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일본·한국 분리막 기업 유럽서 양산 앞둬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본격 시행되면서 중국 기업들의 북미 시장 진출이 어려워진 것과 관련, 유럽이 분리막 시장의 새 격전지로 떠오를 전망이다. 미국 IRA법은 중국 업체가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분리막을 넣은 전기차도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중국 분리막 기업들이 자국을 제외하고 진출 가능한 해외시장이 유럽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배터리 셀에 이어 유럽에서 분리막 격전이 펼쳐질 것이란 게 업계 전망이다. 현재 중국, 일본, 한국 글로벌 분리막 기업 대부분이 유럽 시장에서 분리막 양산을 앞두고 있다.
15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분리막 1위 기업 상해은첩의 북미 투자 축소를 계기로 유럽이 분리막 업체간의 격전지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일 상해은첩은 북미 리튬이온배터리용 분리막 공장 신설 투자 규모를 70% 축소했다. 기존 9억1600만 달러에서 2억7600만 달러까지 투자금을 줄였다. 분리막 생산규모는 최대 19억㎡로 축소했다. 회사 측은 공식적인 투자 축소 이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미국의 IRA 법안 영향 탓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지난해 미국 재무부 발표에 따르면 해외우려국가·단체(FEOC)가 제조한 배터리 부품이 적용된 전기차는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없다. 분리막은 배터리 부품에 속한다. 이 때문에 북미 시장에서 중국 배터리 소재기업의 경쟁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럽도 핵심원자재법(CRMA)을 발표한 바 있으나 미국 IRA보다 유연하다. 유럽의 CRMA는 주로 리튬, 니켈, 코발트 등 배터리 핵심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분리막은 이에 속하지 않으며 지리적인 차별 요소가 없어 시장 진입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이미 유럽에선 주요국 배터리 소재·부품 기업들의 투자가 줄을 잇고 있다. 중국, 일본, 한국 등 글로벌 분리막 기업들도 모두 유럽 시장에 이미 공장을 가동 중이거나 진출을 검토 중이다. 중국 상해은첩은 지난해 7월 헝가리 테브레첸에 연간 4억m²의 분리막 공장을 완공 후 시범 양산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분리막은 2030년까지 약 6억5500만유로 규모로 프랑스 배터리 기업인 ACC에 공급된다.
글로벌 분리막 시장 3위를 차지하는 중국 시니어는 스웨덴 에스킬스투나 산업 단지에 생산 공장을 건설 중으로 알려졌다. 20억위안을 투자했으며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회사는 노스볼트에 분리막을 공급할 예정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분리막 기업인 아사히 카세이는 분리막 증설을 위해 유럽과 북미 지역에 신규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2022년 말 기준 분리막 생산능력은 15억m²였으며 2025년까지 24 m²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도레이첨단소재는 LG화학과 합작 법인을 통해 유럽 분리막 시장에 진출했다. 분리막 합작법인은 헝가리에 위치해있으며 연간 생산능력은 2028년까지 8억m²로 확대하는 것이다. 공장은 지난해 3분기 상업생산을 위해 가동됐다고 알려졌다. 합작사가 생산하는 분리막은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과 다른 유럽 배터리 기업에 공급될 것으로 파악된다.
SKIET는 유럽 최대 분리막 생산공장을 구축하고자 한다. 2021년 폴란드에 완공된 1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3억4000만m²이다. 시범 운전 중인 2공장과 올해 완공될 3·4공장을 포함한 총 생산능력은 연간 15억4000m²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5년 유럽 분리막 예상 수요의 약 30%를 대응 가능한 규모다.
WCP는 헝가리에 연산 12억4000m² 규모의 분리막 공장을 완공했다. 올해 신공법이 적용된 라인이 설치되며 2025년 상반기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회사는 지난해 모회사 더블유스코프를 통해 삼성SDI와 2027년까지 분리막 40억m²를 공급하기로 계약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을 차단하는 얇은 막이다. 미세한 구멍을 통해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사이를 통과시킬 수 있어야 한다. 두께는 얇고 강도는 우수하며 절연성이 뛰어날수록 배터리의 안정성을 높인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배터리 분리막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20%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디일렉=이민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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