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제로의 핵심 요소는 에너지믹스·전화·에너지 효율성"
"데이터 중심 전략으로 고객사에 지속가능 솔루션 제공"
Q. TSMC, 삼성, 인텔 등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캐파(CAPA)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산업의 전기 사용량 및 탄소 배출량이 얼마나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는지?
A. 올해부터 2030년도까지 최소 75개의 반도체 팹 증설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산업은 에너지 집약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만약 우리가 이러한 전망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에너지 소비량과 탄소 배출량은 크게 늘어나게 될 것이다. 특히 반도체 선폭이 미세화되면서 더 작은 칩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기술, 장비 등이 도입되고 있는데, 이 또한 탄소 배출량을 크게 증가시키는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산업의 흐름에서 한 발 자국 물러나 넷 제로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다. 먼저 에너지믹스를 통해 탄소배출의 45%를 해결할 수 있다. 에너지믹스는 기존 화석 연료를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는 시도로, 지속 가능성과 탈탄소화를 이뤄낼 수 있다. 또한 시스템의 전동화를 통해 30%를, 나머지 25%는 에너지 효율성 및 순환성 제고를 통해 달성할 수 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이 세 가지 분야에서 모두 입지를 갖추고 있다.Q. 슈나이더 일렉트릭가 지속가능성 분야에서 갖춘 역량은 무엇인가?
A.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지속 가능성과 관련한 컨설팅을 수행할 수 있는 전 세계 2500명 정도의 전문 인력을 두고 있다. 이들은 반도체 기업들이 신재생 에너지 채택을 위해 전략을 구상하는 데 필요한 자문을 제공하고, 접근성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PPA(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된 전기를 직접 판매·구매할 수 있는 제도) 분야의 선두주자로서 공고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동시에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신재생 에너지와 관련한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NEO 네트워크'를 주도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혁신과 협업을 추진하는 것이 탈탄소화의 핵심 요소라고 생각한다.Q. 탈탄소화를 위한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전략은?
슈나이더 일렉트릭이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해 수립한 탈탄소화 전략은 전략화-디지털화-탈탄소화 세 단계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전략화 단계에서는 고객사가 신재생 에너지 활성화 및 에너지 순환성 증대를 위한 전략을 구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과정에서는 고객사의 경영진 뿐만이 아니라 주니어 레벨의 직원들도 모두 다 참여해, 실행 가능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전략을 수립하면 디지털화 단계로 넘어간다. 전략을 실제로 실행하기 전에 우선 현재 고객사의 에너지 사용 현황은 어떠한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에, 탄소 배출량이나 자원 집약도 등의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는 과정을 거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에코스트럭처 리소스 어드바이저'라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리소스 어드바이저는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프로그램으로, 기업 단에서 탄소 배출량 뿐만이 아니라 ESG와 관련한 요소들이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거시적인 수준에서 분석할 수 있다. 리소스 어드바이저를 활용하면 고객사는 CDP(탄소배출 정보공개 프로젝트)나 GRI(글로벌 리포팅 이니셔티브)와 같이 지속가능성을 감사하는 외부 기관으로부터 더 쉽게 인증을 받을 수 있게 된다.Q. 구체적인 고객사의 사례가 있다면?
A. 고객사명을 거론할 수는 없지만, 전 세계적으로 영업망을 갖추고 있는 미국의 한 반도체 기업이 슈나이더 일렉트릭을 찾아와 "에너지 비용이 급등하고 있어 에너지 총 소비량을 최대한 빨리 10%가량 절감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적 있다. 이에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회사의 전문 지식과 전력 사용량 분석 프로그램 등을 결합한 플랫폼을 제공했다. 이를 통해 고객사의 팹이 어떠한 방식으로 전력을 소모하고 있는지 다른 기업의 사례를 기반으로 분석했고, 에너지 절감이 가능한 요소를 특정해 내 실제로 10%의 에너지 소비량 절감을 달성할 수 있었다.
또 다른 글로벌 반도체 기업은 우리에게 "RE100(기업이 필요한 전력을 2050년까지 전량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구매 또는 자가생산으로 조달하겠다는 약속)을 달성하기 위한 솔루션이 시급하다"는 요청을 했다. 이에 고객사의 특정 팹이 PPA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주력했고, 상당한 탈탄소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덕분에 고객사의 2번째, 3번째 팹에도 비슷한 솔루션을 도입하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Q. 지속가능성을 위한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기술력은 어떻게 발전하고 있나?
