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환 시장 취임 후 당진시 기조 변화 감지
양측 합의해도 시민단체 반대 극복이 변수
충청남도 당진시와 램테크놀러지 간 불화수소 신규 공장 승인을 둘러싼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양측이 합의점에 이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불화수소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자립화 3대 품목 중 하나다. 당초 당진시는 램테크놀러지의 사고 이력과 안전상의 이유로 공장 설립을 불허했지만 최근 기존 입장에서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램테크놀로지가 당진시를 상대로 제기한 ‘불화수소 공장 승인’ 관련 행정소송 1차 변론이 진행됐다.
램테크놀러지는 반도체 공정에 활용하는 불화수소를 생산한다. 불화수소는 반도체 제조공정 중 동그란 웨이퍼에 묻은 각종 찌꺼기를 깨끗하게 제거하는 물질이다.
불화수소 생산 기술을 확보한 램테크놀러지는 충남 금산군에 월 800t가량 불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2019년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 이후 불화수소가 '자립화 추진 3대 품목'으로 지정된 후 램테크놀러지는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충남 당진시 석문국가산업단지내 공장 부지를 매입해 한국산업단지공단과 입주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2022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기존 6배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2021년 8월 당진시가 '불화수소는 위험물질'이라는 이유로 공장 불허 결정을 내리면서 램테크놀러지의 계획은 난항에 빠졌다. 램테크놀러지 측은 화학물 누출 원천 차단 등 안전성을 고려해 공장을 설계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진시 측은 당시 “램테크놀러지의 금산 공장에서 사고가 난 이력이 있다”며 “주민들의 의견 등을 수렴하고 관련 부서들이 검토한 결과, 불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후 램테크놀러지는 당진시를 상대로 행정심판을 제기했으나 바로 기각됐고 지난해 말 행정소송을 접수했다.
법정 다툼으로 번지며 평행선을 달리던 양측 입장이 변화의 조짐을 보인 것은 올해 하반기부터다. 지난 7월 오성환 당진시장이 새로 취임하면서 당진시 기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여당) 소속으로 당선된 오 시장은 당진시청 지역경제과 과장부터 시작해 기획정책실장, 경제산업국장 등을 거친 ‘경제통’이다. 투자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앞세워 시장에 당선된 만큼 외부 기업 유치에 적극적이란 평가다. 지난 10월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오 시장은 “총 5건, 265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 시장 취임 후 당진시가 보다 전향적으로 램테크놀러지 공장 승인을 검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불화수소 국산화가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 중인 사업 중 하나란 점도 양측이 결국 합의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해 11월 램테크놀러지는 초고순도 불화수소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미세공정에서는 정확도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99.9999%(6N) 이상 불화수소가 사용된다. 반도체 소재 강국인 일본의 경우 12N 불화수소까지 양산 중이다. 특히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일본 모리타와 스텔라케미파 등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엔에프테크놀러지가 모리타, 솔브레인은 스텔라케미파와 파트너십을 맺고 불화수소 생산에 나서고 있다.
램테크놀러지는 독자적으로 순도 12N 이상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 등록까지 마쳤다. 만약 램테크놀러지가 당진 공장을 증설해 불화수소 대량 양산에 성공하면 가격 안정화는 물론 소재 공급망 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램테크놀러지와 당진시 측은 아직까진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 조심스럽다는 반응이다. 램테크놀러지 관계자는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당진시 관계자 역시 “지금으로선 행정소송에 최선을 다해 대응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램테크놀러지와 당진시가 공장 승인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지만 최근 변화의 기류가 감지돼 공장 설립을 승인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조만간 합의에 이를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당진시가 공장 설립을 승인하더라도 지역 시민단체의 반대 등을 어떻게 극복할지는 변수”라고 전했다.
디일렉=강승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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