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10-17 16:21 (목)
[인터뷰] 박재범 포스코경영硏 박사 "배터리 밸류체인이 급변하고 있다"
[인터뷰] 박재범 포스코경영硏 박사 "배터리 밸류체인이 급변하고 있다"
  • 이상원 기자
  • 승인 2021.10.26 1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인터뷰
"다운스트림 기업들의 업스트림 쪽으로 진출 본격화"
"인력 이동과 맞물려 밸류체인 자연스럽게 파괴될 것"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최근 전세계에서 가장 '핫(hot)'한 산업은 단연 배터리다. 국내외를 가리지않고 메이저기업간 M&A, 합작 소식이 쏟아져나온다. 국내에서도 삼성, SK, 현대차, LG 등 주요 대기업이 배터리 주도권 확보에 총력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이런 추세와 맞물려 배터리 소재, 장비, 셀과 관련된 기업들의 주가도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본격적으로 개화하는 배터리산업에서 올 들어 눈에 띄는 트렌드는 '밸류체인의 변화'다. 완성차 회사들이 배터리를 만들겠다고 나서고, 배터리 회사들은 소재 분야로 진출한다. 급변하는 배터리산업의 밸류체인의 흐름을 읽어야 '흥망성쇠'의 소용돌이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배터리 밸류체인은 어떤 변화를 보이고 있을까.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최근 <디일렉>과의 인터뷰를 통해 "배터리 산업에서 '다운스트림'에서 '업스트림'으로 이동 속도가 점점 가속화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완성차→배터리셀→소재·원료 등 점점 업스트림 쪽으로 기업들의 사업영역 확장이 빨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다운스트림에 속한 회사들이 원료와 소재, 배터리셀 쪽으로 점점 이동하는 모습"이라며 "완성차 업체들이 일정 부분 배터리를 내재화하고, 그렇게 되면서 배터리셀 회사들은 원료·소재로 옮겨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짚었다. 앞으로 수년 후에는 지금과 전혀 다른 배터리 산업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연구원은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 셀 업체를 건너뛰고 바로 소재 업체와 거래할 가능성은 낮다. 배터리 내재화를 먼저 한 뒤에 소재 회사와 접점을 늘려 나가는게 순서다. 배터리 회사들이 소재 분야에 진출하는 이유도 거기까지 다 커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중국 생산 비중이 80%에 달하는 전구체도 미국에서 생산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압박을 늘려갈 것"이라며 "중국 의존도가 높아서 바로 제재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제재가 들어온다면 당장 국내 업체도 리스크를 안고 갈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며 사전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래는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과의 질의응답 내용이다.

Q. 배터리는 소재 분야가 중요하지 않습니까?

A. 배터리 원가의 절반 이상이 소재고, 그중에서도 양극재만 30% 정도니까 굉장히 큰 시장이죠. 

Q. 배터리의 주요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는 어떻게 만들어집니까?

A. 일단 양극재부터 봤을때 흔히 삼원계라고 이야기하는 니켈·코발트·망간(NCM)을 가지고 전구체(프리커서)를 만들고요, 전구체에 리튬을 섞어서 양극재를 만들게 됩니다.

음극재는 크게 세 종류로 나눌수 있습니다. 지금 가장 많이 사용하는 건 소형 배터리에 주로 쓰였던 천연흑연을 가지고 만드는 음극재입니다. 둘째로는 전기차 쪽에서 많이 쓰이는 인조흑연을 가지고 만드는 음극재가 있습니다. 이건 천연흑연을 모방한 음극재인데, 콜타르(coal tar)라는 원료를 가공해서 인조흑연의 원료인 침상코크스를 만듭니다. 이 침상코크스를 분쇄해서 원하는 모습으로 뭉친 뒤에 고온에서 가열하면 인조흑연 음극재가 됩니다. 셋째로는 앞으로 많이 쓰일 실리콘계 음극재가 있습니다. 이건 원료 자체가 실리콘입니다. 더 나아가면 리튬메탈 음극재도 있죠. 음극재 쪽은 기존에 흑연이나 석탄이 메인 원료로 쓰였다면 앞으로는 원료 자체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으로 완전히 실리콘계 음극재나 리튬메탈 음극재로 교체되기보다는, 이런 재료를 조금씩 섞어서 쓰는 형태로 갈 것 같습니다. 천연흑연의 비중이 조금씩 낮아지고 실리콘이나 리튬메탈 비중이 높아지는 형태로 진행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Q. 배터리는 원료 비중이 높다 보니까 원재료 가격의 상승과 하락에 신경을 많이 쓰는것 같습니다.

