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사 에스에프에이(SFA)가 일본 다이후쿠가 독점하고 있는 웨이퍼 운반 자동화 장비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미 자회사 세메스를 통해 이 장비 국산화에 성공했다.
김영민 에스에프에이 대표는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상반기 실적 설명회에서 “OHT(Over Head Transport) 장비 데모 라인을 공급 완료했고, 기술 검증도 마쳤다”면서 “양산라인 수주를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말한 ‘양산라인’은 국내 반도체 회사 신공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전문가는 “복층 구조의 신공장 상부 하부에 OHT를 통째로 넣으면 관련 매출이 적어도 5000억원을 웃돌 것”이라면서 “한번에 다 투자를 하는게 아니어서 이 매출은 순차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OHT는 공장 천장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 웨이퍼가 담긴 통(FOUP)을 각 공정 장비로 옮기는 자동 이송 시스템이다. 일종의 로봇이다. OHT 하드웨어는 먼지와 진동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최대한 빠른 속도로 이송하는 것이 경쟁력이다. 핵심은 통이 움직이는 경로를 계산하는 소프트웨어 기술. OHT 운용이 특정 구간에 집중될 경우 생산성이 떨어진다. 에스에프에이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OHT 운용 효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AI를 통해 반송 예상 경로를 사전 예측해서 집중화 현상을 없앨 예정이다. 이 경우 운행 효율이 약 10% 향상된다는 것이 에스에프에이가 강조하는 내용이다.
OHT 시장 최강자는 일본 다이후쿠다. 1937년에 설립된 다이후쿠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공장 자동화 솔루션 업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국내 업체는 물론 인텔과 TSMC 등 세계 굴지의 반도체 회사가 다이후쿠 OHT 시스템을 도입했다.
김 대표는 “일본 다이후쿠 본사 연간 매출은 4조원대로 이 가운데 6000억원~1조원이 한국에서 수주하는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2016년 말 세메스가 개발한 OHT를 평택 1라인에 설치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향후 신공장이 지어질 때마다 세메스 OHT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에스에프에이가 OHT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일본 다이후쿠는 국내 대형 고객사를 잃게 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