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삼성D에 "LG OLED 수준으로 공급" 요구
가격 안 맞으면 연내 출시 연기 가능성도 언급
"이재용 부회장 관심 커 협상 여지 남아있다" 관측도
삼성전자 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 TV의 연내 출시가 불투명해졌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가 QD-OLED 패널을 만드는 삼성디스플레이에 LG디스플레이의 화이트 OLED(W-OLED) 수준으로 패널 가격을 낮춰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잠정적으로 연내 QD-OLED TV 출시를 연기할 수 있다는 카드도 꺼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요구에 삼성디스플레이는 일단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최종 가격협상이 타결될 수 있지만, 현재로선 삼성전자 QD-OLED TV가 안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최초의 QD-OLED TV는 삼성전자가 아닌 일본 소니가 출시할 가능성이 커졌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소니에 55인치 QD-OLED를 공급할 계획이어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VD사업부는 지난해부터 삼성디스플레이와 QD-OLED 패널 공급을 협의해왔다. 당초 업계에선 삼성전자 VD가 올해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이 패널을 공급받아 50만대 가량의 TV를 양산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최근 양사간 패널 가격을 둘러싼 이견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VD사업부가 삼성디스플레이에 공급단가를 LG디스플레이의 W-OLED 수준으로 낮춰줄 것을 요구하면서다. 구체적으로 VD사업부가 삼성디스플레이에 제시한 QD-OLED 패널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다. 시장에선 65인치 기준 LG디스플레이 W-OLED 패널 원가는 600달러 전후로 추정한다. 수율과 생산량 등이 같은 조건이라면 QD-OLED는 700달러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일단 삼성전자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기존에 계획된대로 일본 소니 등에 패널을 공급할 예정이다. 올해 삼성디스플레이는 소니에 55인치 QD-OLED 패널을 공급할 계획이다. IT용으로는 델테크놀로지스가 30인치대 모니터 출시를 위해 QD-OLED 패널을 사용한다.
다만 삼성전자 VD사업부가 QD-OLED 패널 가격을 높이거나, 삼성디스플레이가 VD사업부의 조건을 받아들이는 등 어느 한쪽이 양보하면 계획대로 제품이 출시될 가능성이 있다. VD사업부가 북미와 유럽 대형 거래선에 QD-OLED TV 출시를 안내한 상황이라 연내 소량이라도 시중에 풀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도 시장 1위인 삼성전자가 물량을 충분히 소화해야 추가 QD-OLED 추가투자를 도마 위에 올릴 수 있다.
막판 타협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QD-OLED가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챙기는 사업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018년 초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을 찾은 자리에서 '대형 OLED 사업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 지시에 따라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QD디스플레이 개발에 박차를 가해왔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후에도 수차례 QD디스플레이에 대한 관심을 보이면서, 업계에선 'QD디스플레이=JY패널'로 받아들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QD-OLED TV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각별히 신경 쓴 제품이라 VD사업부, 삼성디스플레이 모두 협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 상태"라며 "VD사업부는 하반기 중으로 QD-OLED TV를 선보일 계획이었고, 개런티한 물량이 나가지 않아도 '연내 출시' 자체에 의미를 두는 방안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VD사업부와 LG디스플레이의 W-OLED 패널 공급 결론이 좀처럼 나지 않는 이유도 삼성디스플레이와의 QD-OLED 패널 가격 협상 때문"이라며 "VD사업부가 잠정적으로 연내 QD-OLED 패널을 채용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것도 그만큼 견해차가 크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가 양산하고 이는 충남 아산 Q1 라인의 QD-OLED 생산 능력은 8.5세대(2200×2500㎜) 유리원판 투입 기준 월 3만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