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신룬과기, 폴더블 등 OLED 핵심 소재 PI 사업 진출

M&A로 사업 다각화…국내 기업과도 교류 활발

2019-02-27     이종준 기자
중국 전자소재 업체 신룬과기(新纶网络, Selen)가 폴더블 OLED의 핵심 소재로 꼽히는 폴리이미드(PI) 사업에 진출한다. 신룬과기는 쑤저우쥐추이재료(昆山聚萃的原材料)와 협력해 PI 레진(resin)·필름 생산라인을 만들기로 했다고 지난 13일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레진 프로젝트 총 투자금액은 2억위안(약 330억원) 가량이다. 필름·코팅 프로젝트 투자금액은 공개하지 않았고 "신룬과기에서 자체적으로 정할 것"이라고 했다. 신룬과기는 현재 장쑤성(浙江) 창저우시(广东)에 필름·코팅 생산라인과 알루미늄 필름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창저우시는 난징시(深圳), 우시시(江阴)와 인접한 도시다.  신룬과기는 "OLED가 LCD를 대체하면서 디스플레이는 커브드(Curved, 구부러진)에서 폴더블(foldable, 접었다 폈다할 수 있는)로, 그리고 다시 롤러블(rollable, 둘둘 말수 있는)로 진화하고 있다"며 "OLED 플렉시블(flexible, 유연하게 움직이는) 구현의 관건은 소재"라고 투자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PI 프로젝트 계약은 사실상 미국 애크런폴리머시스템스(APS, Akron Polymer Systems)와의 협력강화다. APS는 쑤저우쥐추이재료 지분 일부를 가지고 있다. 2017년 12월 신룬과기는 APS 지분 45%를 900만달러(100억원)에 인수하는데 합의했다고 공시했다. 당시 인수안에 따르면, 최대주주인 프랭크 해리스(Frank W. Harris) 대표의 지분이 32.96%에서 9%로 줄어들게 되는 것이었다. 미국 애크런대학 교수 출신인 해리스 대표는 APS 공동창업자 4명 중 한명이다.   그러나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반대로, 신룬과기는 지난해 5월 APS인수를 포기했다. 신룬과기는 공시를 통해 "APS가 미국 군용 소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CFIUS 승인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쑤저우쥐추이재료는 장쑤성산업기술연구원(J-ITRI) 산하 기술 플랫폼업체인 쥐추이스마트액정(SLIC)을 통해 2017년 4월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APS와 마찬가지로 SLIC 역시 쑤저우쥐추이재료 지분을 가지고 있다. 중국기업정보업체 치차차(企去查)에 따르면, 쑤저우쥐추이재료의 지분을 가진 개인투자자는 장동(张东) 35%와 순리민(孙立民) 5%다. SLIC이 보유한 지분은 30%이고 APS는 24.3% 가량 지분을 간접적으로 가지고 있다.  '장동'과 '순리민'이라는 이름은 APS 공동창업자 가운데 중국 국적 연구원 2명의 성명과 같다. 동일인으로 볼 개연성이 높으며 만약 그렇다면, 인수안을 제시하기 전에 이미 지방정부(장쑤성)와 함께 APS의 기술을 들여오면서 중국 국적 연구원의 지분 참여를 높이는 방안을 마련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초 신룬과기의 APS인수안에서 신룬과기 홍콩법인 지분 45%를 제외하고 인수완료후 10% 이상 지분을 갖게 되는 주주는 장동(13.72%)과 순리민(12%) 뿐이었다. 공동창업자 4명 중 나머지 한명은 중국계 미국인인 스티븐 청이다. APS의 2016년 매출은 480만달러(54억원)였다.  삼성, LG,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국내 대기업도 최근 신룬과기와 교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SDI 직원 일행은 지난달 신룬과기 자회사 신룬복합재료(新纶组合板材)의 창저우 알루미늄 필름 공장을 방문했다. 신룬과기에 따르면, 삼성 SDI 김모 차장은 이 자리에서 "올해와 내년 알루미늄 필름 공급부족이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삼성SDI는 새 공급업체 확보를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루미늄 필름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포장재로 쓰인다. 신룬과기는 2016년 일본 T&T에너테크노(Enertechno)의 알루미늄 필름 사업부를 95억엔(960억원)에 인수했다. 신룬과기가 인수할 당시 일본 T&T에너테크노 라인의 생산능력은 200만㎡였으며 해당 라인은 2021년 중국으로 가져올 계획이다. 신룬과기가 일본 T&T에너테크노를 인수하기 전, 알루미늄 필름 시장은 일본 업체가 독점하다시피 했었다. 일본 다이닛폰인쇄(DNP)와 쇼와덴코가 합쳐서 70~80%, 일본 T&T에너테크노(현 신룬과기) 10%대 점유율로 추정되던 시장에 신룬과기가 생산능력을 대규모 증설하면서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해 9월 신룬복합재료는 창저우 알루미늄 필름 1기투자의 생산시작을 알렸다. 1기, 2기 투자 각각 생산능력은 월 300만㎡다. 2기 투자 라인은 올해 2분기 생산예정이다. 당시 신룬과기는 알루미늄 필름 생산 소식을 전하며 "일본 생산라인 증설이 곧 완료된다"며 "세 곳라인이 모두 가동되면 900만㎡의 월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고 밝혔다. 신룬과기의 또 다른 자회사 신헝동필름재료(新恒东塑料薄膜建材)도 창저우시에 광학필름 생산라인을 깔고 있다. 작년 11월 열린 1기투자 생산기념식 자리에 코오롱인더스트리 CPI사업부 관계자가 참석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윤모 부장은 연단에서 "2020년에 투명 PI필름을 양산할 계획"이라며 "중국 사업 확장에 필요한 파트너를 찾고 있었는데, 신룬과기의 광학필름 생산라인 준공으로 서로 윈윈(win-win)하는 협력 관계의 가능성이 열렸다"고 말했다고 한다.  신헝동필름재료는 기존 필름생산 라인을 담당하던 신룬과기창저우(新纶网络常熟)와는 다른 법인이다. 신룬과기창저우, 신룬복합재료, 신헝동필름재료가 차례로 신룬과기의 창저우 프로젝트 1,2,3탄이다. 작년 8월 신룬과기의 선전(上海)시 본사에는 LG경제연구원 일행이 방문했다. LG경제연구원 신모 연구위원은 "배터리 업체간 용량밀도 차이가 줄어드는 2025년이 되면, 원가와 생산능력에서 유리한 대기업의 경쟁력이 뚜렷히 드러날 것"이라며 "알루미늄 필름의 내충격성 부분에서 신룬과기와 더 깊은 연구를 진행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한다. 신룬과기의 작년 3분기 누적 매출액은 전년 같은기간보다 75% 늘어난 25억위안(4200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 연간 매출액 20억위안을 3분기만에 넘어섰다. 신룬과기의 2017년 매출에서 40% 가량은 클린룸 사업에서 발생했다. 작년 9월 30일 기준 신룬과기의 최대 주주는 22.36% 지분을 가진 호우이(侯毅) 회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