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가격 약세…연말까지 하락 이어질 듯
공급과잉에 화웨이 제재
내년 상반기 반등 예상
2020-10-05 이나리 기자
지난 9월 PC용 주력 D램과 낸드플래시 고정거래가격이 보합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4분기 공급과잉과 화웨이 제재로 인한 수출 감소로 연말까지 D램과 낸드 모두 가격 약세가 전망된다.
5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9월 기준 PC용 D램(DDR4 8Gb) 고정거래가격은 3.13달러로 8월 고정거래가격과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2개월 연속 가격변동 없이 보합세다. 낸드플래시 중 주력인 메모리카드, USB용 128Gb 멀티레벨셀(MLC) 제품 9월 고정거래가격은 전달과 동일한 4.35달러를 기록했다. 4분기 시장 전체의 공급과잉 상황이 개선되지 않아 칩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D램 현물거래가격은 9월 중순 일시적으로 상승했다. 9월 15일부터 미국 정부의 반도체 공급제한 제재를 받은 중국 화웨이가 부품 재고 확보에 나서 구입량을 늘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D램 고정거래가 보합세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코로나19 2차 대유행 등 외부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이 없다면 짧은 조정 기간을 거칠 것"이라며 "올 하반기를 저점으로 인식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D램익스체인지도 D램 시장 전체가 공급과잉에 머물러 있어 가격을 끌어올릴 만한 뚜렷한 힘이 없다고 분석했다. PC용 D램 4분기 고정거래가격은 3분기보다 폭이 큰 약 10% 하락이 예상된다. 현물가격 또한 화웨이 수요 급등이 끝나 약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3분기 실적은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 효과로 작년보다 24% 증가했지만 4분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책임자(CEO)는 "화웨이는 3분기 매출의 10%를 차지하는 대규모 고객사다. 화웨이 공급이 중단되면서 내년 1분기까지 한자릿수 중반 매출 하락이 예상된다"며 "새로운 수요처를 찾기까지 6개월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비슷한 상황을 겪을 것으로 본다.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율은 삼성전자가 3.2%(7조3700억원), SK하이닉스가 11.4%(3조원)로 추산된다.
메모리 시장 반등은 내년 상반기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을 전망이다. 주요 데이터센터 업체의 투자 확대로 내년 D램 수요가 20%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내년 메모리 반도체 수요 성장에 힘입어 관련 장비 시설투자가 올해보다 18% 증가한 312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