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그룹간 차량용 반도체 협력 '첫 물꼬'
ADAS, IVI 등 현대차용 칩 삼성이 설계 및 생산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의 신뢰관계가 밑바탕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차량 반도체 분야에서 손을 잡는다. 현대차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과 인포테인먼트를 구현하는 핵심 칩 설계와 생산을 삼성전자에 맡긴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현대차가 요구하는 갖가지 사항을 받아 해당 칩을 설계하고 선단 공정에서 생산을 해주기로 했다.
현대차와 삼성전자가 반도체 위탁설계 및 파운드리 계약을 맺은 건 처음 있는 일이다.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양대 그룹이 협업을 하는 것도 최초다.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 등 3세 총수들간 깊은 신뢰관계가 뒷받침됐다는 분석이다. 재계에선 이번 협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선대 총수 시절 '삼성자동차'로 불거졌던 두 그룹간 갈등과 견제심리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또한, 추후 전기차 배터리 등으로 협력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시스템LSI사업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지난해 연말부터 현대차와 설계 협업 작업에 착수했다.
현대차는 ADAS 메인칩과 인포테인먼트용(IVI:In-Vehicle Infotainment) 칩, 그리고 이들 두 칩 간 상호 연결성을 보장하는 커넥티비티 칩 개발을 의뢰하면서 원하는 사양을 삼성 측에 전달했다. 모두 시스템온칩(SoC) 형태로 삼성의 5나노 공정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개발에 착수한 제품은 ADAS용 핵심칩이다. 작년 10월부터 개발을 시작했다.
한국 본사에선 칩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RTL(Resister Transfer Level) 코딩과 합성(Synthesis) 툴을 통한 게이트(Gate) 디자인 도출 등 전반부 작업을 맡는다. 검증과 셀 배치(Placement), 연결(Routing) 등 후반부 작업은 삼성전자 인도법인 산하 삼성반도체인도연구소의 인도 인력들이 맡기로 했다. 올해 중반기 경에는 순차로 IVI와 커넥티비티 칩 설계 작업에 착수한다. 계약 자체는 시스템LSI사업부가 따냈기 때문에, 시스템LSI가 파운드리 사업부에 생산을 의뢰하는 식으로 추후 양산 작업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삼성이 설계·생산한 이들 칩은 2025~2026년경 현대차 고급형 차량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간 현대차는 미국 퀄컴, 엔비디아, 인텔 등으로부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SoC 등을 조달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심각한 칩 부족 상황과 상식 밖의 가격 상승을 경험했다. 이 시기에 완전 내재화는 아니더라도, 국내 칩 조달을 확대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차량 반도체 부족 사태가 1년 넘게 이어지자 2021년 12월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재용 회장, 정의선 회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삼성전자와 현대차간 반도체 협력 강화를 공개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2020년 5월 정의선 회장이 삼성SDI 천안사업장에, 이재용 회장은 같은 해 7월 현대차 남양연구소에 방문하는 등 긴밀하게 교류를 이어왔다. 이 같은 지속 교류의 첫 협력 결과물이 차량 반도체 분야라고 전문가는 설명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차량용 SoC 개발 이력이 적지 않다. 아우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용 SoC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동일 회사와 신규 차량용 SoC도 디자인하우스 협력업체 코아시아와 공동 개발 중이다. 테슬라가 처음으로 내재화한 오토파일럿용 SoC 역시 삼성전자가 설계와 양산을 성공적으로 해냈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양사간 첫 협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현대차는 점진적으로 조달 물량을 늘려가며 외산 비중을 줄여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때문에 삼성도 바짝 긴장하고 설계 작업에 임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디일렉=한주엽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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