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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인사이트] 세미파이브 창업 5년 만에 매출 1000억 돌파 전망
[Y인사이트] 세미파이브 창업 5년 만에 매출 1000억 돌파 전망
  • 신일범 프로
  • 승인 2024.11.1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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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현 대표 "이른 시일에 기업 공개 추진"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사진=정일규 프로]
세미파이브는 삼성 파운드리의 국내 디자인솔루션 파트너(DSP)다. SoC 설계 플랫폼을 기반으로 팹리스 업체가 효율적으로 제품을 개발하도록 지원하고, 삼성 파운드리 공정에 최적화해 최종 양산까지 돕는다. 세미파이브가 설립 5년 만에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세솔반도체, 하나텍에 이어 미국 아날로그 IP 회사인 아날로그 비츠사를 인수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설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자산을 재사용해 개발 비용과 시간을 대폭 절감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했다. 세미파이브 조명현 대표는 “세미파이브의 플랫폼을 사용하면 SoC 시제품 제작 비용을 37% 수준으로 줄일 수 있으며, 칩을 개발하는 시간 역시 기존의 52%만 투입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세미파이브는 4나노 플랫폼과 칩렛 플랫폼 두 가지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ARM 아키텍처 기반의 CPU 칩렛인 ‘프리미어(Premier)’ 개발에 돌입했으며, 인터포저 설계와 PSI(파워 시그널 인테그리티) 시뮬레이션 경험을 축적해 대형 AI 칩의 테이프아웃을 준비하고 있다. 조 대표는 “칩렛을 통한 반도체 설계는 앞으로 2~3년 후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그때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현재부터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미파이브는 기업 공개(IPO)를 중요한 전환점으로 삼고, 가능할 한 이른 시점에 상장한다는 목표로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조 대표는 “세미파이브는 고객의 킬러 아이디어나 AI 핵심 기술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종합 칩 설계 솔루션을 구축해 기존 디자인 하우스와 차별화된 가치를 증명했다”며 “이와 함께 아날로그 비츠사의 고품질 아날로그 IP를 모든 파운드리 생태계에 공급하는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갖추고 있어, 상장 시 높은 가치 평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세미파이브 조명현 대표를 만나 세미파이브의 경쟁력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 회사 창업한 지 꽤 되었죠?

“네, 2019년에 창업해서 5년 조금 넘었습니다.”

- 그 사이에 세솔반도체도 인수하시고 하나텍도 인수하셨죠. 하나텍은 인수하시기 전에 다른 회사와 M&A를 한 상태였죠?

“실리콘 하모니라는 회사에 인수 합병돼서 회사가 꽤 커져 있는 상태에서 우리랑 힘을 합치면서 좋은 모멘텀을 얻게 되었습니다.”

- 현재 회사의 규모를 보면, 엔지니어가 300명 이상 있고, 지금까지 테이프아웃도 약 250회를 넘겼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중 핀펫 공정으로 14nm, 8nm, 5nm, 4nm와 같은 선단 공정에서만 10개 이상의 테이프아웃을 성공하셨고, 삼성전자의 주요 디자인 하우스 파트너로서 확실한 입지를 다지고 계신데요. 작년 10월쯤 인터뷰에서 올해 매출 목표로 1,000억 원을 제시하신 바 있는데, 이제 두 달 정도 남은 시점에서 1,000억 원 목표 달성은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연결 기준으로 올해 1,000억 원 매출 목표는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BEP를 맞추려면 1,500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면 되나요?

“1,000억 원에서 1,500억 원 사이에서 BEP가 나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 회사가 이제 5살이 조금 넘었기 때문에 양산 물량이 이제 막 생겨나고 성장하기 시작하는 시점입니다. 양산 매출이 회사 성장에 보탬이 되면서 내년부터는 수익을 낼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지 않을까 전망하고 있습니다.”

- 올해 매출 1,000억 원은 주로 어떤 품목들 위주로 구성되어 있습니까?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만, 현재 매출의 대부분은 개발 과제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양산에 들어간 제품들이 이제 나오기 시작한 단계여서 일반적인 기준보다는 개발 매출 비중이 큰 편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진행했던 개발 과제들이 속속 양산 단계에 진입하게 되면, 내년이나 후년부터는 매출 성장세가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앞서 기업 인수와 관련해서도 말씀드렸지만, 미국의 유망한 아날로그 IP 기업인 아날로그 비츠(Analog Bits)사를 인수했기 때문에, 전 세계 파운드리 생태계에서 발생하는 IP 매출 역시 앞으로 수백억 원 규모로 이루어질 전망입니다.”

