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 주요 반도체 업체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반도체 상위 10개사의 올 1분기 매출을 발표했다. 매출은 인텔·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브로드컴·퀄컴·텍사스인스트루먼츠(TI)·하이실리콘·엔비디아·키옥시아 순으로 조사됐다.
이들 업체의 1분기 매출은 636억달러(약 76조6126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 분기(4분기)보다 평균 2.1% 증가한 수치다.
10개사의 매출 증가를 주도한 곳은 퀄컴과 하이실리콘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미국 무선 반도체 공급 업체인 퀄컴은 전 분기 대비 매출이 14.6% 증가했다.
론 엘러윈더 반도체 부문 수석 애널리스트는 "퀄컴이 중국 정부가 5G 이동통신 인프라 구축을 강조하며 관련 시장을 육성시키려는데 따른 덕을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 화웨이의 칩 사업부인 하이실리콘은 같은 기간 대비 40.3%로 10개사 중 가장 높은 매출 증가율을 보였다. 옴디아는 미국의 규제가 오는 9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화웨이가 퀄컴 등으로부터 미리 재고를 축적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기술로 화웨이용 반도체를 만들 경우 당국의 승인을 받도록 한 것이 규제의 골자다. 퀄컴과 하이실리콘의 1분기 매출 순위는 각각 6위(41억달러), 8위(28억달러)다.
낸드플래시(전원을 꺼도 데이터를 기억하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도 관련 기업의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5G 상용화로 데이터 처리·저장 용량이 커지면서다. 일본 기업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는 매출이 같은 기간 대비 10.0% 증가했다. 10개 기업 가운데 매출 순위는 10위(26억달러)다. 옴디아에 따르면 올 1분기 낸드플래시 매출은 같은 기간 대비 6.9% 상승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도 증가했다. 양사의 올 1분기 매출은 각각 137억5100만달러, 58억6900만달러다. 해외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은 48억9500만달러를 기록했다. 매출은 삼성전자가 전 분기 대비 1.4%,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0.7% 늘었다. 옴디아는 낸드 플래시의 수요 증가를 원인으로 분석했다. 낸드플래시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저장장치에 사용된다.
론 엘러윈더 수석 애널리스트는 "1분기에 많은 반도체 기업들이 고객용·기업용 PC 및 서버에 대한 강력한 수요(재택 주문 증가)로부터 이익을 얻었다"며 "소비자 수요 증가를 수용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이 반도체 칩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텍사스인스트루먼트의 매출은 0.5% 하락했다. 시스템반도체 주력 기업인 미국 인텔·브로드컴·엔비디아는 각각 1.8%, 2.1%, 0.9% 줄었다.
전체 반도체 시장의 실적도 다소 하락했다. 지난해 4분기 1123억달러에서 올 1분기 1101억달러를 기록했다. 약 2.0% 감소했다. 10개사를 제외하면 7.2%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