A. 신경이 많이 쓰이죠. 일단 핵심 원료들은 런던금속거래소(LME) 가격에 연동이 많이 되기 때문에 갑자기 수익이 확 늘거나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다운스트림쪽으로 갈수록 원가에 부담이 되죠. 그래서 밸류체인상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들이 원료 가격이 너무 올라가지 않는 선에서 안정적으로 원료를 확보하는 것을 지상 과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까 다운스트림 쪽에 있는 배터리나 완성차 업체들이 사급 쪽에 관심을 많이 가질수밖에 없는거죠. 우리가 직접 제조하지 않더라도 원료 업체를 통해 필요한 물량을 대량으로 공급해서 서플라이 체인 안에 있는 회사들에게 뿌려주겠다는 겁니다. ※편집자 주: 사급이란 모기업에서 자재를 일괄 구매해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Q. 사급을 어떤 방식으로 뿌려주는 겁니까?

A. 여러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죠. 제일 확실한 방법은 지분투자를 해놓고, 원재료 회사에 합작회사(JV)를 만들거나 그 회사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할때 오프테이크(OffTake, 장기구매계약)하는 식입니다. 우리가 지분을 투자한 만큼 일정 비중을 원료로 가져오는 식이죠. 가격도 그 단계에서 협상합니다. 시가에서 플러스(+), 마이너스(-) 몇 퍼센트 사오겠다 하는 식으로요. 그렇게 하면 시가보다 좀 낮게 사올 수 있겠죠? 그러면 원료 회사들도 투자비를 줄일수 있어서 나쁘지 않은 상황이고요. 이러면 당연히 시장에서 마켓쉐어가 높고 물량이 많은 회사일수록 더 유리하겠죠.

Q. 배터리를 생산하는데 원재료가 많이 들어갑니다. 매장량은 문제가 없습니까?

A. 어릴 적에 '석유 곧 고갈된다' 이런 이야기 들어보셨죠? 그런데 석유 잘 나오잖아요. 결국에는 경제성의 문제인것 같아요. 저희가 흔히 말하는 희토류 있잖습니까. 희토류는 정말 매장량이 작아서 이름을 희토류라고 붙인겁니다. 리튬같은 경우도 매장량이 많은건 아니지만 리튬을 희토류라고 부르지는 않잖아요.

가격이 얼마나 올라가고, 떨어지고, 원료 개발 프로젝트의 경제성이 어떻게 나오는가에 따라 보전된 자원을 어떤 방식으로 채굴해서 공급할지, 이런 곳에서 경제성이 생기는 겁니다. 원래는 경제성이 없던 자원이 어느순간 경제성이 생기는 부분이 있는데 그 단적인 예가 리튬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몇년 전만 해도 남미에서 리튬을 공급받았죠. 최근에는 호주에서도 광석 리튬을 캐요. 호주는 염호가 아니라 다른 광물 캐듯이 리튬도 광석에서 캡니다. 미국에도 광석 리튬 매장이 꽤 있거든요. 미국 내 공급망을 구축하려고 하면 당연히 미국에서 리튬을 캐겠죠.  예전에는 리튬 가격이 쌌기 때문에, 그리고 수요 자체가 많지 않아서 남미에서만 채굴했지만 이제는 호주나 미국, 중국에서도 채굴할 수 있는 거고요. 원가(채굴비용) 자체는 광석 리튬이 염호 리튬보다 높겠죠. 하지만 이제는 리튬 가격과 수요가 오르면서 프로젝트에 경제성이 생기고 원료 채굴이 진행되는 겁니다. 니켈이나 코발트도 비슷한 형태로 진행이 될겁니다. 또, 어떤 형태로든 다른 어플리케이션에 쓰였던 원료들을 배터리 원료로 전환하려고 하고, 이런 프로젝트들이 계속 전환되는 트렌드가 진행될 수밖에 없는 구도인것 같아요. 제가 볼 때 '원료가 부족해서 못만든다'는 일은… 다만 가격은 계속 출렁이겠죠. 니켈이나 리튬은 2040년이 되면 지금보다 필요한 양이 30~40배까지 늘어날거라고 보고 있거든요. 공급이 안 될 정도로 부족하진 않은데 다만 가격이 높아질 수 있는 여지는 있죠.  그런 측면에서 최근에 각광받는 분야가 리사이클링입니다. 전기차도 10년 이후에 폐차할텐데 폐배터리에서 원료를 추출하면 새로운 광원이 될수 있으니 그런 부분에서 시장이 많이 커질겁니다.