- 아날로그 비츠는 언제 인수하신 건가요?

“2022년에 인수해서 3년 정도 지났습니다.”

- 아날로그 비츠 쪽에서도 매출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말씀이군요. 개발 매출의 경우, 개발이 완료되어 양산으로 이어지면 추가 매출이 계속 발생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개발을 마치고 나서 이 제품이 판매되기 시작하면 우리가 그 제품을 조달하면서 양산 제품 매출이 발생하게 됩니다.”

- 개발 매출이라는 것은 건설 분야로 말하자면 수주받는 것과 같은 개념이군요. 현재 프로젝트는 몇 개나 진행하고 계세요?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상당히 많습니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공정, 그리고 다양한 크기의 칩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테이프아웃하는 과제 수만 따져도 연간 수십 개가 될 것 같고요. 특히 선단 공정을 사용하는 수백 제곱밀리미터 수준의 HPC나 데이터 센터용 AI 칩 개발에 있어서도 세미파이브가 삼성 파운드리 에코시스템 내에서 독보적으로 많은 과제를 수행해 왔습니다. 이러한 대형 과제들은 개발비만 해도 수백억 원 단위에 이르며, 이러한 프로젝트들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 회사 소개 자료를 보면, 커스텀 SoC 프로토타이핑 비용을 일반적으로 100으로 본다면, 세미파이브는 약 37% 수준으로 더 저렴하게 구현할 수 있고, 프로토타이핑 속도도 52% 정도로 절반 가까이 단축할 수 있다고 되어 있던데요, 실제로 그렇습니까?

“네, 실제로 측정된 데이터입니다. 물론 프로젝트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는 있죠. 세미파이브의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플랫폼 모델, 두 번째는 커스텀 SoC 모델, 세 번째는 디자인 서비스 모델입니다. 각 모델마다 차이가 있지만, 특히 플랫폼 모델은 세미파이브가 전체 칩의 아키텍처, 사양, 하이 스피드 인터페이스, 소프트웨어까지 미리 개발해 놓고, 고객의 요구에 맞춰 최적화하여 다시 칩을 만들어내는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재사용성이 극대화되어 비용과 개발 시간을 크게 절감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부 고객들은 SoC 설계와 개발에 필요한 리소스나 시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고객들은 우리 플랫폼을 활용해 AI 부분만 자신들의 요구에 맞게 바꿔서 칩을 제작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개발 비용과 시간에서 큰 절감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 고객사 중 하나는 엔지니어링 킥오프 후 테이프아웃까지 6개월 만에 성공했습니다. 보통 선단 공정에서는 9개월에서 1년이 넘게 걸리기도 하지만, 이 프로젝트에서는 6개월 이내에 개발을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생산된 칩이 나오자마자 약 2주에서 한 달 내에 모든 검증과 브링업을 완료하여 전시회에서 데모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타임 투 마켓 측면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 현재 세미파이브의 SoC 플랫폼 라인업을 보면, 14nm LP 공정을 기반으로 한 AI 추론 SoC 플랫폼과 IoT용 SoC 플랫폼이 마련되어 있고, 5nm 노드에서는 고성능 칩 플랫폼도 준비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처럼 세미파이브가 다양한 공정과 용도에 맞춘 레고 블록 같은 플랫폼을 미리 구축해 둔 덕분에, 고객이 필요로 하는 부분만 맞춤 변경하여 빠르고 비용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인가요?

“맞습니다. 우리는 데이터 센터용 AI, 엣지 서버용 AI, 그리고 디바이스용 AI 칩에 대해 각각 플랫폼을 완성해 놓은 상태입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고객사들이 자신들에게 필요한 플랫폼을 선택하고 맞춤형 SoC 개발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세미파이브 같은 디자인 플랫폼 회사는 팹리스 기업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고성능 플랫폼에서는 리벨리온과 협업하여 칩을 제작했고, 엣지 서버용 플랫폼에서는 퓨리오사 AI와 함께했으며, 모빌린트와도 칩을 개발왔습니다. 팹리스 기업들은 우리에게 매우 소중한 고객들입니다. 이런 관계를 비유하자면, 스타 연예인과 기획사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기획사라도, 대중의 주목을 받는 스타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듯이, 우리 플랫폼도 파트너들이 필요한 기술을 빠르게 확보하고, 칩 개발과 론칭,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통해 사업화를 잘 할 수 있도록 전반적으로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우리 플랫폼을 통해 만들어진 스타들이 이제 데뷔를 해서 양산 단계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성장 모멘텀과 실적에 대해 우리 세미파이브 팀 모두가 큰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 세미파이브의 고객들이 잘 해야 추가적인 매출이 늘어날 수 있잖아요. 고객이 상당히 많아 보이는데 어떻습니까?

