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경총 회장 "경영자 처벌로 중대재해 예방 어려워"

18일 비공식 차담회서 기업 입장 대변 1998년 이후 경영환경 가장 어려운 해

2021-12-20     유태영 기자
손경식
최근 정부와 여당이 추진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과 국회에서 통과한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 규제를 강화하는 법에 대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반대의사를 밝혔다. 손 회장은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 비공식 차담회에서 "저도 오래 기업을 경영했지만, 올해처럼 힘든 해는 1998년 외환위기를 빼고는 없었다"면서 "상법과 공정거래법 등 기업 경영에 부담을 늘리는 법이 무더기로 통과돼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여당의 기업규제 움직임에 대해 야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내놨다. 그는 "야당에서 명확하게 같은 입장을 냈으면 좋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면서 "야당 자체가 노선이 분명하지 않고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와 어려움을 초래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근 여당이 이번 임시국회 내 처리를 공언한 중대재해법과 관련해서는 "경영책임자(CEO)에 높은 처벌을 적용하는 것은 너무 심하다"며 "일자리를 만드는 회사의 경영자에게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중대재해를 예방하겠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지점이며 정부가 스스로 예방적 조치를 먼저 해야 한다"고 했다. 손 회장은 최근 LG그룹의 계열 분리를 반대하는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가 반대 서한을 보낸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국내 기업 활동에 대한 미국 헤지펀드들의 개입 강도가 높아질 것 같다"면서 "해외 헤지펀드들이 국내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어 별도의 경영권 방어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에 대해 정부 예측치(3.2%)와 실제는 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 회장은 "정부 전망은 코로나19가 잡힐 것으로 본 건데 코로나19 확산세를 반영한 한국은행 전망치(2.2%)가 정답에 가까울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경제 3법과 노동조합법 개정안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지만 헌법소원 등 법적 조치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시행령 등을 통해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되도록 보완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는 "법안이 통과했으니 법은 지켜야 한다"면서도 "법이 시행되면 시행령 등 하위법령이 만들어질 것이고, 하위법 조항에 기업의 어려움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건의하겠다"고 했다. 이어 "받아들여지긴 쉽진 않겠지만 시행 유예에 대한 노력도 적극적으로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경총이 맡을 역할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손 회장은 "지금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가 없는데, 앞으로 경총이 그 역할을 맡겠다"면서 "주요 현안들도 문제지만 사회에 만연해 있는 반기업 정서를 바꾸기 위한 활동을 펼쳐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