Q. 그려면 기존에 원료를 추출하던 회사들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건데, 소위 말해 노 난거 아닙니까?

A. 그렇죠. 원료 회사들의 램프업(Ramp-up) 기간이 원료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예를들면 흑연은 기간이 조금 적게들고 리튬이나 니켈은 상대적으로 긴 이런 부분들이 있습니다. 원료 회사들은 전기차 밸류체인 상에서 볼때 가장 보수적인 플레이어예요. 그리고 가장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부분이죠. 원료 프로젝트에 투자하면 10~20년 동안 카펙스(CAPEX, 자본지출)는 거의 안들어가고 오펙스(OPEX, 운영비용)만 들어가면서 사업을 해왔는데 갑자기 전기차 원료가 섞이면서 최근에 많이 혼란스러운거죠.

글로벌 원료 회사들은 우리가 생각하는것 이상으로 규모가 큽니다. 우리나라에서 생각하는 제조업, 큰 회사들 수준 그 이상으로 규모가 크고요, 상대적으로 소재 회사들은 규모가 작죠. 그동안 배터리 시장이 커지면서 배터리용 원료가 많아진다고 해도 관심이 별로 없었어요. 리튬 제외하고 니켈이나 코발트, 망간, 흑연 이런 것들을 제조하는 회사들은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지금은 관심을 많이 갖게 됐죠. 다운스트림 쪽에 있는 회사들이 업스트림 쪽으로 직·간접적인 진출, 조인트벤처(JV)나 지분투자를 해서 이쪽으로 들어오니까 관심을 많이 갖게 되는 상황입니다. 우리 니켈에 관심이 많잖습니까. 원래 니켈 하는 회사중에 BHP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호주 회사인데요, 그 회사도 최근에 배터리용 니켈 사업에 도전하려고 합니다. ※편집자 주: 램프업(Ramp-up)이란 수요 증가에 대비해 생산량을 늘릴 때 사용하는 용어다.

Q. BHP는 어떤 사업을 주로 했습니까?

A. 스테인레스용 니켈입니다. 원래 니켈은 메인 시장이 스테인레스입니다. 스테인레스를 쉽게 말씀드리면 가벼운 철이죠. 이런 회사들이 가만 보니까 스테인레스를 만드는 것보다 배터리용 니켈을 만드는게 이익도 더 많이 남길수 있고, 결정적으로 광권을 가지고 있으니 몇 가지 공정을 붙여서 배터리용 니켈을 만들어보겠다 하는거죠. 다운스트림 쪽에 있는 많은 회사들이 돈보따리 들고 찾아들고 있습니다.

Q. 스테인레스용 니켈과 전기차용 니켈은 좀 다르지 않습니까?

A. 배터리용 니켈이 훨씬 순도가 높죠. 배터리용 니켈은 황화광이라는 니켈광을 쓰는데 이건 주로 적도 부분에 매장이 되어 있어요. 인도네시아, 필리핀, 뉴칼레도니아(누벨칼레도니) 이런 곳이죠. 스테인레스용 니켈은 고위도 지방, 북극권에 가까운 러시아, 캐나다 그리고 남반구로 가면 호주 이런 나라들에 매장돼 있습니다. 그래서 큰 원료 업체들은 러시아, 캐나다, 호주, 브라질 같은 곳에 많습니다.

스테인레스용 니켈은 산화광이라는 원료를 가지고 만들고, 배터리용 니켈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같은 나라에서 주로 나오는 황화강이라는 니켈로 만듭니다. 여기에 중국 회사들이 투자 많이 합니다. 인도네시아랑 중국이 사이가 좋더라고요. 인도네시아 새로운 프로젝트에 중국 회사가 안 끼는 곳이 없어요. 다 조금씩 발을 담그고 투자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원래 니켈을 하던  회사들은 산화광을 황화광처럼 만들어서 배터리용 니켈로 사용하려는 프로젝트도 많이 하죠.