“많은 편입니다. 특히 올해부터 고객층이 해외로 본격적으로 확장되는 좋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재작년까지는 우리가 첫 번째 플랫폼을 만들면서 퓨리오사 AI, 모빌린트, 리벨리온 같은 국내 팹리스 기업들과 협력하여 커스텀 반도체 시장에서 큰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해왔습니다. 올해는 CXL쪽의 매티스엑스와 트랜스포머 기반 추론 알고리즘과 대형 언어 모델에 특화된 아키텍처를 가지고 추론 엔진을 만드는 하이퍼엑셀 같은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팹리스 파트너들과도 새롭게 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도 고성능 반도체 개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는 특히 이러한 국내 실적을 바탕으로, 미국 기업과는 새로운 과제를 시작했고 중국 회사와도 과제 계약을 완료했습니다. 또 일본 고객사들과도 긴밀하게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내의 다양한 고객 기반이 이제는 해외로 확장되어, 세미파이브에게 중요한 전환점이 된 한 해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 해외 고객사들의 이름은 아직 공개하기 어려운 상황이겠죠? 앞서 말씀하신 국내 스타트업들도 요즘 대규모 투자를 받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서 성공할 경우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크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 현재 AI 관련 프로젝트가 많은 것 같은데, 이런 칩들은 선단 공정을 활용하고 면적도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러한 스타트업들도 세미파이브가 보유한 기존 SoC 플랫폼을 그대로 사용하는지, 아니면 맞춤형으로 일부 수정하여 활용하는지 궁금합니다.

“기존 플랫폼을 활용하는 부분도 많이 있지만, 새로운 칩들은 우리가 기존에 5나노와 14나노 공정에서 개발한 플랫폼보다 더 발전된 인터페이스 기술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맞는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고객들과 함께 협력하여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개발 과제를 통해 플랫폼을 새로 만들어놓으면 이후 고객들은 이 플랫폼을 활용해 더 편리하고 경제적으로 접근할 수 있겠군요. 이때 IP는 우리가 직접 매칭해 주는 방식인가요, 아니면 외부에서 구매해서 제공하는 방식인가요?

“다양한 IP 벤더들과 협력하고 있으며, 파트너사의 IP를 기반으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IP라는 것이 단순히 라이선스를 받아 왔다고 해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수천 가지 설정 방식이 있을 수 있고 활용할 기능도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각 애플리케이션에 맞게 IP의 기능을 완벽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이것이 정말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리벨리온과 함께 칩을 만든 5나노 플랫폼에는 고성능 메모리 인터페이스 기술인 GDDR6가 들어가 있습니다. 앞으로 GDDR7에서도 작업을 시작하려고 하고 있는데 이러한 고속 메모리 인터페이스는 자금만 있다면 누구나 라이선스할 수 있지만, 이 IP를 실제로 실리콘에서 완전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구현하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작업입니다. 이를 처음부터 끝까지 소프트웨어와 함께 완성해낼 수 있는 회사는 전 세계에 10곳도 되지 않을 정도로 고난도의 기술이죠. 따라서 이런 기술이 한 번 플랫폼 안에서 완성되고 검증된 형태로 정리되면, 반도체 업계의 여러 회사가 ‘이 플랫폼을 사용하면 나만의 커스텀 칩을 만들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먼저 만든 회사 입장에서는 해당 플랫폼을 후발 기업이 활용하는 부분에 대해 불편한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먼저 쓰신 분들은 더 먼저 칩이 나오니까 문제없을 것 같아요.”

- 그렇군요. 올해 매출은 1,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시는데, 내년은 어떻습니까?

“내년 수치에 관해서는 기사도 많이 나왔습니다만, 기업 공개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 IPO는 대략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그 부분도 지금 자세히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우리 회사는 IPO를 중요한 전환점으로 보고 있어서 철저히 준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준비 상황과 시장 상황을 고려해 가능한 한 가장 이른 시점에 상장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 주관사는 선정하셨죠? 언제 하셨습니까?

“올해 초에 삼성증권과 UBS를 공동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습니다.”

