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 기미 안 보이는 中먹튀 장비 발주, 결국 해 넘긴다

인핀테크, 국내 장비업체에 발주 후 계약 4~5차례 지연 DMS는 공급계약 해지..."인핀테크 상황 파악 어렵다" 탑엔지니어링·베셀·예스티는 내년 5월 계약 종료 예정

2021-12-29     이기종 기자
중국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업체에 발주만 하고 계약을 2년 이상 미루고 있는 중국 인핀테크 사태가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디스플레이산업협회 차원에서 주한중국대사까지 불러 공식 항의했으나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회사 실체 파악도 어려워 문제 해결까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현재까지 입은 피해액만 1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업체 인핀테크 사태가 해를 넘길 전망이다. 인핀테크는 지난 2018년 중국 장쑤성의 6세대 박막트랜지스터(TFT) LCD 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국내 장비업체에 발주한 뒤 계약 종료일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인핀테크 LCD 공장 공사는 중단됐다. 국내 상장사 중 탑엔지니어링과 베셀, 예스티, DMS 등이 2018년 인핀테크와 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들 업체 모두 당초 계약 종료일은 2018년 10월 또는 11월이었지만 인핀테크 요청으로 계약 종료일이 업체별로 4~5차례씩 연장됐다. 이 가운데 계약 종료일(이달 30일)이 가장 빨랐던 DMS는 지난 24일 인핀테크와의 단일판매공급계약을 해지한다고 공시했다. DMS는 공시에서 "계약 상대방의 계약이행 불능(장비인수 불가)으로 당사와의 계약이 실효됐다"고 밝혔다. 61억원 규모 계약이었다. DMS 관계자는 "인핀테크 연락이나 상황 파악이 어렵고 납기일 조정 논의도 없었다"며 "계약 효력이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관련 장비를 실제 제작하진 않았다"며 "원자재 구입비나 판매관리비 등에 대해선 손해배상소송 제기를 검토 중"이라고 부연했다. 탑엔지니어링과 베셀, 예스티 등의 계약 종료일은 일단 내년 5월로 미뤄진 상태다. 탑엔지니어링은 인핀테크와 31억원 및 79억원 규모 계약 두 건을 체결했다. 베셀은 105억원, 예스티는 77억원 규모 계약을 맺은 바 있다. 현재 이들 업체와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KDIA)는 각각 중국 자문 법무법인, 장쑤성 지방정부, 중국 디스플레이산업협회 등과 접촉하며 인핀테크 실체 파악을 위한 조사를 시도하고 있다. 인핀테크는 2018년 당시의 총경리(최고경영자)와 부총경리가 모두 퇴사하고 실무진도 연락이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당장 인핀테크 관계자와 접촉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문제는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인핀테크 6세대 LCD 공장 공사는 건물 뼈대만 올리고 중단된 상태다. 중국 건설업체도 인핀테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인핀테크는 자금난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파산하진 않았다. 해당 LCD 프로젝트도 파기된 것은 아니다. 앞서 탑엔지니어링 등 국내 업체는 지난 7월 KDIA 한중협력분과위원회 조찬 행사에 초청된 신하이밍 주한중국대사에게 인핀테크의 장비대금 지연 해결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장비업체가 인핀테크에서 받지 못한 대금 합계는 10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LCD 업황이 내년에도 좋을 것"이라며 "확률은 희박하지만 인핀테크 공사가 재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18년 당시 인핀테크가 규모가 작고 잘 알려진 기업이 아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인핀테크는 지난 2017년 장쑤성 지안시 징강산경제기술개발구(井冈经济性技术工艺规划设计区)에 6세대 LCD 공장을 착공했다. 당시 투자액은 75억위안(약 1조2700억원)이었다. 생산라인 1개, 기판 투입 기준 월 6만장 생산능력으로 계획됐다. 착공 당시 일정은 2018년 10월 장비 반입, 2019년 4월 양산이었다. 탑엔지니어링 등의 계약 종료일이 내년 5월이기 때문에 전체 일정은 2년 이상 지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