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ASMPT에 HBM3E 12단용 TC본더 대규모 주문
"30대 이상" TC본더 조달처 다변화 본격화...한미반도체 독점 '균열'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 공정 핵심 장비로 꼽히는 열압착(TC) 본더 조달처를 다변화했다. 한미반도체 장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달 HBM3E 12단 제품 양산 확대를 위해 ASMPT에 수십여대 TC본딩 장비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30대 이상 주문이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했다. ASMPT는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는 반도체 장비 회사다.
TC본더는 여러 개의 칩을 수직으로 쌓아올리는 HBM 제조 공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장비다. SK하이닉스의 경우 TC본더로 칩 다이를 살짝 올리는 과정을 반복한 뒤 매스리플로우(MR:Mass Reflow) 공정을 통해 칩을 완전히 붙인다. 이후 절연을 위해 언더필(Underfill) 공정 과정을 거쳤다. 이러한 공정 과정을 SK하이닉스는 MR-MUF(Molded Underfill)이라고 불러왔다.
HBM3E 12단은 일부 공정이 바뀐다. 칩 다이(Die) 두께가 보다 얇아졌기 때문에 휘어짐(Warpage) 방지를 위해 본딩시 열을 조금 가해서 살짝 붙이고 MR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SK하이닉스에선 이 공법을 hMR(heated Mass Reflow)이라고 이름 붙였다.
SK하이닉스는 이 공법을 적용했을 시 한미반도체 장비보다 ASMPT 장비 성능이 더 높게 나온다고 판단했다. 지난 9월 초 한미반도체는 40명 이상 전문인력으로 구성한 SK하이닉스 전담 애프터서비스(AS) 팀을 창설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행보는 SK하이닉스의 판단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뒤늦게라도 성능을 극대화해 내년 물량을 확보하려는 노력 아니겠느냐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반도체가 사실상 독점 공급해왔던 SK하이닉스 HBM용 TC본더 시장에 ASMPT가 치고 들어오면서 향후 경쟁은 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ASMPT는 HBM TC본더 '큰손'으로 떠오른 SK하이닉스의 요구사항(장비 사이즈 등)을 최대한 맞춰주기로 했다. 한화정밀기계도 12단 HBM3E 공정 라인에 도입을 목표로 지난 6월 평가용 장비를 SK하이닉스에 넣었다. 아직 평가 통과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관련기사 한미반도체 독주 끝났다... 한화, HBM용 TC본더 SK하이닉스 첫 공급).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협력사와의 거래 관계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HBM3E 12단 제품은 엔비디아의 블랙웰과 AMD의 MI325와 MI350과 같은 주요 GPU AI 가속기에 채택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5년에는 전체 HBM 비트 수요의 80% 이상이 HBM3E가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12단 제품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9월 26일 세계 최초로 12단 HBM3E 제품을 양산했다고 밝힌 바 있다. 회사는 "12단 신제품도 가장 먼저 양산에 성공해 AI 메모리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이크론도 내년 초 양산을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샘플은 제공했으나 아직 통과는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