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제네바로 출국
배터리 사업 대비 차원
국내 비철금속 제련기업인 고려아연이 배터리 소재 사업에 속도를 낸다. 오너 3세인 최윤범 부회장이 진두지휘에 나섰다. 이번 주 유럽 출장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LG화학과의 양극재 프리커서(전구체) 합작사 설립에 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윤범 고려아연 부회장이 최근 스위스 제네바로 출국했다. 비톨, 트라피구라, 글렌코어 등 원자재 유통업체의 핵심 경영진과 만날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소재 사업을 위해선 니켈, 코발트, 구리 등의 원자재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전구체를 비롯해 배터리 음극집전체로 사용되는 동박 사업도 추진 중이다.
전구체는 배터리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양극재 생산을 위한 핵심소재다. 전구체 생산을 위해선 배터리용 고순도 니켈(순도 99.8% 이상, 클래스A)이 필요하다. 고순도 니켈을 원료로 황산니켈을 합성하고, 이 황산니켈로 전구체를 만든다. 양극재는 전구체에 황산코발트, 수산화리튬 등과 1:1 비율로 섞어 소성(열로 서로 다른 물질을 섞는 작업)해 만든다.
고려아연이 전구체 사업을 제대로 하려면 클래스A 니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한다. 하지만 전기차(EV) 시장 확대로 배터리용 클래스A 니켈 수요가 급증하면서 물량 확보가 쉽지 않다. 완성차는 물론 배터리 셀 업체까지 광산 개발과 투자에 나서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최 부회장이 현지에서 글로벌 메탈 유통업체 경영진과 니켈 등 원자재 확보 차원의 이야기를 나눌 것으로 보인다"며 "고려아연의 배터리 소재사업 비전과 LG화학과의 합작사 등 향후 계획 등도 포함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이 배터리 원재료를 확실하게 마련하면, LG화학과의 전구체 합작사도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한 전구체 원료 조달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폐배터리를 녹여 니켈, 코발트, 망간, 리튬 등의 핵심소재를 추출할 수 있다.
프로젝트가 제대로 추진되면 한물간 사업으로 여겨지던 비철금속 제련업에서 첨단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낼 수 있다. 기업가치 제고에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최윤범 부회장은 고려아연 창업주 최기호 회장의 장남 최창걸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지난해 사장에서 부회장에 오르며 오너 3세 경영을 시작했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매출 7조5819억원, 영업이익 8973억원을 기록했다.
저작권자 ©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디일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