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별세] 불량 휴대폰 15만대 불태운 이건희 '애니콜 화형식'

이건희 회장 "불량은 '암'"

2020-10-25     한주엽 기자
1995년
지금 삼성전자 휴대폰(스마트폰) 사업은 출하량 측면에서 세계 1위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를 '스마트폰 최강자' 자리로 이끈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는 1988년 국내업체로는 최초로 휴대폰을 선보였다. 당시 시장 강자는 모토로라였다. 이 회장은 "1명당 1대의 무선 단말기를 가지는 시대가 온다"면서 "전화기 사업을 중시해야한다"고 말했다. 휴대폰을 미래 먹거리로 지목한 것이다. 당시 삼성은 모토로라를 따라잡기 위해 생산량 확대에 치중했다. 당시에는 삼성 뿐 아니라 국내 대부분 기업이 '양' 위주 생산 전략이 만연해있었다. 휴대폰 불량률은 11.8%까지 치솟았다. 판매된 휴대폰 10대 중 1대는 불량품이  소비자 손에 쥐어졌던 것이다. 불량 휴대폰을 팔았다고 고객이 삼성 대리점 사장을 뺨으로 때리는 사건도 있었다. 그러나 오랜 기간 몸에 베인 '양이 최고다'라는 의식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1995년 3월 9일. 이 회장은 "시중에 나간 제품을 모조리 회수해 공장 사람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태워 없애라"고 지시했다. 그 유명한 애니콜 화형식이다. 2000여명의 삼성전자 직원은 '품질확보'라는 머리띠를 두른 채 망치로 휴대포을 부수고 불을 붙였다. 총 150억원어치의 휴대폰이 잿더미로 변했다. 애니콜 화형식 이후 삼성의 질 경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회장도 품질경영을 지속 주문했다. 그는 "세계일류가 되면 이익은 지금의 3~5배 난다"면서 "1년간 회사 문을 닫더라도 불량률을 없애라"고 했었다. 삼성이 갤럭시 시리즈로 스마트폰 시장 출하량 1위 기업에 오른 것도 이 같은 질 경영에 기초한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