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 후보 사퇴에 이어 사외이사 후보도 사퇴
박정욱 사장, “비 온 뒤 땅이 굳어진다는 속담처럼 위기 돌파”
KT 새노조, 낙하산 반대 특별결의 요구
KT 정기주주총회가 파행을 피하지 못했다.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선임 안건 폐기에 이어 사외이사 선임 안건도 논의하지 못했다. KT 대표에 이어 이사회도 대행체제를 유지한다.
31일 KT는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제41기 정기주총을 개최했다.
구현모 대표가 지난 28일 사직해 주총 의장은 경영기획부문장 박종욱 사장이 대표 직무대행 자격으로 맡았다.
박 사장은 “회사에 발생한 위기 상황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 지난 4개월 동안 대표 선임을 두고 불확실성이 있었지만 서비스 등은 차질 없이 진행했다”며 “새 대표 선임까지 약 5개월을 예상하지만 단축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여은정 감사위원회 위원장은 “법과 규정에 따라 책무와 책임을 다했지만 최근 일련의 사태에 죄송하다”라며 “이사회도 빠른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KT는 당초 이날 ▲대표이사 선임의 건 ▲제41기 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경영계약서 승인의 건 ▲임원퇴직금지급규정 개정의 건 8개 의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논의는 ▲제41기 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임원퇴직금지급규정 개정의 건 4건에 그쳤다. KT 신임 대표 선임을 둘러싼 논란 때문이다.
KT는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인 국민의 힘, KT 최대주주 국민연금 등은 KT 대표 선출 과정이 그들만의 리그’라며 탐탁치 않아했다. 소유분산기업 대표 선임 과정이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치 못했다고 비난했다. KT 차기 대표 후보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과 이사회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27일 윤 사장이 대표 후보를 사임했다. 윤 사장은 신임 사내이사 2명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 ▲송경민 경영안정화태스크포스(TF)장을 추천했다. 윤 사장의 대표 후보 사퇴로 대표이사 선임의 건과 사내이사 추천 안건은 폐기했다.
사외이사 선임과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도 불발했다. 주총 직전 재선임 예정이던 ▲강충구 고려대학교 교수 ▲여은정 중앙대학교 교수 ▲표현명 전 KT 사장 3명이 후보에서 물러났다. 사외이사 후보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은 지난 10일 이미 후보에서 빠졌다. 사외이사 재선임 실패로 이들을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임명하려던 안건 역시 자동 무효화했다.
회의 직전 사외이사 3명이 후보를 사임한 것은 안건 통과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중립을 선언했지만 2대주주 현대자동차그룹과 3대주주 신한은행의 의사가 불확실했다. 의결권 자문기관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은 반대를 권고했다.
이에 따라 KT 이사회는 임기가 남은 김용헌 전 헌법재판소 사무처장과 상법 제386조에 따라 임기는 끝났지만 이사 권리를 유지하는 ▲강충구 교수 ▲여은정 교수 ▲표현명 전 KT 사장 4명 체제로 운영한다. 총 8명의 사외이사 중 이강철 사외이사는 지난 1월 ▲벤자민 홍 사외이사 ▲유희열 사외이사 ▲김대유 사외이사는 이달 자리를 떠났다. 사내이사는 구 전 대표와 윤 사장의 사의로 0명이다.
주총은 KT 비상경영 돌입에 대한 성토로 뜨거웠다. 구체적 내용은 달랐지만 새 대표로 낙하산 인사가 오면 안 된다는 우려는 같았다.
소수노조인 ▲KT새노조 ▲KT전국민주동지회 ▲KT노동인권센터는 현 경영진 동반 퇴진을 주장했다. ‘낙하산 반대’ 특별결의를 요청했다.
이들은 “이권카르텔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구 전 대표 연임에 관련했던 임원과 불법정치자금 관련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이들은 모두 사퇴해야 한다”라며 “하지만 낙하산 인사가 KT 대표로 와서는 안 된다. ▲통신 전문가 ▲KT의 공공성을 지킬 수 있는 사람 ▲노동인권 감수성이 있는 대표를 원한다”라고 강조했다.
네이버 KT소액주주카페 배창식 대표는 “정부 외압이 심해도 정치인 등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낙하산 방지 등을 담은 정관 변경을 해야 한다”라며 “현대차그룹과 지분교환으로 현대차가 KT 대표 선임에 개입하게 됐다. 안전장치를 마련해달라”라고 요구했다.
박 사장은 “대행을 맡은지 4일째다. 현재 상황에 대해 다 파악을 못했다. 답을 다 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속담처럼 다시 도약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전했다.
한편 다른 안건은 원안대로 통과했다.
결산배당은 주당 1960원 현금배당을 확정했다. 이사 보수한도는 전년과 같은 58억원으로 정했다.
또 KT는 자사주 보유 목적 및 소각 등을 정기주총에서 보고키로 했다. 다른 기업과 자사주를 교환할 경우는 주총 결의를 받도록 했다. 현대차그룹이 2대주주로 경영에 개입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디일렉=윤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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