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SK온)이 미국 배터리 신공장 양산 일정을 앞당긴다. 시제품 생산과 상업 생산 시기를 3개월 이상 앞당기기로 했다. 포드의 전동화 계획이 예상보다 빠르고 소재‧부품‧장비 등 후방 산업계 공급 부족 우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SK-포드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인 블루오벌SK는 미국 켄터키주에 건설 중인 1공장(BOSK1)의 장비 발주(PO)를 연내 진행한다. 늦어도 내년 1월까지 발주를 시작한다. 비슷한 시기에 테네시주에 마련할 2공장(BOSK2)도 같은 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 장비 반입은 내년 하반기부터 이뤄지고 시험 가동은 2024년 이뤄진다. 계획대로면 같은 해 일부 생산 라인의 양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켄터키주와 테네시주 공장의 연간 배터리 생산능력은 각각 43기가와트시(GWh)에 달한다. 장폭(600mm)‧단폭(300mm) 배터리 셀을 만들고 생산 라인은 17개(조립공정 기준)로 구성된다. 나머지 3공장(BOSK3)도 비슷한 규모로 건설된다. 다만 장비 반입은 빨라야 2024년 하반기다. 시제품 생산과 상업 생산 시기는 2026년 이후다.
SK가 미국 배터리 합작사 추진 일정을 앞당기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빨리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기차 보급확대와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미국 내에서 생산된 배터리와 전기차에 각종 세금 혜택과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동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존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테슬라, 리비안 등 신생 업체들도 앞다퉈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동시다발적으로 배터리 공장 프로젝트가 추진되면서 설비, 장비, 인프라 확보 경쟁이 치열해졌다. 블루오벌SK의 배터리 생산은 SK가 전담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외에도 유럽 배터리 공장 투자가 이어지면서 후방 산업계 생태계를 제대로 구축하는데 어려움이 커졌다"며 "최근 SK가 협력사에 블루오벌SK 투자 일정을 공유한 것도 대규모 발주에 대비하려는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블루오벌SK의 배터리 양산 일정이 앞당겨지면서 LG-GM 배터리 합작사인 얼티엄셀즈와의 생산량 경쟁도 한층 치열해졌다. 얼티엄셀즈는 3공장까지 연산 120GWh 이상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확보한 상태다. 최근 30~40GWh 규모의 4공장 건설도 추진 중이다. 블루오벌SK의 생산 능력은 129GWh다. 기존 SK 공장이 있는 조지아주를 더하면 총 150GWh에 달한다.
블루오벌SK는 SK와 포드가 각각 5조1000억원을 투자한다. 총 10조2000억원 규모다. 전기차 조립공장(테네시), 연구‧개발(R&D)센터, 트레이닝센터 등 2조8000억원의 부수 투자를 더해 총 13조원의 대규모 프로젝트로 구성됐다. 연내 이 같은 투자가 시작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