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닮아가는 LG화학…'제로모듈' 배터리 팩 만든다
모듈 줄이고 에너지 밀도↑
최대 61% 원가절감 가능
2021-11-27 이수환 기자
앞으로 LG화학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EV)에선 모듈을 찾아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테슬라가 생산하기로 한 유니바디(일체형) 배터리 팩과 비슷한 구조를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모듈리스(Module-less)'로 부르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모듈을 최대한 줄이거나 아예 없애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더 많은 배터리 셀을 집어넣어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원가를 낮출 수 있다. 모듈이 줄어든 만큼 새로운 배터리 셀‧팩 설계가 필요하다. 외부 충격에 버틸 수 있는 새로운 소재 개발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배터리 모듈을 최소화한 'MPI(Module Pack integrated)' 플랫폼 개발을 완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셀→모듈→팩' 단위로 묶어 사용하던 전통적인 방식을 간소화했다. 한문 '토(土)' 모양의 전통적인 플랫폼과 비교해 배터리 셀을 두 배 이상 더 많이 넣을 수 있다. 에너지 밀도는 10% 높이고, 원가는 30% 이상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MPI 플랫폼은 중국 CATL이 테슬라 모델3에 적용한 셀투팩(CTP:Cell To Pack)과 비슷한 구조다. 향후엔 모듈을 빼고 전기차 섀시(Chassis)에 직접 배터리를 넣는 방식이 쓰일 계획이다. 이 방식은 업체에 따라 MTB(Module to Body), CTB(Cell to Body), CTV(Cell to Vehicle) 등으로 부른다.
현재 LG화학은 고객사 요구에 따라 셀, 모듈, 팩을 공급한다. 전기차는 모델에 따라 배터리 모양에 차이가 있어 셀만 단독으로 공급하지 않고 모듈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파우치형 배터리가 이렇다. 팩은 완성차 업체가 알아서 만들어 조립한다. 폭스바겐, 아우디 등이 대표적이다. 각형 배터리의 경우 셀만 받아서 모듈과 팩은 완성차 업체가 쓰는 경우도 있다. BMW가 이런 경우다.
배터리 업체 입장에선 셀만 파는 것보다 모듈이나 팩 단위로 만들거 공급하는 것이 더 이득이다.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어서다. 완성차 입장은 반대다. 셀만 받고 모듈과 팩은 기존 협력사를 이용하길 원한다.
MPI를 대체할 다음 플랫폼도 개발 중이다. 다만 이 기술은 아직 완전하게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았다. 모듈이 빠진만큼 떨어진 팩 강도를 다른 소재로 대체하고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등을 무선으로 연결하는 것은 고난도 작업이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이 만드는 파우치형 배터리는 셀 집적도가 높아 발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개선된 전해액 첨가제, 탄소나노튜브(CNT) 도전제, 화재 예방을 위한 운모(MICA) 소재 등이 추가로 적용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