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전 임원, 中정부와 글로벌파운드리 현지 공장 인수 추진
최진석 전 하이닉스반도체 부사장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 전 임원들이 중국 지방정부와 함께 미국 글로벌파운드리의 쓰촨성(四川) 청두시(成都) 공장 법인 인수를 추진한다.
5일 아이지웨이(爱集微) 등 중국 현지 기술 매체 보도에 따르면 최진석 하이닉스반도체 전 부사장이 대표로 있는 진세미(Jinsemi, 真芯(北京)半导体)와 청두시 정부 측이 합자한 청두가오전(成都高真科技)이 글로벌파운드리 청두 공장의 유력 인수업체로 거론되고 있다. 진세미에는 한성규, 고요환 전 하이닉스반도체 전무도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진세미 전체 직원은 200명 전후인 것으로 보도됐다.
디일렉 취재 결과 청두가오전은 글로벌파운드리가 건설하다 중단한 파운드리 생산 건물을 사들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현지 보도에선 이 공장을 사들여 D램을 생산할 수도 있다는 추측을 내놓긴 했으나, 메모리가 아닌 일반 파운드리 용도로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애초에 파운드리 용도로 디자인된 공장이어서 D램 생산라인에 적합하지 않다"며 "잘 해봐야 40나노미터(nm) 공정을 돌리는 것이 한계"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설립된 청두가오전은 청두시 정부 측이 60% 지분을 보유했다. 나머지 40%는 진세미가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 법인의 대표인 최 전 부사장이 청두가오전의 대표까지 맡고 있다. 공장 인수가 성사된다면, 청두시 정부 소유 파운드리 공장 운영법인을 국내 반도체 전문가가 이끌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 기업정보제공업체 치차차(企查查)에 따르면, 청두가오전의 자본금은 51억910만위안(8800억원)이다.
글로벌파운드리와 청두시 정부측은 2017년 3월 청두 공장 법인 거신청두(格芯成都)를 설립하고 같은해 착공했다. 당초 1단계 투자에서 130나노와 180나노 CMOS 파운드리 공정 사업을 위해 300mm 웨이퍼 월 2만장 생산능력을, 2단계 투자에서 22나노 FD-SOI 공정 월 6만5000장 생산 능력을 갖출 계획이었다. 총 투자금액은 100억달러(11조7000억원) 이상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2018년 10월 글로벌파운드리는 1단계 투자인 130나노와 180나노 CMOS 공정을 건너뛰고 2단계 투자인 22나노 FD-SOI 공정만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CMOS 공정은 일반 파운드리 공정이고 FD-SOI는 특수 공정에 속한다. 2018년 말부터 1단계 투자분 생산을 시작하고 2단계 투자분은 2019년 4분기에 가동하는게 당초 생산일정이었다. 계획했던 1단계 투자 생산시점에 임박해 투자일정을 조정한 것이다. 거신청두는 투자를 연기하다 올해 5월 투자중단을 선언했다.
거신청두의 1단계 투자 철회 결정은 미국 정부가 중국 D램 업체 푸젠진화IC(JHICC, 晋华集成电路)에 대한 제재를 본격화한 시기에 나왔다. 2018년 10월 미 상무부는 푸젠진화IC에 대한 미국 기업의 장비·재료 등 수출을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다음 달인 11월 당시 미 법무부 장관 제프 세션스는 미국 메모리업체 마이크론(Micron)의 영업기밀을 훔쳤다며 대만 파운드리업체 UMC와 직원 3명을 기소하겠다고 발표했다. 푸젠진화의 D램 생산을 돕던 UMC는 얼마 지나지않아 협력 중단을 선언했다. 푸젠진화의 D램 양산은 요원한 상황이다.
중국 현지에서 글로벌파운드리 청두 공장 거취를 두고 D램 관련 보도가 나오는 건, 이 분야 세계 1위인 우리나라의 반도체 전문가가 참여한 데 대한 기대 때문으로 보인다. 아이지웨이는 "복수의 업계 관계자를 인용했다"며 "청두시 정부가 거신청두에 70억위안(1조2000억원)을 들여 지은 공장을, 청두가오전이 인수해 D램 생산라인을 만들 것"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