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시장 대응에 총력…가격 대폭 낮추는 스페셜딜 추진도
"내년 수요 불확실성으로 스페셜딜 통하지 않을 것"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전반적인 IT 수요 감소로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제품 가격 하락세가 올 4분기까지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공급업체는 제품 가격을 대폭 인하하는 '스페셜딜'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당장의 큰 효용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고객사의 전반적인 재고 증가 및 수요 감소로 가격 하락에 대한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의 두 축인 D램, 낸드플래시는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가격이 지속 하락하는 추세다. D램의 경우 고정거래가격이 지난해 7월 4.1달러로 고점을 기록한 뒤, 10월 3.71달러, 올해 1월 3.41달러로 떨어졌다. 올해 7월에는 2.88달러로 3달러대가 붕괴됐다. 낸드플래시 역시 지난해 7월 4.81달러로 고점에 올라선 뒤, 줄곧 보합세를 유지하다 올해 6월 4.67달러로 하락했다.
D램, 낸드플래시의 가격 하락은 '공급 과잉'에서 나온다. 코로나19로 촉발된 IT 수요 증가세의 둔화, 러시아·우크라 전쟁, 인플레이션 및 원자재 공급난 심화 등이 겹치면서 올해 전 세계 소비자 심리는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이로 인해 주요 메모리반도체 고객사들도 높아지는 재고 수준을 고려해 주문량을 크게 줄였다. 특히 소비자 가전기기향 메모리 시장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공급업체들은 메모리반도체 생산능력을 지속적으로 확장해왔다. 메모리반도체 시장 1위인 삼성전자의 경우 올 상반기 설비투자에 21조7341억원을 투자했다. 중국 시안 2공장, 평택 P3의 낸드플래시 양산라인도 가동됐다. SK하이닉스는 전년동기대비 39% 증가한 10조4140억원을 투자했다.
이처럼 공급과 수요간의 간극이 커지면서 메모리반도체 공급업체들의 고심은 점차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사 모두 공급량 조절 및 최선단 공정 기술 개발을 통한 원가 절감,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확대 등 수익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경우 '스페셜딜'도 지속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셜딜은 공급사가 제품 가격을 대폭 낮추는 대신 대량으로 공급하는 거래를 일컫는다. 고객사의 소극적인 재고 확보 기조를 완화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다.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최근 리포트를 통해 "(메모리) 고객사들은 보유 재고를 줄이기 위해 적어도 올 4분기까지 구매를 확대하지 않을 것이며, 제조사들은 재고 처리를 위한 방안을 강구하게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말 판매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가격 조정과 함께 고객들에게 스페셜딜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공급업체의 이 같은 노력이 실제 효과로 이어질 지는 의문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내년 수요에 대해 확신을 하지 못하는 고객사 입장에서는 상황을 더 지켜보고자 할 가능성이 높다"며 "실제로 32GB RDIMM 모듈 가격을 기존 135달러에서 95달러로 인하한 스페셜딜이 추진되고 있으나 고객사들은 협상에 소극적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