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사이즈 축소, 로우엔드용 시장 겨냥해 가격 인하 필요"
"뉴로모픽 반도체 상용화 시기가 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도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늦습니다."
최양규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지난 3일 <디일렉>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최 교수는 "뉴로모픽 반도체를 클라우드 컴퓨팅이 아닌 엣지 컴퓨팅에서 쓸 정도로 사이즈를 작게 만들어야 한다"며 "로우엔드에서 사용될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국내 뉴로모픽 반도체 분야 권위자다. 단일 트랜지스터 기반의 뉴런과 시냅스로 뉴로모픽 반도체 제작에 성공한 바 있다. 최 교수가 개발한 칩은 기존 뉴로모픽 칩 대비 집적도를 크게 높였고, 8인치 팹을 통한 양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상용화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받는다.
뉴로모픽 반도체는 인간의 뇌나 신경세포의 구조와 특성을 모방해 효율성을 높인 인공지능형 반도체를 뜻한다. 시냅스와 뉴런으로 이뤄지는 인간의 두뇌 활동 과정을 칩에 적용했다. 기존 컴퓨팅 구조가 순차적으로 데이터를 처리했다면 뉴로모픽 칩은 대용량 데이터를 저전력으로 병렬 처리하는 게 특징이다.
뉴로모픽 반도체는 IBM의 트루노스와 인텔의 로이히가 대표적이다. 이들 칩은 크기가 크고 가격이 비싸며 아직 범용성이 낮은 상태다. 주로 하이엔드 애플리케이션에 사용되고 있다.
최 교수는 "서버에서 사용되던 CPU가 가격을 낮춰 PC로 넘어오면서 대중화됐듯이, 뉴로모픽 칩도 일반 대중들이 사용되는 기술로 전환되야 한다"며 "사이즈 축소를 위해서 작은 크기의 뉴런과 시냅스가 칩 안에 집적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뉴로모픽 반도체의 상용화 시점을 3~4년 후로 내다보고 있다. 대중화가 되는 시점은 6년 후가 예상된다.
최 교수는 "뉴로모픽 칩은 양자 컴퓨팅 보다 훨씬 앞서 상용화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국내 기업은 빨리 뉴로모픽 칩 기술 개발에 뛰어 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서 "지금 하면 시기상조지만, 지금 하지 않으면 나중에 이 기술이 메인스트림이 됐을 때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라며 "국내서 뉴로모픽 칩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소자 및 공정 설계 인력이 충원되어야 한다"고 강조해 전했다.
다음은 최양규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 공학부 교수의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인터뷰 진행 : 이수환 디일렉 사업부 국장 / 정리 : 이나리 기자
Q. 교수님은 2001년부터 미국에 계시다가 2004년에 한국에 오셨고 그동안 굉장히 다양한 반도체를 개발하셨더라고요. U램도 하시고 또 물에 넣으면 녹으면서 사라지는 반도체도 개발하셨죠. 또 우주에서 우주 방사선을 받고도 스스로 복구할 수 있는 반도체, CNT 그래핀 반도체 등 다양한 종류의 반도체를 개발하셨습니다. 이번에 뉴로모픽 반도체를 개발하시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A. "지금까지는 소자 수준에서 연구만 했었습니다. 대학 연구는 정부 지원 연구비와 무관할 수 없으니까요. 지능형 반도체 사업 등으로부터 시작돼서 개발했습니다."
Q. 국책사업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A. "과제를 따기 위해서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고, 사실 그것이 가장 솔직한 대답입니다."
Q. 그런 것들이 상용화가 되면 국가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요. 제가 좀 의미 있게 봤던 기사가 하나 있었습니다. 2006년에 3나노 핀펫(FinFET) 반도체 개발 내용이 나왔더라고요. 제 기억으로 2006년이면 인텔이 내놓은 CPU가 45나노 65나노. 처음으로 트라이게이트(Tri-gate), 하이케이(High-K) 기반의 기술을 썼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이때부터 이미 3나노 핀펫에 대한 연구 개발을 하셨군요?
A. "네. 맞습니다. 제가 버클리에서 핀펫으로 박사 학위 받을 때 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 2001년도 학회에 발표한 기술이 13나노입니다. 그런데 테크놀로지 노드로 보면 훨씬 더 작은 크기죠."
