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핀은 2004년 영국 맨체스터대학교의 안드레 가임(Andre Geim)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Konstantin Novoselov) 연구팀에 의해 처음으로 발견되어 꿈의 신소재로 주목받아왔다. 그동안 실리콘을 대체하는 그래핀 기반의 전자소자 개발을 위해 상당한 노력이 진행됐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그래핀은 실리콘에 비해 200배 이상의 전하 이동도를 갖지만 통상적인 반도체 물질과 다르게 반금속 특성 때문에 전류를 off 상태로 만들기 어렵다. 이는 그래핀 트랜지스터 개발을 저해하는 실질적인 요소였다.
그래핀 기술을 활용한 전자 소자와 센서 기술을 개발하는 기술 기업인 에이배리스터컴퍼니의 정현종 대표는 “그래핀은 밴드 갭이 없어 트랜지스터로 사용하기에 한계가 있었으나, 이를 극복한 배리스터 기술을 개발해 전류 스위칭 문제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실리콘과 그래핀을 결합시키는 과정에서 '배리스터'라고 이름 붙인, 독특한 그래핀 결합 방법을 개발해낸 것이다. 그래핀과 실리콘 사이에 존재하는 쇼트키 장벽의 높이를 조절함으로써 전류의 흐름을 제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 대표는 그래핀 배리스터 기술을 센서에 활용하면 센서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창업을 결심했다. 정 대표는 “그래핀 배리스터 기술을 활용해 센서 신호를 100배 이상 증폭시킬 수 있는 설계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바이오 센서, 광검출기, 가스 감지기 등 다양한 센서에 활용될 수 있다.
에이배리스터컴퍼니는 그래핀 배리스터 기술을 라이센싱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이미 유럽과 미국 기업들과의 협업을 검토 중이다. 정 대표는 “라이센스 계약을 통해 올해 말이나 내년 상반기 중 첫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그래핀을 이용한 적외선 센서를 직접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기존의 실리콘 기술로는 감지할 수 없는 1550나노미터 파장의 빛을 검출하는 센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자율주행차와 로봇 등에서 라이다(LiDAR) 기술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 대표는 향후 그래핀 배리스터 기술을 바탕으로 센서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에이배리스터컴퍼니의 정현종 대표님 모셨습니다. 에이배리스터컴퍼니는 반도체 회사입니까?
“저희는 반도체, 특히 센서 설계 분야에서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래핀을 반도체 센서에 도입하면, 그래핀의 고유한 특성 덕분에 일반적인 반도체 소자보다 센서의 신호가 약 100배 정도 증폭됩니다. 저희는 이러한 특성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최적화된 설계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 그래핀이 어떤 소재인지 간략하게 설명해주시죠.
“그래핀은 약 10년 전부터 굉장히 주목받던 소재였지만, 지금은 그때만큼 기대가 크지는 않죠. 그래핀은 탄소 원자 한 층으로 이루어진 2차원 물질입니다. 구조를 보면 육각형 벌집 모양을 하고 있고, 그 벌집의 꼭짓점마다 탄소 원자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 그래핀이 발견된 지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죠?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보통은 어떤 물질이 발견되고 응용처가 확실히 되고 나서야 노벨상을 받는데, 그래핀은 워낙 주목을 받다 보니 가능성만 가지고 노벨상을 수상했죠.”
- 2004년 영국 맨체스터대학교의 안드레 가임 연구팀과 러시아의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연구팀이 발견해서 2010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네요. 그렇게 굉장한 발견인가요?
“당시 그래핀은 정말 핫했습니다, 어느 정도였냐 하면, 유럽에서 1조 원 이상의 예산을 들여 약 10년 동안 그래핀을 반도체 산업에 적용하려는 대규모 연구 과제가 진행될 정도였습니다. 그래핀은 다양한 형태로 활용할 수 있는데, 구조체로서도 유용하고 반도체 특성도 유용하며, 매우 얇고 투명한 히터 같은 분야에도 응용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초기에 가장 큰 관심을 끈 이유는 그래핀이 새로운 반도체 소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반도체 물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 그래핀의 주요 특징들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그래핀은 한 장으로 이루어진 2차원 물질인데, 같은 두께로 비교했을 때 철보다 약 100배 더 강합니다. 그리고 구리는 전류를 잘 흘리기 때문에 전선으로 많이 사용되는데, 대략적인 수치로 말씀드리면 그래핀은 구리보다도 약 100배 더 전류를 잘 흘릴 수 있습니다. 그래핀은 이런 전기 전도성과 강도를 포함한 여러 특성이 기존의 다른 물질들보다 훨씬 뛰어나다 보니까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 투명도도 높지 않습니까?
