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넥실리스 "광폭장척 동박 기술, 우리가 최고"
'레시피·핸들링' 축으로 기술력 확보
"동남아시아 공장 지역 연내 결정"
2020-11-11 이기종 기자
주방에 있는 알루미늄 포일 모양의 구릿빛 동박. SK넥실리스 동박 공장 전시실 내부 파일 바인더 속에 끼워진 4마이크로미터(㎛·0.001㎜) 두께의 동박은 잡아당겨도 찢어지지 않았다. 여러 방향의 구김이 있던 동박이어서 '혹시 만지다 찢어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9일 전북 정읍의 SK넥실리스 공장은 동박의 원재료인 구리를 녹이는 용해 공정부터 전지박을 만들고(제박), 제품을 롤 형태로 감는(슬리팅) 공정이 연속 진행되고 있었다. 세계 최고 동박 기술력을 자부하는 SK넥실리스 공장은 지난달 두께 4.5㎛ 및 폭 1.33m 동박을 3박 4일간 56.5km 길이로 생산해 한국기록원에서 '가장 길고 폭이 넓으며 얇은 동박 제조'로 전지박 최고기록 공식 인증을 받았다. 동박이 얇으면 한정된 배터리 공간에 음극 활물질을 더 채울 수 있고, 길고 넓으면 배터리 업체는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그만큼 롤을 적게 교체해도 된다.
4분기부터 완전 가동 체제에 들어간 4공장은 1~3공장 경험을 바탕으로 자동화를 확대 적용했다. 수 톤(t)에 이르는 롤 형태 동박과 샘플은 로봇이 옮겼다. 1~4공장 근처에 짓고 있는 5공장과 6공장은 자동화 정도를 확대하고 2022년 양산할 예정이다. 회사의 연간 동박 생산능력은 현재 3만4000톤에서 5만2000톤으로 늘어난다.
SK넥실리스는 동박 기술력의 두 축을 '레시피'와 '핸들링'으로 설명한다.
레시피는 고객사에 필요한 물리적 성질(물성) 구현에 필요한 구리와 도금액 등 재료 조합 등을 말한다. 동박을 잡아 당길 때 생기는 저항(인장)에 얼마나 견디는지, 늘어나면서도 끊어지지 않는 특성(연신율)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정 물성 구현에 필요한 동박 특성을 제어할 수 있는 경험이 회사 안에 풍부하다는 것이 SK넥실리스 주장이다.
핸들링은 동박을 '얇으면서도 면적이 넓고 길게 만드는 기술'을 가리킨다. 고객사 입장에선 동박을 다루기 쉬워 생산 경제성을 높일 수 있다. 이재홍 SK넥실리스 경영지원총괄은 "중국 2선 업체도 동박을 얇게 만들 수 있지만, 면적이 넓고 길게 만드는 기술력은 우리가 크게 앞선다"며 "동박을 얇게 만들면서 고객사가 핸들링할 수 있도록 제조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밝혔다.
경쟁사인 일진머티리얼즈의 1.5㎛ 두께 반도체용 초극박 기술에 대한 질문과 설명도 이어졌다. 전상현 SK넥실리스 생산본부장은 "1.5㎛ 초극박 동박은 회로선용 동박으로 한 면을 필름 등에 붙이고 떼어내는 제품"이라며 "양면을 모두 사용하는 배터리용 동박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사용처가 다르기 때문에 두 제품은 단순 비교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SK넥실리스는 연내 해외 공장 건설 계획도 발표할 예정이다. 후보지는 동남아시아와 유럽, 미국 등이다. 이재홍 경영지원총괄은 "연내에 해외 공장 지역을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라며 "고객사 수요 대응과 시장 성장률, 그리고 동박 제조 원가에서 비중이 가장 큰 전기료 등을 종합 고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그는 "증자 또는 재무 투자자 유치 등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