Q. 훨씬 작죠. 지금도 3나노가 나오려면 더 있어야 하니까요.
A. "엔드 포인트를 한번 가보자. 2004년 1월 1월 카이스트에 오자마자 열심히 개발 해서 2년 만에 3나노미터(nm)를 찍은 거죠. 그로부터 정년 퇴임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더이상 작게 만드는 것은 안 되니, 기능성을 구현하는 쪽으로 D램과 플래시 메모리 합성, 뉴로모픽 기술, 그 다음 보안 소자 등으로 연구를 하게 된 것이죠."
Q. 2006년 당시 가장 작게 만들 수 있는 로드맵인 3나노까지 랩 단위에서 구현이 어느 정도 됐다는 얘기군요?
A. "그 당시에 그랬었죠. 그때는 ITRS(International Technology Roadmap) 로드맵에도 20나노 이후로는 안 보였거든요. 그랬던 시절에 3나노까지 했기 때문에 모 회사의 사장단 회의에서는 '봐라. 이런 연구 결과가 있다. 3나노미터까지는 무조건 간다. 그러니 내 앞에서 안 된다고 얘기하지 마라'라고 말했습니다. 그분은 아직도 현업에서 열심히 잘 활동하고 계십니다."
Q. 말씀하시는 내용 보니까 어느 분인지 알 것 같은데요. 그 당시에는 핀펫이트랜지스터 게이트 구조였지만 지금은 게이트 올 어라운드(Gate-All-Around, GAA) 또는 나노펫, 아니면 삼성처럼 MBCFET(Multi Bridge Channel FET)이라든지 이름만 좀 다릅니다. 나노 자체는 이미 그 당시에 어느 정도 구현이 됐다는 거군요.
A. "맞습니다. 삼성의 MBCFET이 인텔의 리본펫(RibbonFET)이고요. 회사마다 자존심이 있어서 이름을 바꿔주는 것이고 핵심은 '게이트 올 어라운드'입니다."
Q. 동그란 원통형으로 들어간다는 것이 핵심이군요. 그 이후에는 우리가 갈데까지 가보자며 3나노로 찍으셨잖아요. 뉴로모픽 칩은 말 그대로 '뉴런 행'과 뉴런의 집합체인 '시냅스 구조'를 이용한 것입니다. 어떤 수렴 진화 같기도 하고요. 사람의 뉴런 구조를 꼭 따라가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뉴런: 일정 신호가 통합되면 스파이크 신호를 전달하는 연산 기능
*시냅스: 뉴런 간의 연결성(웨이트)을 기억하는 메모리 기능
A. "그럴 이유는 없습니다. 사람이 수억 년 동안 진화해 온 결과, 우리 머릿속은 D램, S램, 플래시, CPU, GPU, MPU 없이도 생각하고 기억하고 다 하잖아요. 이것이 앞으로 우리가 지향하는 바입니다. 그 어떤 시스템도 이걸 못 따라가 듯이요. 반도체 기술이 선진화된 자연을 모방하는 것은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인 것이죠."
Q. 케블라(Kevlar) 섬유도 거미줄 등을 사용하듯이 생물체와 자연에서 배워올 점이 아직도 많이 있습니다. 반도체에서 흔히 얘기하는 '무어의 법칙' 이후의 돌파구를 이쪽으로 마련하겠다는 차원으로 이해하면 될까요?
A. "네. 작게 만드는 것보다는 다르게 만드는 쪽으로요."
Q. 그런데 보통 작게 만드는 것이 더 좋다고 업계에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D램 같은 경우에는 생산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 않습니까? 실제로 나노팹에서 뉴로모픽 칩도 만들고 하셨는데요. 이런 칩들의 상용성은 어떻습니까?
A.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100% CMOS 공정을 썼습니다. CMOS 공정을 써서 만들어진 칩은 IBM의 트루노스, 인텔의 로이히 외에는 거의 없습니다. 저희가 개발한 것은 S램도 쓰지 않습니다. S램 셀이 32에프스퀘어(F-Square)거든요. 저희는 싱글 트랜스를 써서 시냅스를 만들었기 때문에 6에프스퀘어. 뉴런도 2만2000에프스퀘어 대비 6에프스퀘어. 이렇게 작은 칩을 CMOS 공정으로 만든 전례가 아직까지 없죠."