Q. 스테인레스용 니켈을 전기차용 니켈처럼 만들 수 있나보죠?

A. 니켈 제련법이 크게 나눠서 건식과 습식이 있습니다. 태워서 만들면 건식이고 약품 처리를 하면 습식이죠. 스테인레스 니켈을 만들던 습식 제련 방식을 전환해서 배터리용 니켈로 만들겠다 하는 이런 기술적인 부분이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원재료를 생산하는 회사들은 별다른 시설 투자 없이도 잘 먹고 잘 살았는데, 지금 여러 플레이어가 들어오면서 약간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인가요?

A. 그럴 수도 있지만, 원료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광권을 확보하고 있는 기존 회사들이 절대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채굴량이 워낙 많아지면서 새로운 시도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마침 배터리용 원료 시장이 커지면서 그쪽으로 자연스럽게 트렌스포메이션 할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볼수 있죠.

Q.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건 어떤 의미입니까?

A. 밸류체인상으로 볼때 순서대로 원료, 소재, 배터리, 그 다음에 전기차… 이렇게 봤을때 하나씩 위로 올라가는 추세가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완성차 회사들은 배터리 내재화에 관심이 많죠. 시기의 문제일뿐이지 언젠가는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일 것 같습니다. 배터리를 100% 내재화할 순 없지만 일정 부분 내재화는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것 같아요.

배터리 회사들은 이미 소재쪽으로 상당부분 내재화를 진행하고 있지만, 더 캐파를 늘리면서 우리가 필요한 물량을 내재화하겠다는 움직임이 최근 몇달 새에 급격히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소재 회사들은 밸류체인 상에서 양쪽에 끼이는 상황이라서 원료 쪽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요. 밸류체인 전체로 볼때 윗단으로 올라가는 구도로 가고 있고요, 앞으로 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될 것 같습니다. 

Q. 완성차 회사가 배터리 만들고, 배터리 회사가 소재에 뛰어들고, 소재 다루는 회사가 원재료를 캐게 되는거죠?

A. 네. 두 단계를 건너뛰는 건 아직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원료는 밸류체인 상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가 관심을 갖고 있죠. 원료에서 다 모이고… 하나씩 밸류체인 상에서 업스트림 쪽으로 올라가고요.

Q. 우리 고객이 우리의 사업 영역으로 들어오는거니까… 우려도 있겠고 대비책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겠네요.

A. 예. 방금 말씀드린 밸류체인 상에서 업스트림으로 올라가는게 하나의 대비책이라고 볼 수 있죠. 또 한가지는 기술 그리고 인력, 이런 부분들이 중요한 경쟁력이 될텐데 우리나라 배터리 하시는 분들은 유럽 쪽으로 많이 가셨다고 하더라고요. 중국 쪽으로도 가셨고요. 요즘에는 채용 공고쪽에 겹치는 부분이 많아요. 전기차 회사에서 배터리 전공한 사람을 뽑겠다, 배터리는 소재 인력 뽑겠다…이런 것들이 뭘 이야기하냐 하면, 미리 사람 뽑아서 역량 확보하고 기술도 축적해놓겠다 하는 거죠. 

최근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분쟁이 있었잖아요. 그건 문제가 되죠. 동종 업계로 가는거니까. 그런데 소재 회사에서 자동차 회사로 가는건 상관 없죠. 배터리 회사에서 완성차 업체로 가는것도 별로 관계 없고… 동종 업계가 아니니까요. 그런데 이 밸류체인은 향후 동종업계로 묶일 수도 있는 구도입니다. 인력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시장이지만 굉장히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인력이 이동하면 자연스럽게 밸류체인이 파괴되는 부분이 일어날수 밖에 없는 상황인것 같습니다.