“그래핀은 약 3% 정도의 빛만 흡수하기 때문에 투명도가 높습니다. 아무래도 얇기 때문이죠. 그리고 일반 금속은 전자를 많이 가지고 있어서 빛을 흡수하거나 반사해 불투명하지만, 그래핀은 탄소 원자 한 층으로 이루어져 있어 전자의 양이 적어 투명한 특성을 가집니다. 이 특성 덕분에, 예를 들어 자동차 전면 유리에 투명한 그래핀 히터를 적용해서 열을 내면, 습기를 닦거나 할 필요가 없어지겠죠. 이렇게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꿈을 많이 꿨었죠.”
- 실제로 상용화된 사례가 있습니까?
“그래핀의 특성을 활용한 투명 히터 기술은 상용화가 꽤 진척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CES 전시회에서 혁신상을 받았던 사례도 있고, 투명한 히터 기술을 활용해 투명 토스터나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난방기 제품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은 금속의 특성을 이용한 것이며, 반도체 소자를 히터로 사용하는 대신 열선을 코일 형태로 감아서 사용하는 형태의 진척은 있었습니다.
또 다른 응용 사례로, 그라파이트를 아주 작은 가루 형태로 만들어 아스팔트나 시멘트에 섞으면 수명과 강도가 약 20% 증가하는 효과도 확인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래핀을 발견했을 때 사람들이 기대했던, 실리콘을 대체하는 반도체 소자로서의 상용화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 그런데 지금 대표님 회사에서 그래핀을 반도체에 접목하려는 것 아닙니까? 어떻게 적용하시려는 것인지 설명해주시죠.
“그래핀을 어떤 물질로 보느냐가 중요한데요, 예를 들어 그래핀을 반도체로 보면 반도체에서 쓰던 구조 그대로 실리콘을 그래핀으로 바꾸면 되겠죠. 이것이 그래핀 트랜지스터라는 기술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래핀은 매우 얇고 투명한 금속처럼 작용하는데, 이를 반도체에 적용할 때는 문제가 생깁니다. 반도체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밴드 갭, 즉 에너지 갭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래핀은 실리콘과 달리 밴드 갭이 없어서 스위칭이 전혀 안 됩니다.
트랜지스터는 말하자면 스위치인데, 그래핀 트랜지스터를 사용해서 조명을 끄면 완전히 꺼지지 않고 약간 어두워질 뿐입니다. 즉, 전류가 10% 정도만 줄어드는 것이죠. 아주 잘 만들어도 여전히 조명이 약간 켜져 있는 상태가 되죠. 그래서 그래핀 트랜지스터는 완벽한 스위치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 온/오프가 안된다는 것이군요?
“맞습니다. 그러니까 그래핀 트랜지스터를 반도체 트랜지스터를 대체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것이죠.
제가 삼성종합기술원에서 10년 이상 그래핀 연구를 하던 시절, 트랜지스터 전자소자로 쓰기 위해 다양한 응용 가능성을 연구했습니다. 트랜지스터의 역사를 잠깐 보면, 반도체라는 물질이 먼저 발견되고, 도체는 도체인데 뭔가 이상한 세미한 도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걸 이용해서 트랜지스터를 만들었잖아요.
그런데 그래핀은 그냥 도체인 거죠. 그래서 스위칭이 되는 새로운 전자소자를 만들어야 되겠다고 해서 만든 것이 배리스터라는 전기소자입니다. 그것을 사이언스지에 발표하고 기술적인 검증을 받았죠. 기술 검증이 왜 중요하냐면, 최근 상온 초전도체 논란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학계의 검증을 받지 않은 기술은 신뢰받기 어렵고 상용화도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 그렇죠. 사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죠.