Q. 이제까지 한 번도 없었습니까?
A. "네. 동시 집적으로요. 보통은 뉴런만 보이거나 시냅스만 보이거나 합니다. 뉴런을 개발하는 사람들은 회로를 만들고, 시냅스는 멤리스터(memristor(memory+resistor)를 걸쳐서 '백 엔드 메탈 공정'을 만듭니다. 지금 메탈이 10층이 넘어가지 않습니까? 거기에 시냅스를 만들려고 11, 12, 13을 쌓는 것이 말이 쉽지, 사실상 어렵거든요. 아직은 그런 수준이에요. 그런데 뉴런과 시냅스를 동일 평면상에서 모놀리틱(monolithic)하고 인테그레이션(integration)하는 것은 집적기술의 핵심입니다. 따로따로 만들어서 모듈화시키는 것이죠. 옛날에는 전자부품도 납땜으로 했죠. 그것을 PCB 보드 상에서 마운트 해서 모듈화시켰죠. 앞으로는 시스템인패키지(SiP)가 되고 있습니다. 모든것을 칩 안에 넣는 단계를 향해 가고 있는 거예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따로따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한꺼번에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그것도 CMOS로요. 즉 상용화 관점에서 굉장히 앞서 있다는 겁니다."
Q. 상용화된 시스템온칩(SoC) 등을 보면 나름의 AI 기술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칩 안에 내장된 경우도 있고요. 아니면 IP를 외부에서 개발해서 어필하려는 업체들도 있습니다. 이런 AI·IP와 비교해서 뉴로모픽 칩이 가지는 우열성이 있나요?
A. "현재 파운드리에서 생산되고 있는 GPU나 MPU 등의 칩은 폰노이만 아키텍처에서 많이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Q. 그렇죠. 순차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돼 있죠.
A. “네. 제3의 물결에 해당되는 연산하고, 연산 결과를 다른 데로 보내지 않고 자기가 기억하고 있다가 그다음 연산을 받아서 하는 완벽한 뉴로모픽 기술은 아직 상용화된 바가 없죠.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인텔의 로이히하고 IBM의 트루노스 정도입니다."
Q. 트루노스나 로이히와 비교해서 교수님께서 개발하고 계시는 뉴로모픽 칩의 차이점이 있나요?
A. "네. 뉴런, 시냅스 동시 기술인데 사이즈가 작죠."
Q. 사이즈가 얼마나 작은 겁니까?
A. "뉴런은 아까 22,000:6, 시냅스는 32:6. 뉴런 하나에 시냅스가 1000개에 연결된다면 32 곱하기 1000 하고 6 곱하기 1000이니까요. 칩 사이즈로 보면 아마 10분의 1 토막도 안 될걸요. 그렇다 하면 가격이 10분의 1로 떨어지는 것이죠."
Q. 반도체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가격입니다. 기존 CMOS 공정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가격까지 저렴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A. "네. 예를 들면 멤리스터라든가 일렉트론라이트를 쓴다거나 이것은 아직 CMOS 공정도 없습니다. 요즘 팹 하나 짓는 비용이 기본 20조원이고 극자외선(EUV) 들어가면 40조원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투자해서 실패하면 안 되는 것이요. 그런 관점에서 유리합니다."
Q. IBM, 인텔이 이 칩을 내놓은지 몇 년 정도 됐더라고요. 이후에는 별다른 얘기는 없는것 같아서요. 기술적 허들이 뭐가 있을까요?
A.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칩 사이즈가 너무 커요. 초창기 CMOS 이미지 센서도 사이즈 축소로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사이즈뿐 아니라 일드 수율도 많이 낮아요. 그래서 뉴런과 시냅스를 각각 작게 만들어야 하고, 개당 가격이 클라우드 컴퓨팅이 아닌 엣지 컴퓨팅에 쓸 정도로 떨어져야 됩니다."
