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현 삼성전기 사장, 무선통신모듈 사업 매각 직접 챙겨
'사업 시너지 효과 고려' 켐트로닉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2020-12-21 이기종 기자
전자부품업체 켐트로닉스가 삼성전기 무선통신모듈 사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사업 시너지 효과를 중시한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사업 인수 후 시너지 효과를 고려할 때 켐트로닉스가 인수 경쟁사보다 앞선다고 경계현 사장이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켐트로닉스는 지난 2014년부터 자율주행사업을 추진하며 현재 지능형 교통시스템(C-ITS) 정부 과제도 수행 중이다. 삼성전기에선 켐트로닉스가 개발 중인 자율주행 및 커넥티드 카 환경 핵심 기술인 V2X(Vehicle to Everything) 통신 기술이 무선통신모듈과 연관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수전을 앞두고 업계에선 켐트로닉스가 지난해 삼성전기에서 무선충전모듈 사업을 인수했기 때문에 올해 또 한번 사업을 인수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또 켐트로닉스가 지난해 210억원이던 무선충전모듈 사업 인수액을 분할 납부했기 때문에 자금력도 밀릴 것이란 예상이 이어졌다. 켐트로닉스는 무선통신모듈 사업 인수액을 경쟁사와 동일한 1500억원으로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액이 1000억원 초중반대로 예상됐기 때문에 1500억원은 '오버슈팅'이란 평가가 많았다.
이러한 환경에서도 켐트로닉스가 무선통신모듈 사업 인수권을 따낸 것은 "삼성전기에서 분사한 사업이 잘 되려면 시너지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는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의 판단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라는 풀이가 나온다.
켐트로닉스에선 무선통신모듈 사업의 영업이익률이 두자릿수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기보다 고정비 부담이 적어 이익률을 높일 수 있다. 삼성전기 입장에서 무선통신모듈 사업은 삼성전자가 관련 칩을 직접 지정하기 때문에 수익을 올리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켐트로닉스는 이번 무선통신모듈 사업 인수 외에도 내년 삼성전자의 60인치대 반응형(인터랙티브) 디스플레이 '삼성 플립'을 수만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단독 제조한다. 삼성전자가 유럽 교육 시장을 겨냥해 출시하는 제품이다. 때문에 켐트로닉스에서는 내년 매출이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장에서 보는 켐트로닉스의 내년 매출 전망 추정치 6000억원은 무선통신모듈 사업 인수를 반영하지 않은 수치다.
현재 켐트로닉스는 삼성전기 무선통신모듈 사업 인수 관련 실사를 앞두고 있다. 실사 과정에서 켐트로닉스는 인수액을 1500억원에서 100억원가량 낮추려는 계획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기는 현재 무선통신모듈 사업 외에 경연성인쇄회로기판(RFPCB) 사업도 철수할 예정이다. 이 사업 매각도 경계현 사장이 직접 챙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RFPCB 사업은 연내 매각이 당초 계획이었지만 고객사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철수 시점은 내년 상반기로 잠정 연기됐다. RFPCB 사업은 연 매출 4000억원, 손실 5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