“학계에 계신 분들은 당연히 물리적인 현상이 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으면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어렵다고 생각하십니다. 그래서 어떤 기술이든 물리적으로 명확하게 설명되어야 신뢰할 수 있고, 그 기술을 기반으로 더 발전할 수 있죠. 저희도 이 점을 잘 알기 때문에, 사이언스라는 저널을 통해 피어 리뷰(동료 평가)를 거쳐서 기술적인 검증을 받았습니다.
제가 그 후 교수로 자리를 옮겨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이제쯤이면 누군가 이 배리스터 기술을 활용한 제품이 시장에 나왔을 것이라고 기대했어요. 하지만 아직 이 기술을 상용화한 제품은 없는 상황입니다.”
- 배리스터는 어떤 의미입니까?
“배리스터(Barristor)는 베리어와 트랜지스터를 합쳐서 만들었습니다. 이 소자에는 정확하게 장벽(배리어)이라고 부를 수 있는 부분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장벽을 가진 트랜지스터라는 의미로 배리스터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죠.
이 장벽을 갖는 이유는 전류를 차단(오프)하기 위해서입니다. 일반적으로 금속과 반도체가 접합되면 쇼트키(Shottky) 배리어라는 장벽이 생깁니다. 이 장벽은 쇼트키라는 과학자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핀은 다른 금속들과는 달리 이 쇼트키 베리어를 조절할 수 있는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래핀을 이용하면 이 장벽을 조절하여 전류를 스위칭할 수 있는 트랜지스터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소자를 배리스터라고 명명하게 되었습니다.”
- 그래핀은 그냥 도체인데 배리어를 두고 전기를 차단한다는 것이죠?
“맞습니다. 그렇게 하면 반도체 트랜지스터보다 한 10만 배 정도 이상 스위칭이 잘 됩니다. 그러한 연구 결과를 사이언스지에 발표했습니다.”
- 전류를 온/오프하는 원리는 어떻게 되는가요?
“그래핀의 매우 독특한 특성에 대해 설명해 드려야 하는데, 양자역학적인 현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그래핀에서는 전자가 들어갈 수 있는 자리가 몇 개밖에 없습니다. 일반 금속은 그런 자리가 많아서 전자들이 쉽게 움직일 수 있지만, 그래핀은 전자를 채우다 보면 그 전자의 에너지가 계속 변하게 됩니다.
이 현상을 양자역학에서는 파울리의 배타 원리라고 하는데, 이 원리에 따르면 동일한 에너지를 가진 전자들이 같은 자리에 있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에너지가 낮더라도 전자는 더 높은 에너지 상태로 이동하게 됩니다.
이런 원리로 그래핀에 전자가 계속 쌓이게 되면, 처음에는 배리어(장벽)가 너무 높아서 전자가 지나갈 수 없지만, 전자들이 점점 모이면서 에너지가 올라가 결국 그 장벽을 넘어 전류가 흐르게 됩니다. 이렇게 스위칭이 가능해지는 것이죠.
그래서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그래핀 트랜지스터는 완전히 전류를 끄는 것이 어렵지만, 배리스터는 이 원리를 이용해서 완벽하게 전류를 차단할 수 있어 조명을 끄는 것이 가능합니다.”
- 그렇군요. 그러면 고속 트랜지스터를 만들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삼성전자에서 열심히 개발했던 특허들은 이런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것이고, 제가 창업한 회사에서는 이 기술을 센서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센서는 우리가 손으로 직접 켜고 끄는 스위치와는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스위치와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가스 센서는 가스가 센서 표면에 달라붙으면서 스위치처럼 작동하게 됩니다. 또 바이오 센서, 예를 들어 코로나 바이러스 진단에 사용하는 센서는, 바이러스가 감지되면 그 순간 스위치가 켜지는 것이죠.
결국 센서의 신호 변화는 전류의 변화에 따라 결정되며, 그 변화를 얼마나 크게 만들 수 있느냐가 센서 성능의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저희 기술을 이런 센서에 적용하면, 기존보다 100배 정도 신호가 커집니다.”
