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물건너간 '배터리의 날'
코로나19, LG-SK 소송전 등 이유
2020-10-12 이수환 기자
포스트 반도체로 꼽히는 배터리 산업의 위상을 높이고 연구·개발(R&D) 성과 발표, 정부 포상자를 발표하기 위한 '전지산업의 날'(가칭) 연내 제정 추진이 무산됐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지산업협회는 올해 추진 중이던 전지산업의 날 제정을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를 비롯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EV)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전 등으로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기념일 제정이 쉽지 않다는 의견이 정부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다른 주요 후방 산업 기념일이 연말에 몰려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의 날'은 매년 10월 첫째 주 월요일, '반도체의 날'은 매년 10월 넷째 주 목요일에 각각 행사를 연다.
협회와 산업계는 아쉽게 됐다. 사기 진작을 넘어서 정부 차원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지원과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기념일 제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월부터 장관에게 보고하는 수출 전략 품목에 배터리를 포함시키는 등 관심을 높여왔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배터리 수출은 2014년부터 연평균 12.8% 늘어 지난해 46억8300만달러(약 5조3700억원)를 기록하는 등 고성장을 기록 중이다.
향후 기념일 제정은 내년이 최적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협회 창립 10주년을 비롯해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공장 증설과 가동이 이어진다. 코로나19로 제조업 전반이 위축된 가운데 전기차 중심의 친환경·경기부양책 일환인 그린뉴딜이 추진되면서 배터리 수출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 확실시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배터리 굴기와 인력 유출, 국내 배터리 산업 육성, 대외 의존도가 높은 원재료 내재화 등의 현안을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기념일 제정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