Q. 배터리 셀 업체들이 소재 회사들과 합작사(JV)를 만들고, 전기차 회사들도 셀 업체와 합작사를 만드는것도 그런 과정의 연속이라고 봐야 합니까?

A. 네. 업스트림쪽으로 하나씩 가기 위한 단계가 있겠죠. 자동차 회사가 어느날 갑자기 배터리 사업을 시작할 순 없으니 단계를 밟아야 하는거고요. 조인트벤처(JV)도 하나의 단계, 그러니까 자동차 회사가 배터리를 내재화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죠. 배터리 수급 안정성을 위해 자동차 회사들이 배터리 회사들과 조인트벤처를 한다. 이걸 곧이 곧대로 믿기는 힘들것 같아요. 그러면서 사업에 대한 이해도 하고, 이 부분이 어떻게 돌아가고, 공급망은 어떻게 구축되고, 누구한테 사오고, 어떻게 생산하고, 그런 부분을 스터디 해보겠다는 거죠. 배터리 내재화를 안 할수도 있죠. 그런데 해서 나쁠것도 없는 구도인것 같아요. 

또 한가지가 자동차 회사들이 최근에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죠. 그것도 내재화 전단계라고 볼수 있습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제일 먼저 만든 회사가 테슬라, 폭스바겐 등이 있습니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전기차 플랫폼을 만들면서 전기차 점유율이 확 올라갔어요. 그만큼 원가나 생산성 측면에서 전기차 플랫폼을 만드는 게 유리하고, 물량이 많아지니 내재화 여건도 구축되겠죠. 그런 측면이 있고, 전기차 플랫폼을 만들면 '유니파이드 셀'이라고, 셀을 어느정도 규격화할수 있어요. 그러면 하부 구조는 똑같아 지는거예요. 그 위에 어퍼케이스(Upper Case)만 다르게 하는 그런 모양으로 갈수 있죠.

Q. 그러면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 셀 생산업체를 다변화할수 있겠군요.

A. 그렇죠. 폭스바겐에서 파워데이할때 플랫폼을 통해 각형 배터리로 가겠다고 했잖아요. 거기에 숨겨진 의미는 그런거죠. 각형 배터리를 만들수 있는 업체한테 배터리를 공급받겠다. 그런 시그널을 보낸거고요. 완성차 업체들도 그러면서 단계적으로 내재화를 추구해가겠죠.

Q. 그러면 완성차 업체들이 셀 업체를 안 거치고 소재 회사로부터 직접 소재를 받아올 수도 있는 겁니까?

A. 그럴수도 있겠죠. 완성차 업체들이 두 단계 건너뛰어서 소재를 바로하기는 쉽지 않을테니 배터리 내재화를 먼저 할 겁니다. 그러면 소재 회사랑 접점이 많아질 수 있는 상황이 되겠죠. 배터리 회사들이 소재까지 하는 이유도 결국에는 거기까지 다 커버하겠다는 겁니다.

Q. 지금 어떤 배터리 셀 업체가 어떤 완성차 업체와 합작사(JV)를 만든다고 마냥 좋아할 건 없겠군요? 물론 단기적으로야 좋겠지만요.

A. 단기적으로는 좋겠죠. 배터리 회사들도 판매량이 많아지면서 선순환 구도가 되는거니까요. 확정되는 판매 물량이 많아지면서 시설에 투자할수 있고, 거기서 손익분기점(BEP)을 빨리 달성하면서 남는 이익 가지고 투자 이력을 확보할 수 있죠. 배터리 회사들도 그 부분을 감안하면서 JV를 하겠죠. 어떤 회사랑 JV한다고 그 배터리 회사가 당장 위험에 빠지거나 그럴 일은 없지만, '우리도 준비를미리 하겠다'는 식으로 밸류체인 상에 있는 플레이어들이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거죠. 

Q. 지역적인 문제,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 같은 것들은 주로 반도체 이야기지만, 그 안에 배터리도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까?

A. 포함돼 있죠. 핵심은 전기차와 배터리입니다. 조만간 미국 내에서 생산하지 않는 제품에 관세가 부가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미국 내 테슬라 공장에서 만드는 건 괜찮고, 중국 테슬라 공장에서 만드는 제품이 미국으로 오면 관세를 부과할 수 있죠. 왜냐하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기준으로 캐나다, 미국, 멕시코에서 만든 제품은 관세가 없고, 나머지 지역은 관세를 부과하겠다… 이 부분은 향후 유동적이긴 하겠지만 방향성이 크게 바뀌진 않을겁니다. 

