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 SK하이닉스 사장, “주 52시간 제도, 우려된다”
국내 시스템 반도체 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만의 TSMC를 모방한 ‘KSMC(Korea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가가 주도해 운영하는 관 주도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다.
권석준 성균관대학교 고분자공학부 교수는 한국공학한림원 주최 ‘반도체특별위원회 연구결과’ 발표회에서 “국내 시스템 반도체 업계가 어려운 작금의 현실은 특정한 업체의 잘못이 아니라 기본적인 기반이 잘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국가 인프라나 정책 금융 지원 등을 받아 일명 KSMC와 같은 공기업 비슷한 형태의 파운드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와 파운드리 생태계가 맥을 같이한다는 주장에서 비롯됐다. 권 교수는 “대만의 경우 TSMC(선단), UMC(미들텍), PSMC(미들텍-레거시)의 공정이 서로 겹치지 않으며 탄탄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한국은 삼성 파운드리 하나뿐”이라며 “단단한 파운드리 생태계가 밑바탕이 되어야 소부장 기업들이나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들도 함께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팹리스들은 반도체 설계 초기 단계 테스트를 위해 제작하는 멀티테스트웨이퍼(MPW)를 만들기 위해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 붓는다. 영세한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매우 크다. 하지만 파운드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장비 유지∙보수 등의 사정으로 웨이퍼를 10장, 20장 단위로 생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권 교수는 “기술적, 경제적 문제로 인해 파운드리 운영 주체와 이용하고픈 객체의 간극이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국가 주도로 파운드리를 운영, 이들의 부담을 줄여주자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더 많은 횟수를 테스트할 수 있고, 여러 곳에서 테스트가 가능해 기다리는 시간은 줄어든다. 소부장 기업들의 테스트에서도 마찬가지로 훨씬 수월하다. 20조원을 투자하면 20년 뒤 300조원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권 교수는 이어 감가상각이 끝난 삼성전자 파운드리 라인 일부를 정부 투자로 인수∙리스하자고 제안했다. 국내 3대 나노팹(KANC, NNFC, NINT)을 또한 하나로 통합 운영되는 공공 팹 모델이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주 52시간제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안현 SK하이닉스 개발총괄(사장)은 “엔지니어 관점으로, 개발은 가속이고 관성”이라며 “좋은 제도이지만, 개발이라는 혁신을 하는 데 있어서는 부정적인 습관이나 관행을 만들지 않을까 우려된다. TSMC의 경우 엔지니어들이 늦게까지 남아 일하면 특별수당을 주고 장려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국내 수요기업에 소부장 제품 판매 시 인센티브 지급 ▲목적 지향적 연구개발 ▲소부장 연구개발센터 수도권 진입장벽 완화 ▲인재 유인∙유입을 위한 반도체 특별연금법 ▲제조시설구축(용수∙전기 등 포함) 적시 투자 ▲첨단 패키징 관련 대규모의 전문 공공연구기관 구축 등이 해결책으로 제시됐다.
이날 행사에는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이혁재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특별위 위원장으로 자리했다. ▲김기남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겸 삼성전자 상임고문 ▲김동순 세종대학교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박재홍 보스반도체 대표 ▲백광현 중앙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학장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 ▲이현덕 원익 부회장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 등 반도체 산학계 인원들 다수가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