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육성에만 5~6년의 시간이 걸릴 것"
일본 ISSSC 논문 채택 10년 전 절반 수준
국내 반도체 전문가들이 일본 반도체 산업 부활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비췄다. 반도체 산업을 재건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JEITA)는 지난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3만5000여명의 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제민규 카이스트 교수는 지난 2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경기스타트업캠퍼스에서 개최된 '2024 ISSCC 코리아 프레스 컨퍼런스' 행사에서 "일본이 (반도체 산업에서) 우리 기업에에게 밀리기 시작하면서 사람 자체가 많이 줄었다"며 "반도체를 다시 재건하려고 해도 그 인력의 공급이 끊겨있는 상태로 보이기 때문에 인력 육성에만 5~6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일본보다는 중국과의 경쟁에 집중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지난해부터 자국 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TSMC 유치, 라피더스 설립, 해외 반도체 기업 재정 지원 등 파격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다만, 반도체 전문 인력 풀이 문제다. 지난해 일본 JEITA는 "혁신적인 반도체 공장을 운영할 수 있는 충분한 인재 확보가 핵심"이라며 "(일본 내 반도체 업체가) 향후 10년 안에 약 3만5000명의 숙련된 반도체 전문기술자를 고용해야 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러한 인력 부족은 반도체 연구 축소와도 연결된다. 일본은 ISSCC 2024에서 10편 가량의 논문이 채택됐다. 지난 2015년과 2016년과 비교해 50% 이상 줄어든 수치다. 중국과 우리나라는 ISSCC 2024에서 각각 69편, 49편 논문을 발표한다.
최재혁 서울대학교 교수는 "일본이 다시 옛날처럼 반도체 부분에서 좋은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느냐 생각해 보면 쉽지는 않을 것 같다"며 "기업들의 점유율 이런 문제가 아니라 그 분야를 공부한 학생들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제품을 기획해서 만들 때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우리나라도 (반도체 설계 인재 육성을 전략적으로) 지원을 해야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반도체 설계 인재 육성을 위한 정부의 지원도 요청했다. 최 교수는 "반도체 인력을 몇 만 명 이상 양성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를) 조금 더 세분화해서 어떤 인력이 필요한지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필요하다"며 "팹리스 등에서 바로 근무할 수 있는 고급 인력의 투자를 전문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최 교수는 의대 열풍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요즘 우리나라 학생들이) 의대를 너무 많이 가서 문제인데 정말 똑똑한 학생들이 (반도체 설계 전공에) 와서 설계에서의 어떤 혁신을 이끌기를 바란다"며 "애국심만을 강조할 수 없고, 좋은 조건을 통해 (인력을 육성하는) 그런 정책이 일어나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디일렉=노태민 기자 [email protected]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자동차전장·ICT부품 분야 전문미디어 디일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