- 외부 투자도 많이 받지 않았습니까? 지금까지 누적으로 얼마나 받으셨어요?

“대략 2억 불 정도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 2,400억 원 정도 투자받은 거네요. 전환 우선주 발행 조건으로 주당 단가가 82만 1,381원인데, 같은 단가로 여러 차례 투자받으신 건가요?

“네, 같은 단가로 두 번 펀드레이징을 한 이력이 있습니다.”

- 상장 때까지 추가 편드레이징은 없는 건가요?

“말씀드린 것처럼, 현재 우리에게 기업 공개는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가능한 한 빨리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펀드레이징보다는 모든 준비를 철저히 해서 IPO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 기존에 80만 원대에 전환 우선주를 인수하신 분들이 있을 텐데요, 세미파이브의 밸류가 어느 정도 되어야 투자자들이 이익을 보고 나갈 수 있을까요?

“사실 기관마다 기대하는 이익의 기준은 다 다를 수 있습니다. 물론 높은 가치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우리도 내부적으로 회사의 현재 가치, 상장 시점의 예상 가치, 그리고 앞으로의 잠재적 가치를 신중히 고려하고 있습니다. 다만, 기업 공개는 모든 투자자에게 공평하게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만큼 이 자리에서 너무 구체적인 내용을 공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지난 투자 유치 이후에 세미파이브는 기술적, 사업적으로 계획 이상의 성과를 이루어냈고, 산업과 사회 전반에서도 커스텀 반도체의 중요성과 잠재력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따라서 어느 기관 투자자라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가치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 현재 비교할 만한 회사로, 삼성전자의 DSP 중에도 상장된 회사들이 몇 군데 있고, 여러 사업군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코아시아 같은 회사도 있죠. 또 TSMC와 주로 거래하는 디자인 하우스들도 있는데 현재 11월 기준으로 보면, 기업 가치가 5천억 원을 넘는 기업들이에요. 가온칩스처럼 매출이 세미파이브와 비슷하거나 다소 낮은 회사도 약 4천억 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고요. 이런 피어 그룹이 존재하는 만큼, 세미파이브도 이와 유사한 밸류를 평가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렇다면, 세미파이브는 다른 동종 업체와 차별화된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어떤 부분을 특히 강조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역할이라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TSMC 생태계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디자인 업체로 GUC(Global Unichip Corporation)와 알칩(Alchip Technologies)이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물론 반도체 산업 전반에 지정학적 요인이나 경제적 불확실성도 있지만, 최근 AI 시대의 도래와 함께 반도체 산업의 가치가 조금 더 반영되어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GUC와 알칩은 약 7~8조 원에 가까운 기업 가치를 보유했고, 가온칩스는 6000~7000억 원 수준이었습니다. 최근 시장 상황으로 인해 가치가 다소 하락하긴 했지만, 이러한 예시는 매크로 상황이 안정되면 반도체 산업 본연의 가치로 회복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그리고 GUC와 알칩은 공통적으로 7조에서 8조 원에 달하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는 이들이 완성도 높은 기술력과 탄탄한 개발 수요, 그리고 다양한 요구 사항을 충족할 준비가 된 디자인 업체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은 사례입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GUC와 알칩의 시가총액은 비슷했지만, 실제 매출은 GUC가 훨씬 더 높았다는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GUC는 항상 1조에서 2조 원 사이의 기업 가치를 유지해 왔고, 알칩의 급성장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이는 알칩이 AI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커스텀 반도체 분야에서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디자인 하우스가 모두 동일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알칩처럼 고객의 아키텍처, 소프트웨어, 하이스피드 인터페이스 같은 복잡한 설계 요소들을 다루며, 단순한 공정 구현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회사가 있습니다. 