- 왜 그렇습니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그래핀 트랜지스터는 아무리 전류를 껐다 켜도 그 변화가 약 10배 정도에 그칩니다. 반면, 배리스터는 논문에 따르면 전류 변화가 14만 배 정도까지 크게 일어납니다. 즉, 1만 4천 배 정도의 전류 증폭이 있는 것이죠. 물론 전자회로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이게 진짜 증폭이냐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센서의 신호 변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분명히 증폭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쓰는 센서 수준에서는 100배 정도의 증폭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래핀을 사용한 센서를 만드는 분들이 저희 기술을 적용해서 센서 설계를 조금만 바꾼다면, 기존 기술로 감지하고 있던 신호의 변화를 100배 정도 더 크게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래핀 트랜지스터로 코로나 진단을 한다는 논문들이 이미 여러 개 있지만, 이때 신호 변화는 PCR 검사와 같은 농도에서 약 2~3% 정도 바뀝니다. 즉, 100이던 값이 102가 되는 정도입니다. 더 낮은 농도를 검출할 수 있다는 논문들도 있는데, 이 경우 신호 변화는 약 0.1%입니다. 즉, 100이던 값이 100.1로 바뀌는 정도죠. 하지만 현장에서 이런 미세한 신호 변화를 감지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저희 배리스터 기술을 적용하면, 이런 신호 변화가 200%에서 500%까지 커질 수 있습니다. 즉, 전류가 3배에서 6배 정도 바뀌는 것입니다. 이처럼 저희 기술을 적용하면 훨씬 더 민감하고 정확한 센서 응용이 가능해집니다.”
- 그래핀의 특성은 아주 좋은데 밴드 갭이 없어서 전류를 차단할 수 없고, 배리스터라는 새로운 설계 기술을 개발하셨다는 것이죠. 삼성에서 만든 것인가요?
“그 기술을 CPU나 메모리에 이용한다면 삼성의 특허를 써야 하고, 센서로 이용한다면 저희 회사의 특허를 써야 합니다.”
- 그런데 삼성은 왜 그 기술을 상용화하지 않을까요? 설계상으로는 배리스터 기술을 쓰면 완벽하게 기존 걸 대체할 수 있습니까?
“회사에서 어떤 특정 기술을 쓰고 안 쓰고 하는 문제에는 꽤 많이 것들이 얽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삼성의 여러 엔지니어분을 만나보면, 그분들은 실리콘에 대한 확신이 대단히 큽니다. 특히 경력이 많은 전문가일수록 실리콘 기술에 대한 신뢰가 강합니다. 실제로 제가 삼성에 취업했을 때, ITRS(국제 반도체 기술 로드맵)라는 게 있었는데, 그 로드맵에 따르면 지금쯤 실리콘 트랜지스터를 넘어선 다른 재료의 트랜지스터를 사용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실리콘이 워낙에 잘 작동하고, 계속해서 성능을 개선해 왔기 때문에, 다른 재료가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이죠. 지금도 전력용 트랜지스터나 특수 용도에서는 다른 재료가 사용되기도 하지만, 실리콘이 여전히 대부분 영역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실리콘은 단순한 재료의 문제가 아니라, 제조 인프라가 너무 잘 갖춰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300mm 웨이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한 반도체 재료는 실리콘뿐입니다. 다른 재료를 쓰려면 이런 인프라를 새롭게 구축해야 하는데, 실리콘은 이미 그런 점에서 너무 앞서 나가 있어서 실리콘을 대체한다는 것은 실제로 어려운 일입니다.”
- 그러면 센서는 다른가요?