Q. 지금 가격이 얼마 정도 하나요?
A. "가격은 잘 모르겠습니다. 기업은 하이엔드에서 돈을 버는 것 보다 로우엔드에서 돈을 벌어야 살거든요. 초창기 4메가, 16메가, 256메가까지는 서버 중심이었어요. 일본 히타치, 엔이씨, 도시바 등이 전세계를 휘어잡았거든요. 그 다음 서버에서 PC로 넘어갔죠. PC는 수명이 25년 보장되는 D램이 필요 없어요. 성능이 조금 떨어져도 싼 제품이 좋은 것이에요. 우리나라가 로우엔드를 잡아서 일본을 제압하려던 것은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 제압하게 됐죠. 지금 나오고 있는 인텔의 로이히, IBM의 트루노스는 아직 하이엔드 수준이거든요. 일반 휴대폰에 들어가고 엣지 컴퓨팅을 하려면 당연히 가격이 다른 칩 보다 떨어져야 합니다.
"저희가 제안한 작은 크기의 뉴런과 시냅스가 들어가야만 합니다. 현재 메모리나 CPU 가격으로 내려와야 비로소 CPU, GPU를 교체하면서 쓰이게 되겠죠. 시속 200km 나오는데 1억원 하는 차하고 시속 50km밖에 안 되지만, 100만원 하는 차가 나오면 그것은 경쟁이 안 되죠. 70억 인구를 대상으로 한다면 싼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로우엔드를 장악해야 됩니다."
Q. 보통 반도체가 처음 만들 때에는 굉장히 사이즈가 크다가 결국에는 어떤 군사 기술처럼 점점 메인 스팀으로 내려오고, 점점 일반 대중들이 쓰게 되는 기술로 전환됩니다. 교수님은 뉴로모픽 반도체의 상용화 시점을 언제로 예상하십니까?
A. "제 사견으로 봤을 때 3, 4년은 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 다음 제품의 "1세대(1st generation), 2세대, 3세대 순으로 갑니다. 업계에서는 안정화 단계를 3세대로 보거든요. 제가 말한 1세대 AI 칩이 약 3년후입니다. 누구나 쉽게 값싸게 사용할 수 있는 시점은 그로부터 3년 후를 봅니다. 즉, 6년 후 정도가 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생각합니다."
Q. 제가 반도체 기사를 쓰면서 뉴로모픽 칩에 대해서 크게 인지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래도 큰 기업들이 움직였을 때입니다. 물론 인텔도 있고 IBM도 있습니다만 2016년에 SK하이닉스가 램리서치와 지금은 머크에 인수된 버슘 같은 기업들, 스탠퍼드 대학과 같이 뉴로모픽 반도체를 개발한다고 했거든요. 당시부터 3, 4년 뒤면 2014년, 2015년 정도겠군요. 상용화되려면 스마트폰 등에 사용될 수 있을 정도의 기능이 구현되야 한다는 거죠?
A. "그렇죠. 아까 말했듯이 서버에서 PC로. 이제는 모바일 디바이스로 넘어갔거든요. 갈수록 로우엔드가 되고 있습니다. PC는 집에 한 대만 있으면 되지만 휴대폰은 개인당 한 개 내지 두 개 있어야 하니까요. 휴대폰에 들어가지 않는 디바이스라면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어렵다고 봅니다."
Q. 에너지 하베스팅쪽도 잘 집적돼 있는 칩이라고 봐야 될 텐데요. 이 칩은 서버나 데이터 센터용으로는 어떻습니까?
A. "에너지 하베스트하고 에너지 제너레이터하고 구분을 해야합니다. 제너레이터는 보통 킬로와트(kW) 못 잡아도 와트급 이상을 지원해야 합니다. 하베스트는 밀리와트(mW)급 이하. 그러니까 하베스팅은 아무리 많이 봐봤자 하베스트인 거죠. 이것으로 서버를 구동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대신 여러 가지가 있죠. 사람 몸에 관절이나 눈꺼풀. 또는 신발, 안창 이런 데 다 붙여서 하루 종일 잠 안 자고 열심히 뛰어다닌다면 휴대폰에 한 눈금 정도는 올릴 수 있겠죠. 아직은 그 정도입니다."