배터리도 마찬가지고 전기차도 그렇고 업스트림쪽에 있는 소재,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전구체, 원료 여기까지는 이야기가 있죠. 그런데 미국 정부에서 2030년까지 전체 판매 차량의 50%를 전기차로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너무 자국 내 공급망 구축에만 포커스를 맞추면서 관세나 패널티를 많이 부과하면 그런 부분이 어려울 수 있잖아요. 미국내 생산 기업들도 원가가 중요한데, 이런 부분을 잘 따져보고 있는 것 같아요.

Q. 소재 쪽에도 관세를 부과할수 있다는 우려가?

A. 그런 우려가 있죠. 

Q. 원료는요?

A. 양극재를 예를 들어 말씀드려볼께요. 나뉘겠죠. 양극재까지만 미국에서 만들면 된다고 할 수도 있고, 양극재를 만들기 전에 부원료인 전구체도 미국에서 만들라고 할 수도 있고, 제련도 미국에서 하라고 할 수 있죠. 원감만 갔다가, 예를들면 배터리용 니켈이나 배터리용 리튬을 미국에서 만들라고 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전체 밸류체인을 다 하기에는 사실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고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중요한 부분은 양극재의 원료인 전구체인데 이건 전세계 마켓쉐어 기준으로 중국에서 만드는 비중이 80%가 넘거든요. 갑자기 어느날 미국에서만 이걸 다 만들어라 하기는 쉽지 않을겁니다. 

물론 그 부분을 계속 푸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가긴 하겠죠. 왜냐하면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이 파이도 함께 커지고 어떤 기업이 이익을 가져가는지 곰곰히 따져보텐데, 유럽이 딱 그렇게 가지 않습니까? 전기차 시장이 커지는데 동아시아 삼국만 재미보는 것 같으니 우리도 유럽 내에서 공급망을 구축하고 유럽에 있는 회사를 키우겠다고 하잖아요. 미국도 마찬가지로 가고 있는것 같고요.  중국 회사들이 커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죠. 전기차 붐이 중국에서 가장 먼저 일어난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중국이 내수 시장에서 먼저 치고 나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중국 회사들이 커졌던게 굉장히 큰 요인이죠. 특히 소재 쪽에서요. 미국에서 봤을때 전구체는 중국이 너무 갖고 있네? 라고 생각할 수 있죠. 그런데 전구체는 만들때 이산화탄소(Co2)가 많이 발생하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생길겁니다. 뭐 '중국 내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쓰지 마라' 이런 요구사항은 있을 수 있죠. 그렇게 되면 국내 업체가 유리한 구도를 점할 수도 있고, 다만 중국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바로 제재하기에는 쉽지 않고, 제재가 들어오면 당장 국내 업체도 리스크를 안고 갈 수밖에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Q. 국내 소재 업체들도 앞으로 그런 흐름으로, 배터리 셀 업체 근처로 나가야겠네요.

A. 여러가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아직은 시간이 좀 남아 있지만 요즘에 원료에서부터 전기차 생산까지의 이산화탄소(Co2) 총량을 규제하겠다고 나오잖아요. 지금은 친환경 전력 생산비용이 석탄 발전 비용보다 높은데, 앞으로 친환경적이지 않은 에너지원으로 만든 소재, 원료, 배터리에 다 관세를 부과하면 그 비용을 맞출 수 있는거죠. 그렇게 되면 유럽이나 미국의 친환경 에너지에도 경쟁력이 많이 생기죠.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쪽에서요. 특히 유럽은 친환경 인프라가 많이 발전해 있기 때문에 유럽에서 그 부분을 경쟁력으로 삼고자 하는 부분이 다분히 있을 겁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강남구 논현로 515 (아승빌딩) 4F
  • 대표전화 : 02-2658-4707
  • 팩스 : 02-2659-47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수환
  • 법인명 : 주식회사 디일렉
  • 대표자 : 한주엽
  • 제호 : 디일렉
  • 등록번호 : 서울, 아05435
  • 사업자등록번호 : 327-86-01136
  • 등록일 : 2018-10-15
  • 발행일 : 2018-10-15
  • 발행인 : 한주엽
  • 편집인 : 장지영
  •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디일렉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디일렉. All rights reserved. mail to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