“센서의 관점에서 보면, 트랜지스터라는 구조가 센서에 그렇게 적합한 구조는 아닙니다. 트랜지스터는 전체 전극을 덮어서 모든 부분을 한꺼번에 스위칭하는 데에는 좋습니다. 하지만 센서에서는 특정한 한두 군데만 반응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아주 낮은 농도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센서에 한 개만 달라붙는다고 가정하면, 센서의 극히 일부분만 조금 변하게 됩니다. 이때 트랜지스터보다는 배리스터가 훨씬 더 유리하게 작동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 센서 분야에서 배리스터 같은 새로운 형태의 전자 소자들이 들어설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 제가 그냥 생각해 봤을 때, 기존의 실리콘은 워낙 오랫동안 사용되면서 그에 맞춰 기술이 계속 발전해 왔잖아요. 그러다 보니 새로운 재료로 바꾸려면 당연히 사람들의 저항도 있을 것 같아요. 과연 그게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을 테고, 실제로 제조 공정에서도 많은 부분을 바꿔야 할 텐데, 그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게다가 그래핀 자체도 생산하려면 실리콘보다 싸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초기에는 그래핀이 금보다도 비쌌습니다. 처음에는 주로 재료 과학자들이 연구를 주도하면서 그래핀의 가치를 강조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금은 가격이 많이 내려갔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실리콘 공정은 다른 반도체 재료와 비교하면 공정 비용이 저렴합니다. 예를 들어, 인듐-갈륨-아세나이드(InGaAs) 같은 반도체에 비해 실리콘은 도핑이라는 기술을 사용하는데, 순수한 실리콘은 거의 부도체에 가깝지만, 불순물을 아주 소량(PPM이나 PPB 수준) 첨가하면 실리콘은 완전히 다른 물질로 변해 전기 전도성을 얻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도핑 과정을 거친 인듐-갈륨-아세나이드 같은 반도체들은 실리콘과 동일한 팹에서 함께 쓸 수 없습니다. 반면, 카본(탄소), 즉 그래핀은 실리콘과 동일한 화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실리콘 팹에 그래핀을 도입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적외선 센서도 만들고 있는데, 기존의 실리콘 팹에 그래핀 공정을 조금만 추가하면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결국, 실리콘 기술의 대부분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그래핀을 성장시키고 이식하는 추가 공정이 필요하긴 하지만, 기존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습니다.”
- 그래핀의 밴드 갭 특성으로 인해 스위칭이 되지 않는 문제는 배리스터로 해결되었다고 봐야 하는 것이죠?
“저는 그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질문을 해 주셨는데, 저희가 이 논문을 발표한 지 12년이 지났으니 비슷한 접근법이 더 나왔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거의 없었습니다.
결국, 이 방법이 그래핀으로 스위칭하는 데 있어서,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 학문적으로는 조심스럽긴 하지만,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그 기술을 메모리 소자나 로직 소자에 이용하는 것이 아니고 센서에 적용하는 것이 대표님 회사의 사업 방향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어떤 센서에 적용할 수 있습니까?
“지금까지는 트랜지스터와 배리스터를 대비되는 개념으로 설명했지만, 배리스터도 결국 트랜지스터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지점부터는 새로운 종류의 트랜지스터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저희 기술 말고 그래핀을 이용해서 만든 센서들이 이전에도 있었는데요, 예를 들면 양자점(퀀텀닷)을 그래핀에 코팅해서 광센서로 사용하거나, 코로나 항체를 코팅해 항원을 검출하는 면역 진단 센서로 활용한 사례가 있습니다. 또한, DNA 센서로 쓰이거나, 가스 센서로 개발된 연구들도 있습니다.
저희 기술의 장점은 이러한 센서들에서 감지하는 부분은 바꾸지 않고, 그래핀 아래쪽에 있는 신호 증폭 부분만 개선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형태의 센서에 저희 기술을 공통적으로 적용해 신호를 증폭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저희는 면역 진단 센서를 개발하는 회사나 그래핀을 이용한 적외선 카메라를 만드는 회사들과 협력하고 있으며, 이들 업체가 저희 기술을 가져다 쓸 수 있도록 협의하고 있습니다.”
- 이 기술을 가져다 쓰려는 이유는 증폭이 크게 잘 되기 때문입니까?
“맞습니다. 기존보다 100배 정도 증폭할 수 있습니다.”
- 기존 기술로 그 정도 증폭하려면 전기가 많이 쓰입니까, 아니면 시간이 오래 걸립니까?
“안 됩니다. 그렇게까지는 안 됩니다.”
- 그러면 대표님 회사에서는 관련 IP를 팔겠다는 얘기입니까?
“첫 번째 단계로는 IP를 판매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국내에서는 아직 활발하지 않지만,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그래핀 트랜지스터를 이용해 진단 기기나 적외선 카메라를 개발하는 회사들이 몇 년째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저희 목표는 그런 회사에게 소자 구조를 조금만 변경해서 저희 기술을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비즈니스 모델은 그 회사들의 상황에 많이 의존적일 수밖에 없어서 적외선 센서를 직접 개발하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적외선 센서의 경우, 실리콘이 감지하지 못하는 빛을 다루는 분야입니다. 실리콘과 직접 경쟁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은 접근이기 때문에, 실리콘이 감지할 수 없는 영역에서 그래핀 기술을 활용해 더 저렴하게 센서를 만들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인듐-갈륨-아세나이드 같은 고가의 반도체보다 저렴하게 적외선 센서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직접 팹(fab)을 운영하지는 않지만, 주문 제작 방식으로 기술을 개발해 직접 비즈니스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 그 적외선 센서는 어떤 애플리케이션에 적용될 수 있습니까?
