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전기차 배터리 '초장축 셀' 집중 투자

600㎜ 이상 초장축만 투자

2020-11-02     이수환 기자
LG화학
LG화학이 전기차(EV) 배터리 투자 전략에 변화를 준다. 배터리 셀 좌·우 길이가 600㎜ 이상인 초장축 모델만 투자를 집행하기로 했다. 에너지 밀도 향상을 통해 성능은 높이고 원가는 낮추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올해 LG화학 배터리 시설투자(CAPEX)는 3조원이다. 이 가운데 공장 부지와 같은 기반 시설을 제외한 장비 투자액은 1조원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배터리 셀 규격이 바뀌면 조립 공정 장비 투자가 필수적이다. 내년 관련 장비 투자는 1조원에 육박하거나 그 이상이 유력하다. 2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올해 600㎜ 초장축 배터리 셀 투자만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00㎜, 600㎜ 투자를 병행했던 것과 다른 행보다. 내년에는 600㎜를 포함해 800㎜로 셀 길이를 늘린 '초초장축' 배터리 투자도 가능성이 있다.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사 공장에 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배터리 셀 좌·우 길이 500㎜ 이상을 장축으로 본다. 지난해 LG화학은 300㎜와 600㎜ 배터리 셀에 균등한 수준으로 투자를 집행했다. 올해 600㎜만 투자를 진행한 것은 폭스바겐 MEB, 현대차 E-GMP, GM 얼티엄과 같은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들 전기차 플랫폼은 배터리 규격은 동일하게 유지하돼 차량 앞·뒤에 모듈을 붙이거나 제거하는 방식으로 소형차부터 SUV까지 다양한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초장축 배터리 셀은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는 기술이다. 같은 전기차라도 일반폭 배터리 셀 대신 초장축 배터리 셀을 이용하면 1회 충전시 주행거리를 10% 이상 늘리는 것이 가능하다. 원가도 10% 가량 낮출 수 있다. 배터리 모듈 숫자를 10개 내외로 줄여 불량률과 전기차 연비개선에 도움이 준다. LG화학이 초장축 배터리 셀에 자신감을 가진 이유는 경쟁사에 없는 라미네이션(Lamination) 공정 덕분이다. 이 공정은 배터리 소재를 계단처럼 층층히 쌓는 스태킹(Stacking) 공정의 일부다. 분리막 위에 양극·음극을 쌓고 라미네이션 공정으로 정렬한 다음 배터리 소재를 접어 만든다. SK이노베이션, 삼성SDI는 양극·음극을 낱장으로 재단 후 분리막과 번갈아 쌓는 Z-스태킹 공법을 쓴다. 업계 전문가들은 라미네이션이 Z-스태킹 공법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셀 길이를 늘리기가 수월하다고 본다. 배터리 소재 길이가 늘어날수록 스태킹 공정에서 각 소재가 펄럭이거나 제대로 접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라미네이션 공정은 미리 배터리 소재를 정렬시키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덜하다.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수주잔고는 150조원 이상이다. 업계에선 초장축 배터리 셀이 생산량 확대에 도움이 되는 만큼 관련 장비를 공급하는 협력사도 적지 않은 낙수효과를 누릴 것으로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