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TV업체 TCL전자가 지난해 TV 3200만대를 판매했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다음 날인 17일 왕청(王成) TCL전자 CEO는 광둥성 후이저우시(惠州市)에서 열린 'TCL 글로벌리더십 컨퍼런스 2020'에서 "세계 2위 TV 판매량을 기록했다"며 "안정적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TCL전자는 연간 TV 판매대수에서 올해 처음 자체 브랜드와 외주제작(ODM) 사업 판매수량을 분리해 발표했다. TCL전자는 자체 브랜드 TV 판매뿐 아니라, 다른 브랜드 TV업체들의 제품을 대신 만들어주는 ODM사업까지 한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는 ODM업체의 제품에 자신들의 브랜드를 붙여 일부 TV를 팔고 있다.
TCL전자의 지난해 TV 판매량 3200만대 가운데 자체 브랜드 판매대수는 2060만대, ODM사업부 판매대수는 1140만대다. TCL ODM사업부(TCL SCBC)의 최대 고객사는 중국 샤오미(小米红米)다. 샤오미는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1000만대가 넘는 TV를 판매, 중국 시장 1위를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1위 TV 업체 삼성전자의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판매량은 4810만대, 4310만대, 4140만대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4000만대 초반 판매량을 올린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LG전자의 TV 판매량은 2720만대, 2710만대, 2710만대였다.
지난해 브랜드 TV 판매량에서 큰 이변이 없는 한 TCL전자는 삼성전자, LG전자에 이은 3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TV 생산능력에서는 TCL전자가 LG전자를 앞지른 것으로 추산된다. LG전자의 지난해 TV 판매량은 2700만대 수준으로 추정된다.
TCL전자의 공식 자료에 따르면, 2018년 TCL전자의 전체 TV 판매량 2860만대 가운데 ODM사업부 판매 수량은 1090만대였다. 브랜드 TV 판매대수는 1770만대였다. IHS마킷은 2018년 TCL전자의 TV 판매량을 ODM 사업부 판매 대수를 뺀 수량과 같은 1770만대로 집계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시그마인텔에 따르면, 2018년 TCL전자는 2785만대 TV를 출하해, LG전자(2711만대)를 근소하게 앞선 2위로 조사됐다. 시그마인텔은 TCL전자의 TV 판매 대수에 ODM사업부 수량까지 포함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TV 출하량은 3995만대로 조사됐다.
미·중 무역갈등에도 불구, TCL 브랜드 TV는 지난해 3분기누적 미국 TV 시장에서 LG전자와 미국 비지오(Vizio) 등을 제치고 2위를 기록한 것으로 현지 시장조사업체 NPD 조사결과 나타났다. 같은 기간 판매기준 시장점유율은 16.5%로 집계돼 1위 삼성전자와의 차이를 3%포인트로 좁혔다. 전년 같은기간 점유율 차이는 9.1%였다. 지난해 3월과 7월에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미국 TV 시장 판매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TV 제조업체는 TCL전자 등과 같은 ODM 업체의 외주제작 제품에 상표를 붙여 TV 판매대수를 유지하려 하고 있는데, TCL전자는 반대로 ODM사업부 등을 통해 전체 TV 판매대수를 크게 늘려나가고 있다"며 "당장 눈으로 보이는 브랜드 TV 판매 수량보다 제조 경쟁력에서 많이 따라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랜드 TV 판매 역시 미국 TV 시장에서 높은 증가세를 보이며 경쟁력을 갖춰 가고 있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