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세계 최대 완성차 업체인 독일 폭스바겐의 자체 전기차(EV) 배터리 파운드리에 참여할 것으로 3일 전해졌다. 지난 3월 15일(현지시간) 파워데이 행사에서 공개된 '통합 각형 배터리'(Unified Prismatic Cell)가 대상이다.
삼성SDI가 단독으로 해당 배터리 파운드리를 담당할 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폭스바겐이 최대주주로 있는 중국 배터리 전문업체 궈쉬안이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마찬가지로 지분 투자가 이뤄진 스웨덴 노스볼트도 후보다.
이번 배터리 생산은 반도체 위탁생산인 파운드리와 비슷한 개념이다. 폭스바겐이 자체 생산할 배터리를 삼성SDI가 일부 나눠 담당하는 구조다.
업계 일각에선 삼성SDI가 단순 하청만 맡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배터리 셀 설계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테슬라도 자율주행차 핵심 시스템온칩(SoC)의 기초 설계는 삼성전자에 맡겼다. 테슬라가 요구한 사양과 기능에 맞춰 삼성전자가 설계와 제작을 진행했다. 폭스바겐이 통합 각형 배터리에 필요한 사양과 기능을 제시하면, 삼성SDI가 배터리 설계와 생산을 담당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삼성SDI가 폭스바겐과 손잡은 이유는 배터리 매출을 안정적으로 늘리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이 소화할 수 있는 배터리 양이 상당하다. 현재 삼성SDI 최대 전기차 고객사도 폭스바겐이 꿰찼다. 전체 전기차 배터리 매출의 절반 이상이다. 연간으로 5조원 내외다. 과거 최대 고객사였던 BMW가 20~30%, 스텔란티스를 포함한 나머지 업체가 20% 수준이다.
향후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매출은 폭스바겐, BMW 투톱에 리비안 등 신생업체 위주로 구성될 전망이다. 폭스바겐은 각형과 같은 중대형, BMW와 리비안은 원통형과 같은 소형 배터리 비중이 커질 수 있다. 그간 전동공구나 무선청소기 위주로 시장으로 성장한 원통형 배터리는 테슬라를 필두로 여러 업체가 채용을 확대 중이다. 삼성SDI는 BMW와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도 개발하고 있다.
한편,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단독 또는 공동 투자 방식으로 유럽 내 6개 배터리셀 공장을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240기가와트시(GWh) 규모다. 주행거리 400Km의 고성능 전기차 370만대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통합 각형 배터리는 2023년부터 도입된다. 2030년까지 전체 전기차 80%에 적용해 배터리 비용을 최대 50%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