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무부 SMIC 블랙리스트 추가... 셈법 복잡해진 국내 업계

미래 경쟁자 제거·반사수익 기대 미중 무역 갈등 확대 "득 될 건 없다"

2020-12-21     김동원 기자
미국 상무부가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SMIC를 무역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이번 조치로 SMIC는 미국 기술 접근이 사실상 차단된다. 미국 공급업체로부터 핵심 부품을 들여오려면 미 상무부의 특별 허가가 필요하다. 18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블랙리스트에 77개 기업과 계열사를 추가했다. 이 중 중국 기업이 60개다. SMIC도 포함됐다. 미 상무부는 중국의 군민(軍民) 융합 정책 및 SMIC와 중국 군사 산업단지 관련 기업 사이의 활동 증거에 따라 블랙리스트에 올렸다고 밝혔다. SMIC는 지난 3일 미 국방부 블랙리스트에도 오른 바 있다.  SMIC는 중국 반도체 굴기 최전선에 있는 업체다. 화웨이를 비롯해 많은 중국 전자업체들이 이 기업을 통해 반도체를 공급받는다. SMIC는 14나노 수준의 공정 기술을 확보하고, 7나노 공정 기술 개발을 해왔다.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으로 7나노 이하 기술도 단기간 개발될 것으로 봤다. 현재 세계에서 5나노 이하 미세 공정이 가능한 곳은 TSMC와 삼성전자 2곳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SMIC는 TSMC, 삼성전자 등 파운드리 2강 기업보다 규모나 기술력이 턱없이 낮지만, 중국 정부 지원으로 성장세가 빨랐다"며 "7나노 기술과 나아가 5나노 기술도 개발되면 파운드리 3강 구도도 예상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SMIC 성장세는 미국 제재로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은 3일 폭스비지니스네트워크에 출연해 "SMIC가 첨단 기술 수준인 10나노 이하 반도체 생산 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막겠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이) 외국 기업을 탄압하는 잘못된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중국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DB하이텍 등 국내 업체는 반사이익이 전망된다. SMIC 주요 고객사 물량이 경쟁사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근 파운드리 공급 부족 현상으로 물량을 소화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SMIC가 최근 TSMC 기술력을 이끈 주역인 장상이(蔣尙義)를 부회장으로 임명하는 등 미국 제재에 맞서 기술력 강화를 하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SMIC 물량이 국내 업체에 넘어오면서 반사이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계속되는 분쟁은 두 국가와 거래 규모가 큰 국내 반도체 업계에 장기로 부정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SMIC에 대한 미국의 제재도 결국 화웨이의 싹을 밟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기술 무역 분쟁이 확대될 경우 국내 기업에 득이 될 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