“라이다(LiDAR)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저희의 첫 번째 목표는 1550나노미터 대역의 적외선을 검출하는 센서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라이다 기술에서는 크게 두 가지 대역으로 나눌 수 있는데, 900나노미터 대역의 빛은 실리콘으로 검출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1550나노미터 대역의 빛은 실리콘으로는 검출할 수 없습니다.
저희는 이 1550나노미터 대역에서 신호 증폭이 잘 이루어지는 센서를 개발해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라이다에 들어가는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라이다 기술은 현재 자동차나 로봇에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이제는 심지어 장난감에도 들어갈 정도입니다. 아마 아이폰을 사용하신다면, 아이폰에도 라이다 센서가 탑재되어 있다는 걸 아실 겁니다. 최신 아이폰에서는 사진을 찍어서 길이를 재는 기능도 제공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라이다에 적외선 센서가 들어갑니다.”
- 900나노미터와 1550나노미터의 차이점이 뭔가요? 용도가 다른 것인가요?
“900나노미터 대역의 빛은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에 가까운 파장입니다. 예를 들어, 길을 건너다보면 앞에 라이다 센서가 달린 차가 지나가는 걸 볼 수 있는데, 그때 라이다의 레이저 빛이 눈을 스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900나노미터 대역에서는 1550나노미터 대역보다 100만 분의 1 정도 낮은 레이저 출력을 사용해야 합니다. 이것은 기술적인 한계가 아니라 안전 규제 때문입니다. 반면에, 1550나노미터 대역에서는 훨씬 강한 레이저 출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대역의 빛을 검출할 수 있는 센서는 실리콘 기술로는 어려워서 상대적으로 비싸고 성능이 떨어지는 센서를 사용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트레이드오프가 존재하는 것이죠. 900나노미터는 출력이 낮지만 저렴하고 성능이 좋은 실리콘 센서를 사용할 수 있고, 1550나노미터는 높은 출력을 사용하지만 좋은 센서가 없는 것입니다.
저희는 이 1550나노미터 대역에서 성능이 좋은 센서를 공급해 라이다 기술의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통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못 보는 걸 볼 수 있다는 얘기입니까?
“레이저 출력이 크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느냐, 그리고 좋은 센서가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느냐에 대해 설명하자면, 예를 들어 레이저가 멀리까지 나아갔다가 반사되어 돌아올 때, 레이저의 출력이 자연스럽게 감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공기 중에 있는 수분이나 기타 요소들이 레이저를 흡수하거나, 레이저가 공간을 지나면서 퍼지기 때문에 출력이 약해집니다.
이때 좋은 센서가 있다면 더 멀리서 반사된 약한 신호도 정확하게 검출할 수 있습니다. 즉, 같은 출력의 레이저를 사용하더라도, 센서의 성능이 좋다면 더 멀리 있는 물체를 감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 그렇군요. 가격적인 측면에서는 어떻습니까?
“현재 1550나노미터 대역의 센서에는 주로 인듐-갈륨-아세나이드 반도체가 사용됩니다. 이 센서의 가격은 단품으로 소매가로 구매할 경우 100달러 이상입니다. 하지만 저희가 개발한 배리스터 기술을 사용하면, 이 센서를 실리콘 웨이퍼 위에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더 큰 웨이퍼를 사용해 대량 생산할 수 있어, 생산 단가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양자점 기술까지 적용하면, 가격을 훨씬 더 저렴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성능 면에서도 기존 기술보다 100배 정도 더 좋은 센서를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 개발 수준은 어느 정도나 됐습니까?
“라이센싱을 진행하는 경우,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것은 프레임워크입니다. 즉, 각 회사가 자신들의 검출 기술을 도입할 수 있는 기본 뼈대를 제공하고, 그들이 이를 바탕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죠. 이 부분은 이미 개발이 완료된 상태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회사가 배리스터 센서를 적용하고 싶은데 그 회사가 그래핀 관련된 센서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 NDA(기밀 유지 계약) 및 MTA(물질 양도 계약) 같은 서류 작업을 완료한 후, 저희 칩을 가져다가 테스트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광 센서나 바이오 센서, 가스 센서 등 여러 가지에 다 적용할 수 있는 겁니까?
