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다 죽으란 소리냐"... 경제단체 "중대재해법 철회 촉구"

30개 경제단체,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제정 결사 반대 중대재해 발생시 기업 대표 형사처벌 대상

2021-12-16     유태영 기자
(왼쪽부터)신승관
중대사고 발생시 기업 경영자와 법인에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안 입법을 막기 위해 30개 경제단체가 한 목소리를 냈다. 16일 한국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안' 입법 추진에 반대하는 30개 경제단체 공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30개 경제단체를 대표해 7개 단체 대표가 공동 성명문을 발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대한건설협회 대표가 참석했다. 경제단체는 공동 성명문에서 "헌법과 형법을 중대하게 위배하면서까지 경영 책임자와 원청에 대해서 가혹한 중벌을 부과하려는 중대재해법 제정에 반대한다"면서 "입법 추진은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안은 영국의 법인과실치사법에는 없는 형사처벌이 담겨있고 기업에 대한 벌금과 경영 책임자 개인에 대한 처벌, 행정제재,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4중 제재를 부과해 세계 최고 수준의 처벌법안이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입법을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중대재해법은 모든 사망 사고 결과에 대해 인과관계 증명도 없이 경영 책임자와 원청에게 책임과 중벌을 부과한다"면서 "이는 관리범위를 벗어난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어 "유해·위험방지라는 의무범위도 추상적·포괄적"이라며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형법상 책임주의 원칙과 명확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면서 입법 반대 이유를 밝혔다. 경제단체는 "사후처벌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사전예방 정책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산업안전 관련 법률'(산안법) 상 사망재해 발생 시 처벌 수위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있지만 처벌 수위가 낮은 미국, 독일 등 선진국에 비해 사고사망자 감소효과는 낮다는 것이 경제단체의 설명이다. 특히 이들 단체는 중대재해법안의 모델이 된 영국의 법인과실치사법과 비교하면서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게 법안만 가져와서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성명문에서 "영국의 법인과실치사법은 13년에 걸친 오랜 기간 심층적인 논의와 평가를 통해서 제정됐고, 사업주 개인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고 법인에 대한 벌금만 강하게 적용된다"고 밝혔다. 경제단체는 "우리나라의 산업안전분야는 전문행정조직과 인력, 예방정책, 기술 수준 등 전반적으로 영국보다 뒤쳐져 있는데도 영국 제도를 차용하는 것은 시스템적 모순이며 국가적 책임을 기업에 전가하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중대재해법이 제정된다면 기업 경영활동이 위축돼 경제난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성명문에서 "만약 중대재해법이 제정된다면 산재예방보다는 기업과 최고경영자(CEO)가 아무리 최선을 다해 산업안전보건 활동을 하더라도 언제, 어떻게 중형에 처해질지 모른다는 공포감을 갖게 된다"면서 "이는 과감하고 적극적인 산업안전 투자와 활동을 하는데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단체는 "사망 사고 발생시 형량을 가중시킬 수 있는 개정 산안법이 금년부터 적용돼 시행 초기인 점을 감안해 향후 몇년간은 개정된 법에 따른 평가를 거친 후에 중대재해법 제정 필요성 여부를 중장기적으로 논의해 나가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박주민·박범계 의원 등 민주당과 정의당이 발의한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안 내용을 보면 사망 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시 '경영책임자'와 '원청(법인)'에 대해 그 지위에 있다는 사실 만으로 형법에 의해 처벌된다. 경영책임자 처벌수위는 최대 5년이상 징역형을 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중대재해 발생시 법인에 최대 30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해 기업 경영활동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4일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안 입법을 촉구하며 릴레이 단식 농성중인 정의당 천막을 찾아 '조속한' 법안 처리를 약속했다. 내년 1월 8일까지 열리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기업 경영활동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경총과 전경련 등 경제단체들은 오는 17일 민주당 정책 의원총회 결과를 지켜본 뒤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