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도 등 디스플레이 성능 개선 필요성 크지 않아"
"폴더블·롤러블 보완점 많다...스트레처블은 회의적"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의 한국 추격도 고려사항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 권위자인 주병권 고려대 교수는 "향후 디스플레이 개발 방향은 성능보다 폼팩터(Form Factor) 중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TV나 모바일 제품 해상도 경쟁보다 '휘고 말고 접는' 등의 기능이 향후 경쟁구도를 판가름할 것이란 얘기다.
주병권 교수는 20일 디일렉과의 인터뷰에서 디스플레이 기술 및 시장 흐름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주 교수는 지난 2005년부터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재 고려대 OLED 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다. 삼성과도 15년째 디스플레이 관련 산학협력을 진행 중이다.
주 교수는 "해상도와 컬러, 색재현력 등이 디스플레이 성능으로 언급되지만 소비자는 TV·모바일 제품에서 해상도 부족을 느끼지 않는다"며 "디스플레이 성능 개선 방향성이 현재로선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디스플레이 성능 개선과 관련해서는 절박한 필요성이 없다는 점,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가 한국을 추격 중이란 점 등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며 "디스플레이 성능 경쟁 대신 '휘고 말고 접는' 폼팩터 분야에서 보완과제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폴더블 폰이 나왔지만 아직 접히는 부분의 내구성과 제품 수명 등이 완벽하지 않다"며 "롤러블 TV도 진짜 돌돌 말 수 있는 플라스틱 롤러블 TV는 아직 나오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새로운 폼팩터 제품 개발이 디스플레이 업체가 세트 업체를 이끌 수 있는 전략이 될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주 교수는 "폴더블 폰과 롤러블 TV는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 후 세트 업체가 적용해 출시한 제품"이라며 "패널 업체가 세트 업체를 이끌 수 있는 아이디어와 응용처를 제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질감과 두께, 무게를 개선해 액자에 들어가는 캔버스 같은 디스플레이를 만들면 새로운 응용처를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새 폼팩터 중 스트레처블(Stretchable)에 대해선 회의적인 생각을 내비쳤다. 상용화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주 교수는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당겼다 줄였다 하는 과정에서 전극 등 무기물에 나타나는 스트레스 등은 모두 풀 수 있는 문제"라면서도 "시장에 내놓을 스트레처블 제품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새로운 폼팩터 외에 대형 디스플레이와 퀀텀닷(QD) 디스플레이,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등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했다. QD 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 중인 QD-OLED, QD 나노로드 발광다이오드(QNED) 등이다. 모두 대형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19년 QD 중심의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 양산라인과 기술개발에 2025년까지 13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주 교수는 "OLED와, QD 디스플레이, 마이크로 LED 등 세 가지가 (디스플레이의) 다음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액정표시장치(LCD) 시대가 끝나가는 건 분명하다"며 "한국도 LCD 사업을 중단하려다 시장 상황 때문에 일부 연장한 것"이라고 했다.
특히 마이크로 LED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마이크로 LED는 모듈러 형식으로 생산해 이를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완제품을 조립한다. 완제품에 조립돼 나오는 기존 디스플레이와는 생산·설치 방식이 다르다.
주 교수는 "기존 디스플레이가 완성된 로봇을 사는 것이라면, 마이크로 LED는 레고로 로봇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마이크로 LED는 섬유나 유리 위에 놓을 수 있고 형상도 다양하다"며 "OLED와 QD 디스플레이가 하나의 범주로, 마이크로 LED가 또 다른 범주에서 경쟁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 "마이크로 LED는 혁신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후학들에 대한 조언도 내놨다. 그는 디스플레이 분야를 연구하는 대학(원)생에게 "70%가 택하는 길로 가라"고 했다. 주요 기업이 많이 투자하는 분야가 결국 주류가 되고, 70%가 택하는 주류 기술에 합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이유에서다. 주 교수는 "극소수가 택하는 길에서 고군분투할 이유는 없다"며 "인생은 성공하는 것보다 실패하지 않는게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세부 연구분야를 고를 때는 기업의 방향성과 기술 난도를 고려할 것도 조언했다. 그는 "30대에 기업에 입사하면 20~30년간 일한다"며 "이미 완성된 기술보다는 회사가 목표로 잡았지만 기술·인력이 부족하고 숙제가 많은 기술 분야를 택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어 "기술이 너무 어려우면 회사가 포기할 수 있고, 반대로 너무 쉬우면 누구나 할 수 있다"며 "둘 사이 중간쯤 되는 분야에서 회사가 방향성을 잡은 곳을 택하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