Q. 최근 대안 컴퓨팅으로 여러 가지 얘기들이 나오는데요. 그중에서 양자 컴퓨팅, 바이오컴퓨터 같은 바이오 칩이 언급됩니다. 뉴로모픽 칩이 이들 칩 보다 훨씬 앞서서 상용화될 수 있나요?
* 양자 컴퓨팅: 양자역학의 원리에 따라 작동되는 미래형 첨단 컴퓨터. 전통적인 컴퓨터에서 자료의 양은 비트로 측정되는 것과 달리, 양자 컴퓨터에서 자료의 양은 큐비트로 측정된다.
A. "상용화 시점은 당연히 앞설 것으로 보입니다. 대신 지향하는 바가 다르죠. 퀀텀 컴퓨팅은 완전히 하이엔드를 보니까요."
Q. 에너지 제너레이터 수준의 칩이 좀 될 수 있다는 애기군요?
A. "왜냐하면 대개 양자컴퓨팅(퀀텀컴퓨팅)은 5가지 방식이 있는데, 그 중 초전도 현상을 이용하는 기술이 가장 대세입니다. 보통 저온에서도 있잖아요. 그런데 휴대폰을 저온으로 만들 수는 없지요."
"당연히 양자는 액체 헬륨 안에 클라우드에 있어야 하고, 이것을 무선으로 엣지 컴퓨터와 휴대폰이 받아서 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주가 예측 프로그램을 구동할 때 서버로 몇 시간 걸리는 것을 퀀텀 컴퓨팅으로 하면 몇 초 만에 가능하니까요. 이것을 휴대폰에서 할 필요가 없는 거죠. 전세계적으로 이런 데이터센터 클라우드가 많아야 하냐? 그렇지는 않아요. 양자컴퓨팅은 극저온에서 동작하기 때문에 무조건 하이엔드로 가야 하고, 상온에서 동작하는 것은 무조건 로우엔드로 가야 하고. 이 사이에서 포지션이 잘못되면 일본 업체 그늘을 따라가는 겁니다. 따라서 철저하게 하이 또는 로우엔드로 가야 합니다."
Q. 우리나라의 향후 반도체의 개발 방향은 로우엔드 쪽에 더 많은 사람이 쓰이는 반도체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네요.
A. "그렇죠. 지금은 온라인 뱅킹할 때 보통 RSI 키를 이용하거든요. 이런 방식은 결국 해킹이 뚫리게 됩니다. 그런데 양자 현상은 아까 말씀드린 대로 하이젠 버그가 불확정성 정렬에 서서 내가 해킹하려고 하는 순간 0과 1의 상태가 바뀌기 때문에 원리적으로는 해킹이 안 돼요.
이런 퀀텀 크립토그라피(암호표), 퀀텀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죠. 보통 퀀텀 컴퓨팅 하면 컴퓨팅만 생각하는데 암호, 통신, 센서 등으로 응용되거든요."
Q. 많이 본 것 같습니다
"무시할 수 없어요. 국가 차원에서 하이엔드로 가는 마켓이 크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을 하지 않으면 국가 존립이 안 되기 쉬워요. 디도스(DDoS, Distributed Denial of Service) 공격 같은 게 지금은 우리가 무기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잖아요. 퀀텀 크립토그라피가 들어오게 되면 디도스에 대해 우리 힘으로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국방, 금융을 지켜내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아무리 돈이 많이 들어도 꼭 해야 하는 것이 있죠.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국가와 상관없이 투자 한 만큼 벌수 있는 것이 필요합니다."
* 디도스(DDoS): 해킹 방식의 하나. 여러 대의 공격자를 분산 배치해 동시에 '서비스 거부 공격'해서 시스템이 정상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
A. "제품군에 따라서 철저하게 로우엔드로 가야 할 게 있고, 하이엔드로 가야 할 게 있습니다. 퀀텀 컴퓨팅은 저온 속상 특성상 당연히 하이엔드로 가야 하고, 뉴로모픽, 프로세스 메모리 등은 무조건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로우엔드로 가야 합니다. 성능 떨어져도 가격 싼 게 좋은 겁니다."
Q. 뉴로모픽 반도체를 개발하려면 인력도 필요하고 공정 장비나 소재들도 많이 바뀌어야 할 것 같은데요. 어떤 점들이 많이 바뀔 수 있을까요?
A. "솔직하게 말하면 우리나라는 원천 기술이 없어요. 특허 풀린 기술 가져다 쓴 수준이죠. 이 때문에 자존심이 상하지만, 저와 같이 반도체를 오래 한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하죠. 양산 기술도 기술이다."
