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배터리 장비와 재료 기업을 거느리고 있는 중견 그룹사 원익이 반도체 설계 사업에서도 성공 스토리를 새롭게 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2022년 3분기 인수해 그룹 계열사로 편입한 원익디투아이(구 디자인투이노베이션)가 삼성디스플레이 공급망 진입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원익디투아이는 내달 중 삼성디스플레이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디스플레이구동드라이버IC(DDI)의 최종 퀄 테스트를 받는다. 테스트 통과 후 해당 DDI는 중국 스마트폰 고객사로 출하될 OLED 패널에 탑재될 것으로 전해졌다. 원익디투아이는 그간 삼성디스플레이와의 논의를 통해 두 차례의 설계 업데이트(Revision) 과정을 거쳤다. 회사는 이번 퀄 테스트는 통과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통과하면 대규모 고객사를 맞이하는 것"이라며 "삼성디스플레이가 매그나칩 OLED DDI 구매를 급격하게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거래를 중단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 자리를 원익디투아이가 꿰 차고 들어가게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매그나칩은 과거 중국으로의 매각을 추진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와 관계가 소원해졌다. 현재 OLED DDI 관련 거래는 사실상 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빈 자리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메우고 있다. 연간 삼성디스플레이로 공급하는 OLED용 DDI 물량은 금액 기준 약 3조원에 달한다. 원익디투아이가 삼성디스플레이 DDI 생태계에 성공적으로 진입해 물량을 확대해나가면 최대 3000억~4000억원 규모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그 만큼 시스템LSI 사업부 매출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도 원익디투아이의 행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원익은 원익홀딩스를 통해 지난 2022년 8월 디투아이 지분 100%를 107억원에 인수하고 사명을 원익디투아이로 변경했다.
당시 업계에선 삼성디스플레이가 매그나칩 매각 이슈 등 DDI 조달처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고, 이를 위해 우호 관계에 있는 원익에 디투아이 인수와 지속적 투자를 요청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