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美버라이즌과 대형 통신장비 계약 절반은 소프트웨어 공급 금액
"장비 단가 낮춘 영향 있지만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한 결과"
2020-10-19 이종준 기자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가 올해 9월 미국 이동통신업체 버라이즌(Verizon)과 체결한 7조9000억원 규모 통신장비 계약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비중이 절반씩인 것으로 19일 전해졌다.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가 소프트웨어 역량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신장비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네트워크 장비 영역에서 그 동안 상위 업체 대비 소프트웨어 역량이 부족했다"며 "한창 4G 장비를 계약하던 시절, 계약 금액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비율은 각각 7대3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점유율을 높이려 장비 단가를 낮춰서 들어간 영향도 있겠지만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한 결과"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일본 이동통신업체 KDDI와 '랜 인텔리전트 컨트롤러(RIC:RAN Intelligent Controller)'를 이용해 엔드투엔드(E2E) 5G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 시연에 성공했다고 지난달말 발표했다. 엔드투엔드는 기지국의 끝과 끝을 말한다. 무선네트워크가 시작되는 지점인 코어(Core)장비부터 라디오유닛(RU:Raido Unit)간 연결이다. 라디오유닛은 단말과 통신하는 장비다.
네트워크 슬라이싱(network slicing)은 하나의 물리적 네트워크 망에서 속성이 다른 네트워크를 여러 개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마치 네트워크를 잘라(slicing) 쓰는 것과 비슷하다. 스마트폰과 연결된 망에는 다운로드 속도를 높이고 자동차 관련 망에는 지연속도를 낮추는 식이다. 4G와 구분되는 5G 대표 기술중 하나다.
네트워크 슬라이싱 구현에는 5G 코어 장비와 가상화(virtualized) 기술이 필요하다. 가상화된 기기는 하드웨어 장비와 운영 소프트웨어가 분리된다. 앞뒤로 연결된 장비 여러 대를 하나의 소프트웨어로 묶어 통합할 수 있다. 또한 해당 기능을 목적으로 만든 장비외에 범용 서버에도 소프트웨어를 적용해 원하는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코어 장비는 4G 때부터 가상화가 상당 부분 이뤄진 영역이다.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는 올해 중순 5G 가상DU(vDU:virtualized Distributed Unit)를 출시하고 미국에서 필드테스트를 하고 있다. 무선네트워크는 크게 무선부(RU)와 데이터처리부(DU:Data Unit)로 나뉘고, 데이터처리 장비는 다시 집중유닛(CU:Central Unit)과 분산유닛(DU: Distributed Unit)으로 구성된다. vDU보다 가상CU(vCU: virtualized CU)가 먼저 상용화됐다.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기반 가상화를 통해 CU와 DU 영역에 범용 x86 기반 서버 장비를 쓸수 있도록 했다. 지난 8월 공개된 삼성전자 뉴스룸 인터뷰에서 박인택 삼성리서치 차세대통신연구센터 상무는 "장비를 하드웨어로 구축하면 새로운 기술이 생길 때마다 모두 교체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데, 소프트웨어화를 통하면 하드웨어 장비가 하던 일을 범용 서버에 두고, 소프트웨어만 업데이트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수 있다"며 "소프트웨어화로 설비 투자 또는 운영 등의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