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 파운드리 생산단가 최대 20% 인상
그럼에도 내년 생산분 계약 완료
2020-12-21 이나리 기자
DB하이텍이 내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단가를 최대 20% 올리기로 했다.
근래 파운드리 생산 공급이 부족해지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신규 고객사가 다수 생겨난 것도 가격 인상 이유다. DB하이텍은 현재 공장 풀 가동 상태다. 증권가에선 DB하이텍 공장이 신규 증설 없이 풀 가동 상태여서 내년 드라마틱한 매출 확대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었다. 그러나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들면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DB하이텍은 고객사에 내년 계약 가격을 최소 10%에서 최대 20%까지 올린다고 통보했다. 매년 11~12월은 다음해 생산 물량 계약을 체결하는 시기다. 일부 고객사는 이 같은 인상 통보에 저항했으나 대안을 찾지 못해 받아들였다. 전반으로 인상안은 DB하이텍 계획대로 관철됐다. 내년 생산분 계약을 모두 마감했다.
DB하이텍은 경기도 부천 팹1과 충북 음성 소재 팹2 총 두 개 공장을 보유 운영 중이다. 작년부터 공장을 100% 가동해도 들어오는 주문을 모두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2014년 월 10만장 수준이었던 생산 능력은 지난 3분기 기준 12만9000장으로 늘어났다. DB하이텍뿐 아니라 SK하이닉스, 키파운드리(구 매그나칩반도체 파운드리사업부), 삼성전자 등도 8인치 파운드리 가격을 올리거나 올릴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파운드리 가격 인상은 전 세계적인 200mm 공장 생산 용량 부족 때문이다. 8인치 파운드리에서 생산되는 아날로그반도체는 이미지센서, 전력반도체(PMIC),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마이크로컨트롤러(MCU) 등이 있다. 최근 5G 이동통신, 스마트폰, 자율주행차 성장으로 전력 반도체와 이미지센서 수요가 급증했다. 미국이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에 제재를 가하면서 200mm 파운드리 공급 부족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팹리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업체는 물량이 많은 업체 위주로 주문을 가려서 받고 있다"며 "물량을 할당 받더라도 칩 단가가 인상됨에 따라 사업이 어려졌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칩 원가가 올라가면 공급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지만, 국내 대형 세트업체는 가격을 올려주려 하지 않는다"면서 "누가 먼저 가격 인상을 제안할지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팹리스 업계는 파운드리 업계 생산용량 부족과 미중 무역전쟁으로 불확실한 상황을 겪고 있다"면서 "내년에 전체적인 칩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