“네. 예를 들어 코로나 센서를 테스트해보고 싶다면, 저희 센서를 가지고 가서 100배 증폭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설계는 다 완성돼 있다는 얘기군요?
“실제로 제작된 칩을 가져가서 테스트해볼 수 있습니다.”
- 100배 증폭이 된다는 것은 어떻게 검증할 수 있습니까?
“저희가 물리학과니까 엄밀하게 측정해서 검증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국가 과제를 통해서 생명공학연구원의 평가센터 박사님들과 외부 평가를 같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 IR 카메라와 관련된 것은 어느 정도나 개발이 진행되었습니까?
“IR 카메라는 저희가 직접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라이센싱 모델을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래핀 트랜지스터를 사용한 IR 카메라를 개발하는 업체들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저희는 이 업체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기술적인 설명을 제공하는 정도까지 진행되고 있습니다.”
- 센서 설계 기술을 라이센싱 하는 것은 얼마입니까?
“이 질문은 매우 중요한데요. 저희는 지금 IP 라이센싱의 사례를 만들어 가는 중입니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산업에서 IP 라이센싱 비용은 매출의 약 5%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0만 원어치 제품을 판매하면 약 5만 원이 라이센스 비용이 되는 셈이죠. 따라서 저희 기술의 가격도 다른 반도체 기술과의 비교를 통해 적절하게 책정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회사 설립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습니까?
“2년 반 조금 넘었습니다.”
- 배리스터 생산 기술이나 인프라도 이미 다 확보가 돼 있습니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팹리스(Fabless) 형태로 운영하고 있어서 국내외 파트너들과 협력해서 생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떤 구조로 공정을 진행해야 하는지를 안내해 드리고, 그에 맞춰 제품을 제작합니다. 이후, 저희가 제품을 받아서 평가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올해 초격차 스타트업 1000+에 선정되셨습니다. 이 기술이 잘 되면 정말 초격차가 될 수 있다고 나라에서 기대하고 선정한 것이죠?
“예, 맞습니다.”
- 배리스터 기술은 대표님이 개발하신 것이라도 해도 됩니까?
“제가 단독으로 발명한 것은 아니지만, 삼성에 있을 때 이런 형태의 소자 구조를 제안하긴 했습니다. 과제 책임자였기도 했고요.”
이 기술에 대한 원천 특허는 누가 갖고 있나요?
“이 부분이 중요한 사항이라 당연히 궁금하실 겁니다. CPU나 메모리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 구조와 센서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 구조는 서로 다릅니다. 각각의 특허가 따로 존재하죠. 만약 이 기술을 메모리나 CPU에 적용하고 싶다면, 삼성에 문의하셔야 합니다. 반면, 센서로 적용하고 싶다면 저희 회사에 문의하시면 됩니다.”
- 그렇군요. 특허 출원은 다 하셨습니까?
“특허 출원해서 등록까지 되어 있습니다.”
- 직원분은 몇 명이나 되죠?
“저를 제외하고 직원이 3명 있습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생산이나 제조를 아웃소싱으로 처리하고 있어서 소규모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요즘 벤처들이 다들 어려운 상황이라 최대한 효율적으로 일을 진행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의미 있는 매출은 언제쯤 발생할 것으로 보십니까?
“라이센싱 형태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기술을 도입하는 단계와 로열티 방식이 있는데, 도입 계약으로만 따지면 연말이나 내년 상반기쯤 매출이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라이센스 로열티까지 가려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 있어, 최대한 시간을 단축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대표님이 기대하시는 대로 그래핀 기술이 꽃을 피운다면, 회사는 어느 정도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요?
“저희가 벤치마킹하는 회사는 ARM이라는 회사입니다. ARM은 설계를 개발하는 칩리스(Chipless) 회사인데, 저희도 그런 모델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제가 대표로서 적절한지는 또 다른 문제일 수 있지만, 일단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래핀이 반도체 산업에 도입되면, 그와 관련된 새로운 인프라가 생겨날 것이고, 그로 인해 더 큰 생태계가 형성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 대표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대담:한주엽 전문기자
정리:손영준에디터
촬영 편집:김종석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