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3분기 매출 132억8000달러을 올렸다고 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월스트리트 컨센서스 130억400만달러를 상회한 수치다. 데이터센터 사업부 매출이 전년 대비 9% 증가한 덕분이다. 데이터센터 매출은 33억5000만달러로 컨센서스 31억6000만달러보다 높으며, 그룹 전체 매출의 약 25%에 달한다.
서버용 CPU '제온(Xeon)'이 매출에 크게 기여했다. 제온은 1998년 출시됐고, 2017년 3세대부터 고성능컴퓨팅(HPC) 서버용 CPU로 주목받았다. 2024년 9월, 인텔은 제온 6세대 '그래나이트 래피드'를 출시했다. 제온 6세대는 직전 세대보다 메모리 대역폭이 약 1.5배 크고, 내장 AI 가속기를 탑재했다. 그 결과 제온 6세대는 직전 세대보다 성능이 두 배 가량 향상됐다. 이러한 성능을 바탕으로 제온 6세대는 이미 70% 이상의 데이터센터에서 호스트 CPU로 채택됐다.
문제는 서버용 AI 가속기 '가우디(Gaudi)' 시리즈다. 인텔이 2020년 9월 최초로 출시한 가우디는 2024년 9월에 3세대까지 출시됐다. 가우디 3세대는 직전 세대보다 네트워킹 대역폭이 2배 이상, 메모리 대역폭이 1.5배 이상이다. 가우디 3세대는 성능이 향상됐음에도 3분기 동안 고객사의 채택률이 상당히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인텔 자회사 하바나 랩스가 개발한 시냅스 AI(Synapse AI)가 가우디 3세대에 호환되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시냅스 AI는 엔비디아 쿠다(CUDA)와 같은 가속기 전용 개발 인터페이스 툴이다. 가우디가 2세대에서 3세대로 전환할 때 내부 하드웨어 아키텍처가 크게 달라졌다. 이에 따라 시냅스 AI도 3세대 아키텍처에 맞도록 최적화돼야 한다. 인텔 측은 이 최적화 업데이트가 지연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는 엔비디아가 GPU 아키텍처를 호퍼(Hooper)에서 블랙웰(Blackwell)로 전환할 때 CUDA 최적화를 신속하게 진행한 것과 상반된다.
그 결과 인텔은 지난 실적발표 때 제시한 가우디의 연간 매출 목표치 5억달러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알렸다. 3억달러에 달하는 가우디 재고는 상각처리될 예정이고, 영업이익에서 손실로 반영된다.
인텔은 가우디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에도 4분기 실적전망은 긍정적으로 제시했다. 4분기 매출은 133억~143억달러로 중앙값 138억달러는 컨센서스 137억2000달러를 상회한다. 전년 대비 성장률은 -10%로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유지한다. 4분기 매출이익률은 39.5% (컨센서스 38.7%), 주당순이익은 0.12달러 (컨센서스 0.07달러)이다.
실적전망이 시장의 기대 이상인 이유는 인텔 파운드리 18A 공정과 관련 있다. 현재 제온 6세대는 인텔 3나노 공정으로 제조된다. 다음 제온 7세대 '클리어워터 포레스트'는 3나노보다 선폭이 좁은 18A(18옹스트롱) 공정으로 생산된다. 옹스트롱은 나노보다 1/10 더 작은 단위다. 18A 공정은 PC용 CPU 17세대 '팬서 레이크'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공동개발한 AI 가속기를 제조하는 데도 사용된다. 내년 18A 기반 제품이 출시될 예정이고, 고객사의 초기 마일스톤은 실현된 상태다. 18A 관련 마일스톤의 진척이 다음 분기 매출에 일부 기여한다.
인텔 파운드리는 미국 애리조나주 팹에서 18A 공정을 본격 양산함에 따라 초기 비용이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4분기 매출이익률은 컨센서스 이상이나 전년 대비 9.3%p 감소한 수준이다. 인텔은 향후 100억달러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며, 그중 10억달러는 인텔 파운드리의 운영 효율화에 사용한다.
파운드리 사업은 생산수율에 따라 운영효율성이 결정된다. 18A 공정은 결함밀도(Defect Density, D0) 0.4 미만이다.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0.4 미만의 D0은 양호한 생산수율 수준이나, 아직 대량생산이 가능한 수율은 아니다"며 "내년 하반기부터 A18의 대량생산에 돌입하게 되면, D0은 이보다 현저히 낮아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데이빗 진스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PC CPU 제품군이 차세대로 갈수록 매출이익률이 상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주력 제품인 16세대 루나 레이크는 '메모리 온-패키지' 방식을 사용한다. 용어 그대로 CPU 내부에 메모리를 탑재한다. 온패키지는 프로세서와 메모리의 간격이 좁아 데이터 전송속도가 향상되고 배터리 수명이 상승하는 장점이 있으나, 제조비용이 높아지는 단점이 있다. 경영진은 "16세대 루나 레이크만 성능향상을 위해 온패키지가 필요했다며, 다음 17세대 팬서 레이크 이후 제품은 이와 반대되는 '메모리 오프-패키지' 방식을 접목할 것이다"고 말했다. 오프-패키지는 제조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17세대 팬서 레이크는 내부 면적의 70% 이상에 달하는 반도체부품이 모두 인텔 파운드리에서 자체 제작된다. 이처럼 인텔 파운드리는 외부 아웃소싱보다는 내부 제품으로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다. 3분기 동안 인텔 파운드리는 7나노 공정과 관련한 30억달러에 달하는 상당한 규모의 손상이 발생했다. 이는 7나노 공정을 3나노, A18 공정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3나노 이하는 EUV 노광장비가 필요하지만 7나노는 EUV를 사용하지 않는다. 인텔은 4분기에도 7나노 관련 손상비용을 제외한 3분의 손실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