알칩은 HBM 메모리를 활용한 고급 패키징 기술을 통해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고객들에게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하며 이러한 차별화된 기술력과 경험을 쌓았습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디자인 하우스의 기업 가치에 큰 영향을 미쳤고, GUC와 비교해서 매출은 절반 수준이지만 기업 가치는 동등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결국, 디자인 업체가 어떤 역할과 비즈니스 모델을 수행하느냐가 그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세미파이브의 경우, 처음부터 클린 슬레이트로 출발하여 소프트웨어 팀을 비롯한 전반적인 팀을 갖추고, 칩 설계와 관련된 모든 과정을 제공할 수 있는 솔루션을 구축했습니다. 고객이 킬러 아이디어나 AI 관련 핵심 아이디어만 가지고 와도 빠르고 안정적으로 칩을 구현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기존의 디자인 하우스와는 차별화된 가치를 증명해 왔습니다. 앞으로 업계에서는 기존의 디자인 하우스와 새로운 디자인 플랫폼을 구분하여 서로 다른 가치를 적용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덧붙이자면, IP 회사들은 하나의 기술 자산으로 지속해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우리 매출의 일부는 모든 파운드리 생태계에 고품질 아날로그 IP를 제공하는 아날로그 비츠사의 매출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을 고려한다면, 상장 시점에서 우리 회사의 가치는 더욱 높게 평가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 패키징 측면에서 세미파이브 같은 DSP가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이나 접근성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요즘 어드밴스드 패키징이라는 개념이 기존 패키징을 넘어 백엔드 오브 라인(BoL ; Back-end of Line)의 확장된 기술로도 평가되고 있는데, 이 분야에서 세미파이브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최근에는 칩렛을 적용하거나 패키징에서 혁신을 이루고 싶어 하는 회사들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세미파이브가 이 분야에서 해줄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현재 우리는 두 가지 주요 플랫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4나노 플랫폼으로, 대형 칩 설계에서 이미 큰 진전을 이루었고, 다양한 엔지니어링 자산을 체계적으로 구축해가고 있는 단계입니다. 두 번째는 칩렛 플랫폼으로, 이 부분에서는 선제적 투자를 통해 필요한 기술과 경험을 확보해 나가고 있는 단계입니다. 어드밴스드 패키징은 매우 광범위한 분야로, 이 중 일부는 DSP 같은 디자인 업체보다는 기존 OSAT(Outsourced Semiconductor Assembly and Test) 업체들이 주로 담당하는 영역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패키징 기술이 워낙 넓고 복잡하다 보니, 각 단계마다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인터포저 설계를 생각해보면, 하나의 패키지 안에 여러 다이를 연결해야 하는데, 이 다이들을 어떤 방식으로 연결할지부터 결정해야 합니다. 실리콘으로 연결할 것인지, 구리로 할 것인지와 같은 물리적인 선택에서부터 인터포저 자체의 설계 방식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이어서 피지컬 영역을 넘어서 논리적 설계 단계로 올라가면, 어떤 인터페이스와 프로토콜을 사용할 것인지 등 미해결된 질문과 과제가 여전히 많습니다. 또한, 열 관리, 패키지의 휨 방지, 효율적인 배치와 생산성 향상 같은 실질적인 문제들도 해결해야 합니다. 매번 새로운 방식으로 패키징을 개발하고 테스트하는 것은 OSAT 업체들에게도 큰 부담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모든 레이어에서 여러 난제들이 존재하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칩렛에 주목하는 이유는 커스텀 반도체의 혁신을 실현하기 위해 이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더 쉬운 방법이 있었다면 이미 그 방향으로 갔을 것입니다. 커스텀 반도체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칩렛과 어드밴스드 패키징의 역할이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세미파이브의 목표는 고객이 복잡한 기술적 문제를 걱정할 필요 없이 아이디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최고의 하드웨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ARM 아키텍처 기반의 자체 CPU 칩렛, ‘프리미어(Premier)’ 개발을 진행 중이며, 협력사들과 함께 직접 인터포저 설계와 PSI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또한, 우리가 설계한 인터포저를 통해 데이터센터에 사용될 고성능 AI 칩의 테이프아웃이 곧 완료될 예정이며, 이 과정에서 얻은 경험은 고객에게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인터포저 설계에 필요한 조건과 도구들은 업계에서도 여전히 트라이얼 앤 에러 과정을 거치며 개선 중인 단계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쌓은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객이 칩렛과 어드밴스드 패키징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매우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많은 일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대략 언제부터 시작하셨습니까?

