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달여간 외부자금 총 1050억원 규모 확보
높아진 투자여력에 향후 전략 관심…신사업 진출 관측도
회사 측 "판교사옥 신설, R&D투자 위한 자금확보일 뿐"
차량용 시스템반도체 전문 팹리스업체 텔레칩스가 최근 한 달여 동안 1000억원 초반대의 자금을 확보했다. 자회사 매각, LX세미콘 지분투자 유치 등을 통해서다. 텔레칩스의 3개 분기 매출에 해당하는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텔레칩스는 최근 단기차입 및 계열사 지분 매각, 투자 유치를 통해 외부 자금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먼저 텔레칩스는 지난달 14일 '운전자금 및 개발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200억원의 단기차입금을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렸다. 같은달 22일에는 계열사인 칩스앤미디어 경영권 지분 34.5% 중 26.5%(255만4683주)를 한국투자파트너스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1주당 매매가액은 2만2820원으로 매각대금은 583억원 규모다. 이 자금은 6월15일 주식 양도가 끝나면 텔레칩스에 들어올 예정이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텔레칩스는 지난 17일 국내 최대 팹리스 업체인 LX세미콘으로부터 지분투자를 받는다는 계획을 공시했다. LX세미콘에 자사주 및 구주 매각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 10.93%(151만5000주)를 넘기는 내용이다. 이 게획대로 추진되면 6월 중 텔레칩스는 267억원의 자금을 LX세미콘으로부터 조달하게 된다.
이렇게 세 가지 방식으로 텔레칩스가 지난 한달여간 조달한 외부자금은 1050억원에 달한다. 텔레칩스의 지난해 연 매출액(1364억원) 대비 77%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업계는 1000억원이라는 '실탄'을 어디에 사용할 지에 관심을 둔다. 시장과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관측이 분분하다. 당장 LX세미콘으로부터 지분투자를 받은 것을 두고, 추후 경영권 매각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자사주 및 구주 매각, 제3자 배정 유증으로 기존 최대주주인 이장규 대표 지분율은 22.71%에서 19.07%로 줄어들어, 2대주주가 되는 LX세미콘과의 지분율 격차가 10%p 남짓에 불과해지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관측은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텔레칩스가 신사업 진출 등 대규모 투자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대규모로 조달한 자금으로 기존 사업 이외의 새로운 분야 개척에 나설 것이란 얘기다. 이에 대해 텔레칩스 측은 LX세미콘 자금유치의 목적은 공시 그대로 사업 협력에 있다고 설명한다. 신사업 추진과 관계없이 자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텔레칩스 관계자는 "단기차입한 200억원은 원활한 자금관리를 위한 것으로 회사가 실제 확보한 자원은 800억원 수준으로 봐야할 것"이라며 "이 자금도 대규모 투자보다는 판교사옥 건설, 차세대 차량용 AP(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개발 등에 활용되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텔레칩스는 오랜 기간 무차입 경영 기조를 유지해왔으나, 지난 2020년 판교에 신사옥 및 시스템반도체 R&D 센터를 건설하기로 하면서 산업은행으로부터 약 300억원의 차입금을 조달했다. 이로 인해 텔레칩스의 부채비율은 2019년 51.24%에서 2020년 79.60%, 2021년 95.02%로 지속 상승했다.
또한 텔레칩스는 최선단 파운드리 공정에 해당하는 8nm 공정 기반의 칩을 개발하고 있다. 통상 7nm 이하 공정의 반도체 설계 비용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부담이 적지 않은 투자다. 이장규 텔레칩스 대표 역시 최근 열린 한 포럼에서 "차량용 시스템반도체가 매우 유망한 시장이기는 하나 매출과 영업이익 대비 투자 비용이 상당한 사업"이라며 "텔레칩스도 앞으로 4~5년간 3000억원 정도의 투자해야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텔레칩스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2020년 38.6%, 2021년 34.3%, 등으로 높은 편이다. 반면 최근 3년간 텔레칩스 매출은 1300억원 내외, 영업이익은 수십억원대에 그치고 있어, 외부 자금을 제외한 투자 여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자금 조달이 R&D 투자를 위한 재원확보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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