A. 슈나이더 일렉트릭이 제공하는 모든 제품이나 장비가 디지털화되어 연결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계측 장비에는 에지(Edge) 단에서 제어가 가능한 소프트웨어를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다. 이 소프트웨어에서 에너지 소비량이 얼마나 되는지, 어떻게 효율화를 도모할 수 있을지를 분석해 리소스 어드바이저에 정보를 보내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러한 데이터 분석 및 통합 시스템을 고도화하기 위해 AI(인공지능)와 ML(머신러닝)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Q. 대표적인 솔루션도 소개해달라
A.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AirSET' 고압 스위치 기어가 있다. 알다시피 반도체 업계에서 활용되는 SF6 가스는 탄소배출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해당 제품은 SVI(공기 절연 션트 진동 차단) 기술을 활용해 SF6 사용량을 완전히 제거하는 대신 공기를 사용하게 한다.
두 번째로는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자체 친환경 제품 라벨인 '그린 프리미엄'이 있다. 이는 고객사들이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제품을 기반으로 어떤 운용을 하고 있는지 트래킹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위에서 언급한 AirSET을 예로 들면, 고객사가 1년 동안 해당 제품을 통해 얼마나 SF6를 저감했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더 나은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차세대 마이크로그리드(소규모 단위로 에너지의 공급과 수요를 관리하는 국소 전력망)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사의 팹에서 태양열이나 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의 수요와 공급을 원활하게 만들어주고 있다.Q. 반도체 기업들도 스스로 SF6 저감같은 친환경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시장 영역이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
A. 전혀 아니다. 오히려 이 같은 기류는 슈나이더 일렉트릭에게는 고객사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SF6 가스 저감을 원하는 반도체 기업들이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제품 도입 및 협업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기업들이 지속가능성과 탈탄소화를 약속하는 것을 매우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
Q.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중장기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A.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매년 지속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한 도전적인 약속을 새로 만들고 있고, 15년 전부터 ESG를 중대 목표로 삼은 바 있다. C레벨의 임원진들도 이를 회사의 DNA로서 꾸준한 지지를 해오고 있다. 덕분에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전 세계에서 지속가능성이 높은 100대 기업 중 한 곳으로 12년 연속 선정됐으며, 최근에는 가장 지속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선정되는 쾌거도 있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오는 2025년까지 모든 사업 활동 부문에서 탄소중립(이산화탄소 배출 0)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했었다. 2025년까지는 2년이 채 남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약속을 지키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2025년까지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상위 고객사 1000곳의 탄소배출량을 50%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고객사의 탈탄소화를 촉진하기 위한 교육 플랫폼도 만들었다. 또한 스코프3(제품 생산 외에 물류, 제품 사용 및 폐기 등 전체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총 탄소량)은 물론, 더 넓은 범위의 스코프4에 대한 가이던스도 설정하고자 한다. 스코프4에 대한 정의가 아직 명확하지는 않지만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고객사의 탄소 배출량과 관련한 모든 생태계에 관여할 것이다. 이를 통해 2017년부터 2025년까지 고객사의 총 탄소 배출량을 8억톤 이상 저감하는 것이 목표다. 조금 더 멀리 보면,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2030년까지 모든 사업에서 넷 제로를 달성하는 게 목표다. 또한 2030년까지 밸류체인 전 영역에 있어서 탄소 배출량을 35% 저감하는 게 목표다. 2040년까지는 밸류체인의 탄소 중립을 달성하고자 한다.Q. 한국을 비롯한 각 국가별 시장 진출 전략이 있다면?
A.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가장 로컬한 글로벌 기업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지만, 단일한 본사가 없는 기업으로 정평이 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북미나 유럽, 아시아를 비롯해 각 지역별로 본사를 두는 멀티 허브 전략을 채택해, 지역에 맞는 R&D, 제조 전략 등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1970년대부터 한국에 뿌리를 내렸으며, 현재 400명이 넘는 임직원이 한국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지속가능성 분야에서 다양한 국내 고객사와의 협업으로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어냈고, 앞으로도 이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디일렉=장경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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