정도 빨랐다"며 "코어포토닉스는 폴디드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특허 분쟁을 끝까지 진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어포토닉스는 미국에서는 애플을 상대로 직접 특허소송을 벌이고 있다. 모두 망원 렌즈가 쟁점이다. 코어포토닉스는 2017년 제기한 첫 번째 소송은 취하했지만 2018년과 2019년 소송으로 이어가고 있다. 특허 침해품으로 지목된 제품은 아이폰7플러스, 8플러스, X, XS, XS맥스 등으로 매년 늘었다.
이날 코어포토닉스 변호인은 "특허심판원의 특허 무효화 근거인 '기재불비'는 상대방이 주장한 부분도 아니고 매우 이례적인 결정"이라며 "심결취소소송에서 뒤집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기재불비란 특허가 설명이 충분치 않고 분명하고 간결하게 기재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LG이노텍 변호인은 "우리가 이겼다"며 "무효 사유로 기재불비는 흔하다"고 밝혔다. LG이노텍 변호인은 '애플에 떠밀려서 (LG이노텍이) 특허 분쟁을 진행 중이라는 시각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