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 장지영 발행인
대답 : 한주엽 전문기자
지난 16일 모 경제 방송에서 한화정밀기계 TC본더가 SK하이닉스 퀄 테스트에서 탈락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한화정밀기계가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반박했다. 한화는 퀄 테스트 탈락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한 뒤 테스트는 원활하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헤프닝의 이면과 뒷 이야기를 정리해본다.
- 어제 한화정밀기계 관련 뉴스가 화제가 됐다. 어떤 내용인가.
"경제 방송 매체에서 한화의 TC 본딩 장비가 SK하이닉스 퀄 탈락했다라고 나왔다. 그런데 양사 모두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화정밀기계는 공식적으로 사실이 아니다라는 자료까지 냈다."
- 자료를 낸 건 이례적이다.
"장비 업체들이 그런거 한다 안한다 반응을 하지 않는다.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편집자 주) 한화의 공식 자료는 아래와 같습니다.
금일 (10/16) 보도된 "한화정밀, SK하이닉스 HBM TC본더 퀄테스트 탈락"기사는 사실과 다름을 밝힙니다.
당사가 먼저 보도자료를 배포한 적은 없으나, 이미 여러 매체에 이미 보도된 내용과 같이 SK하이닉스에 테스트용 장비를 납품해 검증이 진행 중입니다. 현재 테스트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검증이 완료 되는대로 납품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금일 보도된 내용은 결코 사실이 아님을 공식 답변 드립니다.
다만, 발주 시기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고객 관련 사안이라 당사에서 별도 답변은 할 수 없음을 모쪼록 양해 부탁드립니다.
- 한화가 이런 자료를 내면서 SK하이닉스 HBM용 TC 본더 퀄 테스트 받는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 됐다.
"한화에서 이렇게 강경하게 대응한 이유가 있다. 이미 회장 보고까지 다 올라갔기 때문이다. 12단도 성능이 잘 나오고, 16단까지도 좋은 성능이 나온다는 것을 알렸을 것이다. 조만간 퀄 통과하면 회장이 장비 앞에 서서 사진 찍고 보도자료를 대대적으로 내고 홍보하려고 했는데 이런 오보가 나오니까 난리가 났다. 한화정밀기계는 사실 플립칩본더 이런 장비는 이미 SK하이닉스에 대량으로 넣어둔 상태다. 삼성테크윈 시절부터 플립칩본더, SMT 장비는 잘 했었다."
- 한화 장비 퀄 통과 시기는 좀 늦춰진건가?
"늦춰졌다고 봐야 한다. SK하이닉스 내부 여론이 '조금 더 검증을 해보자'라는 것이어서."
- 오전(17일)에 한미반도체 실적이 발표됐고 보도자료가 배포됐었다. 그런데 자료 안에 경쟁사를 언급했더라.
"ASMPT가 중국에서 장비를 만들고 있어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식의 내용이 들어가 있던데 남의 회사 이름을 회사 공식 보도자료에 넣고 경쟁력 떨어진다고 넣은 것도 굉장히 이례적이다."
편집자 주) 한미반도체 보도자료 내용 원문 중 발췌
곽 부회장은 "한미반도체와 경쟁하는 ASMPT는 중국 선전, 청두 공장에서 장비를 생산하고 있어 조립 품질과 장비의 성능 면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인 한미반도체 장비에는 뒤처진다"고 강조했다.
- 중국에서 만들기 때문에 품질이 떨어진다는 뉘앙스는
"애플 아이폰도 중국에서 만들고 거기서 만드는 것들이 한두개가 아닌데, 그렇게 일반화하긴 어렵지 않겠나."
- SK하이닉스가 ASMPT에 장비를 주문하지 않았나.
"지난주에 12단용 본더가 실제 입고돼 설치되고 있다. SK하이닉스 요구에 맞춰 장비 사이즈를 줄이는 등 개선 장비인 것으로 알고 있다."
편집자 주) 관련기사는 아래와 같습니다.
- SK하이닉스가 이렇게 조달처를 다변화하는 이유가 있나?
"기본적으로 모든 회사들은 장비 조달처를 다변화하고 싶어한다. 한곳에만 몰리면,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ASMPT로 선회한 이유는 장비 성능이 더 잘나오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지금부터 ASMPT가 메이저 본더 공급사로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 어떤 부분에서 성능이 잘 나오는가?
"12단은 단수가 높아지기 때문에 8단 대비 칩 다이 두께가 더 얇아져서 그냥 '가접합'이 아니라 열을 살짝 가해서 기존 보다는 더 단단한 '가접합'을 해야 한다. 누르는 힘이라던지 전반적 핸들링 성능이 ASMPT가 낫다는 평가를 한 것 같다."
- 내년에 SK하이닉스 TC본더 시장은 3파전이 될 수 있겠다.
"3파전이 될 수도 있고, 2파전이 될 수도 있다. 한미반도체는 그래도 마이크론에 NCF 방식 TC 본더를 넣어놓은 상태이긴 하다."
- 한미반도체가 올해 초에 2026년 2조원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큰 비전을 발표했다.
"그러길 바란다. 그러나 TC본더 외 한미반도체의 원래 주력 매출군이었던 쏘 싱귤레이션이나 EMI 차폐 장비는 제너셈 등 경쟁사에 물량을 뺏기고 있는 것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긴 하다."
- 내년에 어떤 기업들이 SK하이닉스 HBM 사업의 수혜주가 될 지 기대가 크다.
"저는 한화 김승연 회장이 장비 앞에서 사진 찍어서 홍보 자료를 돌리면 굉장히 이채로울 것 같다. 아무튼 한화 실무자들도 자신감이 있으니까 회장 보고까지 올리지 않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