Q. 그렇죠. 보통 그쪽에 계신 분들은 양산성 있게 만든 것을 노하우로 말하니까요.
A. "양산 기술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팹 잘 짓고, 공정관리 잘하고, 공정 개발 잘하고. 뉴로모픽에서 늘 우리가 딸리는 부분은 설계. 그 다음 부족한 인력, 핵심 소자입니다. 어떤 불량 분석이 생기게 되면 이게 도대체 어디서 생겼는지 알안내야 합니다. 3D V낸드 기술은 단을 쌓으면 되기 때문에 중국이 금방 개척해 왔어요."
"그러나 D램은 못 들어오거든요. D램은 결국 사람으로 보면 내공의 힘에 해당하는 거에요. 분명히 저 사람이 나보다 내공이 있어 보이는데 저 내공을 쌓으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하느냐? 몰라요. 근데 농구는 키 크면 좋은 것이 잖아요? 키를 키우려면 잘 먹이고 열심히 운동하면 되니까 금방 캐치가 돼요. 그렇지만 그 사람이 내는 순발력, 지구력 이런 것들을 카피가 안 되죠. 그래서 D램이 바로 그런 부분입니다. 공정은 피지컬에 해당하는 거고, 소자는 내공에 해당하는 거고, 설계는 브레인에 해당하는 거죠."
Q. 원천 소자 기술을 보유한 설계 인력과 공정 인력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신 거군요. 장비 쪽은 어떻습니까? 이런 칩을 만들려면 장비도 좀 특별해야 하는지요?
A. "우리나라는 장비 기술이 약하죠. 예를 들어 EUV 장비는 1년에 20~30대밖에 생산이 안 됩니다. 그런데 전세계 기업에서 현재 필요한 장비는 100대가 넘어요. 지금 주문 넣어도 3년 후에나 받는 형태이거든요. 그 다음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일본이 작정하고 나서면 우리는 반도체를 만들기가 어려워집니다. 에칭 장비, 세정 장비들이 전부 일본 기업 제품이거든요."
Q. 도쿄일렉트론이나 스크린홀딩스나 디스코 같은 업체를 말씀히시는 군요.
A. "지금 언론에는 우리가 소부장 다 한 것처럼, 마치 이제는 일본이 없어도 된다고 보도하는데요. 업계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아닙니다. 우리의 아킬레스건에 해당하는 거죠. 굉장히 위험합니다."
Q.그럼 뉴로모픽 반도체가 어떤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여기에 맞는 공정 장비도 같이 육성할 필요가 있겠네요?
A. "제가 보기엔 뉴로모픽은 CPU처럼 그렇게까지 작은 트랜스터를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Q. 몇 나노 정도면 될 것 같습니까?
A. "제가 연구한 것도 뉴런 동작을 하려면 소스와 드레인이 너무 가까우면 안 돼요. 20나노 정도가 적합하다고 봅니다. 게이트 길이(length)가 20나노 이상이거든요."
Q. 거의 레거시 공정에 가깝네요.
A. "그렇죠. 모든 기술은 CPU, GPU들이 치고 나가면서 개발하고 그걸 한 사이클, 두 사이클 지나서 쓰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Q. 이제까지 우리나라의 반도체는 미세 공정에 지나치게 많이 좀 집중이 돼 있어서요. 최근에 들어서야 파운드리 공급 부족이 일어나면서 레거시 공정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죠. 교수님 말씀대로라면 우리가 뉴로모픽 반도체를 대비해서 중간 공정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는 거군요?
A. "네. 제가 조금 불충분하게 설명한 것 같은데요. 회로 기반으로는 작게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제가 언급한 1 트랜지스터 뉴런 관점에서는 플로팅 바디가 어느 정도 커야 합니다. 예를 들어 셧 다운된 8인치 팹을 활용해도 됩니다. 요즘 8인치 팹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 잖아요."