“본격적으로 칩렛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부터지만, 사실 세미파이브 설립 때부터 칩렛 기술에 대한 고민을 이어왔습니다. 우리의 미션은 이미 구축한 설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자산을 재활용하여 설계 비용과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이렇게 만들어진 칩렛을 연결해 하나의 칩을 완성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형태가 아니겠습니까? 처음 몇 년간은 기술적 난관들이 많아 시기상조라고 판단했지만, 재작년부터 인텔이 UCIe로 모멘텀을 만들었고, 첨단 공정의 한계는 점점 드러나는데 AI 발전과 함께 칩 제작에 대한 수요는 급증한 거죠. 이에 따라 작년 말에서 올해 초 사이에 이제는 시작해야 할 때가 됐다고 보고 본격적인 시작을 결심했습니다. 특히 ARM이 올해 APM(ARM Partner’s Meeting) 행사에서 칩렛 표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며 확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칩렛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려면 앞으로 2~3년이 더 필요하겠지만, 그 시점에 ‘어드밴스드 패키징과 칩렛 기술을 선도할 회사가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세미파이브가 유일한 답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 현재 삼성 파운드리와 협력해 사업을 진행 중이신데, 요즘 삼성 파운드리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리고, 파운드리 공정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퀄컴 같은 대형 기업들이 다른 파운드리로 이동하는 이유로 전성비 등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나오곤 합니다. 실제로 비즈니스를 진행하시면서 삼성 파운드리와의 협력에 대해 어떻게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공정 기술 자체의 경쟁력에 대해서는 큰 우려가 없습니다. 공정 경쟁력은 항상 부침이 있었죠. 예전에는 삼성 공정이 TSMC보다 우수했던 시기도 있었고, 최근에는 여러 요인으로 TSMC가 전성비 면에서 앞서 나가는 상황이 나타났습니다. 이는 기술적 우월성뿐만 아니라, 특정 애플리케이션을 목표로 하는 개발 전략이나 파트너와의 협업 방식 등이 영향을 미친 결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는 늘 있어 왔고, 오랜 시간 동안 변동이 있었던 부분입니다. 삼성의 4나노 공정(SF4)은 상당히 경쟁력이 높다고 봅니다. IP 업체들이 그 공정에 큰 관심을 보이는 이유도, 잘 팔릴 공정에 맞춰 IP를 개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향후 3나노 및 이후의 GAA 공정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이기도 하고, 그 공정 구조와 소재 아키텍처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강점이 있기 때문에 성숙도가 높아질수록 경쟁 우위를 확보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공정 기술 자체의 경쟁력에 대해 큰 우려는 없습니다. 다만 파운드리는 철저하게 생태계로 이루어진 구조입니다. 예를 들어 공정이 뛰어나면 자연히 IP 업체나 설계 플랫폼이 따라 붙겠지만, 공정 기술이 아무리 우수하더라도 그 공정에 필요한 6세대 PCIe 같은 주요 IP가 없거나, 내년에나 제공된다면 당장 필요한 칩을 설계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파운드리는 크고 작은 다양한 IP 생태계부터 설계 플랫폼, 그리고 설계와 관련된 경험이나 신뢰성까지 확보되어야만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중소형 고객사도 꾸준히 그 공정을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성장시킬 수 있는 가격, 생산 능력, 그리고 신뢰 관계와 고객 기반까지 갖춘 생태계가 필수적입니다. 이 점에서 TSMC는 파운드리 비즈니스 모델을 최초로 구축해 발전시켜 온 만큼,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는 단순한 경쟁이 아니라 생태계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다만,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할 때, TSMC가 모든 수요를 혼자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TSMC를 대체할 만한 선단 공정을 갖춘 파운드리가 없는 상황이며, 최근 미국 대선 결과로 중국과 대만, 그리고 한국을 둘러싼 정세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해졌습니다. 따라서, 삼성 파운드리를 단일 기업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 생태계와 정부의 지원을 포함하여 전략을 세운다면, 삼성 파운드리가 기술적, 생태계적, 그리고 지정학적 측면에서 모든 파운드리 고객에게 매우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이러한 방향으로 삼성 파운드리의 역할을 강화하는 과정이 중요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미국의 대선 결과에 따라 삼성이 좋은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하는 환경은 마련된 거로 보십니까?

“삼성 파운드리가 지정학적 상황에서 좋은 대안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정학 전문가가 아니지만, 예를 들어 트럼프는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대만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대만을 무조건적으로 보호하기보다는 전략적 카드로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예상되며, 이는 산업 전반에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증대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런 상황이 한국 반도체 인프라에 반드시 긍정적인 영향만 미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트럼프는 칩 보조금이 없어도 관세 부과만으로 생산 시설을 미국으로 옮기게 하겠다는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삼성을 포함한 한국 기업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북한이라는 변수와 더불어, 대중 관계에서 북한의 역할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낙관하기에는 상황이 복잡하고 변동성이 큽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잘 활용한다면 삼성 파운드리와 한국 반도체 산업이 전략적 이점을 얻을 기회도 충분히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 대표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대담 : 한주엽 전문기자
정리 : 손영준 에디터
촬영 편집 : 신일범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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