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가 일본 장비업체 고쿠사이일렉트릭 인수가를 35억달러(약 3조8000억원)로 높인다고 블룸버그, 니혼게이자이 등 외신이 보도했다. 당초 인수액인 22억달러(약 2조4000억원)보다 59% 높은 수준이다. 어플라이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인수 마감 기한은 작년 12월 30일에서 3월 19일로 약 3개월 연장했다. 이번이 세 번째 연장이다. 어플라이드는 고쿠사이를 소유한 미국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인수가를 두고 줄다리기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어플라이드는 반도체 제조 장비 수요 증가로 장기적인 수익 창출이 기대돼 인수가를 높였다고 밝혔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제조 장비 매출은 상승세가 전망된다. SEMI는 지난해 688억달러(약 74조7000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찍은 반도체 제조 장비 매출액이 올해 721억달러, 내년 761억달러로 연이어 신기록을 경신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어플라이드의 고쿠사이 최초 인수 계약은 2019년 7월 체결됐다. 어플라이드는 당시 계약 체결을 밝히면서 고쿠사이에 대해 단일 웨이퍼 처리 시스템과 고객 관계, 공급망, 제조 능력 등에 강점이 있는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게리 디커슨 어플라이드 최고경영자(CEO)는 "고쿠사이는 우수한 고객 관계를 바탕으로 웨이퍼 팹 장비 시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이 회사 인수로 고객 혁신과 높은 가치 창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어플라이드가 5G 시대를 맞아 최신 자동차, 산업기계 등 여러 분야의 고성능 반도체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어 고쿠사이 인수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고쿠사이는 반도체 주재료인 웨이퍼 증착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알려졌다.
어플라이드의 고쿠사이 인수가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서란 시각도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중국은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반도체 및 장비업체 육성을 서두르고 있다"며 "어플라이드가 고쿠사이 인수를 결정한 것은 중국에 기술유출을 우려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산업 제재로 반도체 설계, 생산의 핵심 기술과 장비를 들여올 수 없게 되자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 인수도 방안 중 하나다. 실제 중국 기업이 고쿠사이 인수를 추진했다고도 전해진다. 이에 미국이 고쿠사이 기술이 중국에 유출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미국이 서둘렀다는 분석도 시장에서 나왔다. 어플라이드의 고쿠사이 인수에 중국 당국의 승인 여부가 주목되는 이유다.
어플라이드는 고쿠사이 인수를 위해서는 주요국 규제당국의 합병 허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주요국엔 중국도 포함된다. 양사의 인수 마감 기한이 늘어나는 이유가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기 위해서라는 주장도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고쿠사이는 한국 자회사 국제일렉트릭코리아를 통해 삼성전자 D램 생산라인에 퍼니스 타입 원자층증착(ALD) 장비를 공급한다. 어플라이드가 고쿠사이를 인수하게 되면 국제일렉트릭코리아가 어플라이드코리아 조직 내로 들어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