Q. 요즘 화랑이죠.
A. "제가 옛날 현대전자를 다녔을 때도 8인치 팹을 안 쓰고 있었거든요. 근데 지금은 활용도를 높이려는 것 같아요."
Q. 전에 현대전자에 계셨었군요?
A. "네. 현대전자가 LG랑 합병되면서 하이닉스가 되고 SK가 그걸 다시 합병함으로써 SK하이닉스가 됐는데요. 저는 정확히 현대전자까지만 근무했습니다."
Q. 그때가 몇 년도였습니까?
A. "1991년부터 1997년까지. 64메가 D램 PI(Process Integration) 엔지니어로서 일했습니다."
Q. 그러면 반도체 1세대까지는 아니어도 1.5세대 정도는 되시겠군요?
A. "저는 기술로 보면 반도체 2세대입니다."
Q. 지금 기업들도 뉴로모픽 반도체의 상용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까?
A. "아직은 크게 읽히지는 않습니다. 항상 그렇듯이 현재 사활 존폐의 위기에 서 있잖아요. 최근 웨스턴 디지털하고 키옥시아의 합병 이야기가 있듯이요."
Q. 현재 D램 시장의 경우에는 치킨 게임이 끝나고 시장이 안정화됐죠. 물론 업앤다운은 좀 있었습니다. 그러나 양자 컴퓨팅은 먼 얘기처럼 느껴집니다. 교수님 말씀하신 대로라면 뉴로모픽 반도체는 준비도 어느 정도 되어 있고, 바로 적용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여기에 대한 대비를 "급작스럽게 하면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고 어려움이 있지 않겠습니까?
A. "있겠죠. 제가 기업 떠난 지 오래돼서 사실 내부 사정은 모르겠고요. 뉴로모픽은 당연히 할 수밖에 없는 기술이죠. 근데 외국계 기업 임원들과 국내 기업 임원간의 의견 차이가 있습니다. 제가 핀펫 박사 학위를 받고 2006년 국내에 들어와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열심히 다녔거든요. 당시 제가 "핀펫을 지금 해야 한다"했더니 "언제 상용화될 것 같냐?"고 물으시더군요. 제가 "한 2011년 이후쯤 되지 않겠냐" 답했더니, 그 분이 "그때까지 내가 있을까?"라고 하시더라구요. 지금 현안 문제 때문에 그걸 쳐다볼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죠."
"제가 2001년에 핀펫으로 박사 받고 TSMC에 핀펫을 2년동안 전수해 줬거든요. 나중에 생각하니 너무 아까운 거예요. 그래서 국내에 들어오자마자 SK하이닉스 등을 찾아다니면서 "이걸 좀 합시다" 했는데 안 하더라고요. 그때 이 기업에서 핀펫 공정을 시작했으면 아마 반도체 지형이 바뀌지 않았겠어요?"
Q. 완전히 바뀌었겠죠.
A. "제가 뉴로모픽도 '서드 웨이브(제3의 물결)'라고 말하는 이유가 이겁니다. 지금 하면 시기상조지만, 지금 하지 않으면 나중에 이 기술이 메인스트림이 됐을 때 따라잡기 어려울 것입니다. 소자, 플래너 디바이스를 핀펫으로 바꾸는 것을 따라가는 건 사실 쉽게 해요. 1년 내면 다 합니다. 그렇지만 시스템까지 하려면 1년, 2년 이내에 따라가지 못해요. 지금 해야 합니다."
Q. 지금 준비해 두지 않으면 닥쳤을 때 대비가 좀 어렵겠네요. IBM, 인텔 같은 경우도 뉴로모픽 반도체가 나온 지가 이미 4년, 5년 전 정도 됐으니까요. 앞으로 교수님의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A. "학교에서 할 수 있는 한계가 명백히 있습니다. 이번에 발표한 기술은 뉴런 1개, 시냅스 3개거든요. 이게 무슨 뉴로모픽입니까? 1개에 1000개는 붙어 있어야 하는데요. 나라에서 주는 연구비 가지고는 1000개 감당을 못합니다. 시스템까지는 못 올라갈 것 같고요. 계속 소자 수준에서 연구할 계획입니다. '테크니컬 이노베이션' 보다는 '테크니컬 디벨롭먼트'쪽으로 조금 더 상용화 방향으로 다가가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계획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