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반도체, 코로나19에 휘청이다 전기차 덕분에 반등
올해 매출 전년비 9.6% 감소
전기차 수요 늘어 하반기 만회
2020-11-16 이나리 기자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 매출이 하락세를 겪었던 자동차 반도체 시장이 하반기 회복세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업체의 3분기 실적이 2분기 대비 상승하면서 시장 회복을 보였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6% 감소해 380억달러(약 42조1000억원)를 조금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IHS마킷은 올해 자동차 반도체 매출이 경기불황으로 연말까지 2019년 대비 20%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대폭 하락을 완만하게 수정한 셈이다.
올해 시장 반등의 요인으론 전기차 보급이 꼽힌다. 상반기 코로나19로 인해 일부 팹 가동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면서 자동차 1대당 평균 반도체 가격이 상승했다는 것도 원인이다.
내년에도 전기차 시장 점유율 상승이 자동차 반도체 매출 성장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IHS마킷은 소비자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동급의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더 비싸지만 선호도가 높다고 분석했다. 전기차는 트랙션 모터 인버터, 직류-직류(DC-DC) 컨버터 등의 부품을 제어하는데 필요한 전력 반도체가 내연기관차 보다 많다. 개당 가격도 더 비싸다. 내년 신차 재고가 저조할 것이라는 전망도 차량용 반도체 시장 성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수요 증가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 업체들의 3분기 실적 회복의 견인 역할을 했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 1위인(2019년 매출 기준 점유율 13.4%)인 인피니언의 3분기 오토모티브 매출은 10억5200만유로(1조3824억원)로 2분기(8억1500만유로) 대비 29% 성장했다. 2019년 인수한 사이프레스 매출의 20%가 포함됐다. 인피니언은 사이프레스 매출 영향을 배제하더라도 오토모티브 매출이 크게 반등했다고 분석했다. 인피니언 전체 매출 중 오토모티브 부문은 43%를 차지한다.
지난 10월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라인하르트 플로스 인피니언 최고경영자(CEO)는 "3분기 자동차 시장은 중국과 한국이 조기 회복을 시작했다"며 "독일과 프랑스와 같은 국가에서 상당 규모의 보조금이 도입된 후 장기적으로 전기차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도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오토모티브 실적 성장을 언급했다. 데이브 팔 TI 부사장은 "자동차 시장은 지난 5월 바닥을 쳤던 매출이 성장하면서 1년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왔다"며 "자동차 반도체가 포함된 아날로그 반도체 부문이 전분기 대비 18% 성장하며 28억65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르네사스 3분기 오토모티브 부분 매출은 796억엔으로 2분기(726억엔) 대비 9.5% 증가했다고 밝혔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또한 3분기 오토모티브 부분 매출이 8억5100만달러로 전분기(7억2700만달러) 대비 17%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전체 매출 중 오토모티브가 차지하는 비중은 32%에 달한다.
IHS마킷은 전 세계 자동차 반도체 시장은 2019년부터 2026년까지 연평균 7%를 성장해 676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