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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치킨게임'의 戰雲...삼성, '압도적 초격차' 유지할 수 있을까
'3차 치킨게임'의 戰雲...삼성, '압도적 초격차' 유지할 수 있을까
  • 강승태 기자
  • 승인 2022.11.04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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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이재용의 뉴삼성] ⑤ '메모리 1등' 삼성을 쫓는 추격자들
낸드플래시 초격차 전략, V낸드 8세대 조기 주력화로 대비
D램은 미국 정부 진폭 지원받는 마이크론과의 일전 앞둬
삼성전자 시안 공장 전경
삼성전자 시안 공장 전경
삼성전자는 자타 공인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최강자'다. 숫자와 통계가 입증한다. D램은 30년째 1등이다. 지난해 말 기준 D램 점유율은 42.7%, 낸드플래시 점유율은 33.9%. 최전성기 때 점유율(D램은 2016년 48.2%, 낸드는 2017년 40.4%)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그래도 확고한 1등이다. 하지만 예전과 같은 '압도적 초격차'는 이제 없는 것 아니냐는 게 반도체 업계의 평가다. 메모리 분야의 기술력과 몸집(생산능력)에서 후발주자들의 추격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서다. 업계에선 2007년 1차, 2010년 2차 치킨게임에 이어 3차 치킨게임의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과거 두 차례 치킨게임에서 승리한 삼성은 이번에도 다시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을까.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아메리칸 칩스 액트'(Chips Act : 반도체 지원법)로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마이크론 등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을까. 변수는 많고, 확신은 어렵다. 

◆ 낸드 초격차 전략…8세대 V낸드로 승부수

4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낸드 초격차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올해 안에 8세대 V낸드 양산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해 양산을 시작한 7세대 V낸드 대신 8세대 V낸드를 당초보다 빠르게 주력 세대로 삼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V낸드는 삼성전자가 2013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공정기술로, 삼성의 낸드 시장 1등 유지의 원천기술이다. V낸드는 수직으로 쌓아 올린 평면 단을 3차원 공간에 구멍을 뚫어 각 층을 연결하는 기술이다. 이후 삼성전자는 V낸드에 대해 세대별로 나눠 표기하고 있다. 현재 주력 생산제품은 6~7세대다. 176단으로 구성된 7세대의 경우 별도 보도자료를 배포하진 않았지만 컨퍼런스 콜을 통해 지난해부터 양산했다고 밝혔다. 7세대 V낸드의 경우 삼성이 처음으로 싱글스택에서 더블스택으로 전환한 공정이다. V낸드 적층 기술은 가장 아래에 있는 셀과 맨 위층에 있는 셀을 하나의 묶음(구멍 1개)으로 만든 ‘싱글스택’과 묶음 두 개를 하나로 합친 ‘더블스택’으로 나뉜다. 셀을 묶는 구멍이 적을수록 데이터 손실이 적고 전송 속도가 빠르다. 때문에 더블스택 대비 싱글스택이 더 우수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현재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낸드플래시 기업은 대부분 ‘더블스택’을 활용해 적층을 쌓았지만 유일하게 삼성전자만 ‘싱글스택’을 활용해 왔다. 즉, 같은 단수라고 해도 삼성전자의 3D 낸드가 경쟁사 대비 원가경쟁력 측면에서 우수하다. 다만 싱글스택은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쌓아 올릴 수 있는 단수가 제한적이다. 때문에 200단 이상 V낸드를 구현하기 위해선 더블스택으로 전환이 필수다. 업계 한 관계자는 “7세대 V낸드는 싱글스택에서 더블스택으로 공정 전환을 위한 안정화 과정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며 “8세대 V낸드는 삼성전자 최초 200단 이상(236단)으로 구현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 8세대 V낸드 조기 주력공정화 이유는?

삼성전자가 8세대 V낸드를 좀 더 빠르게 주력으로 키우는 건 후발주자들의 추격 때문이다. 이미 마이크론은 지난 7월부터 232단 낸드 양산을 시작했다. SK하이닉스도 내년 초부터 238단 V8 낸드 양산에 나설 예정이다. 점유율 격차도 D램 만큼 크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낸드 시장 점유율은 33.3%, SK하이닉스는 20.4%(솔리다임 포함)이었다. 이어 일본 키옥시아(16.0%),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각각 13.0%) 등 순이다. 시장 점유율만 보면 삼성전자 지위는 굳건해 보인다. 하지만 낸드플래시 시장은 D램과 달리 경쟁 업체가 여럿 있다. 40% 초반 점유율을 갖고 있는 D램과 달리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30% 초중반 대로 유지되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 애플이 중국 YMTC 낸드를 사용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경영진은 큰 충격에 빠진 것으로 전해진다. 애플이 중국 낸드를 쓴다면 그 사실 자체만으로 삼성전자의 압도적 지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의 반대로 애플의 중국 낸드 탑재는 일단 무산됐지만 언제든 이 같은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 최근 경쟁 업체가 수익성을 위해 감산에 돌입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우월한 원가경쟁력을 앞세워 물량을 유지한다면 시장 지배력은 더 강화될 수 있다. 6개 이상 기업이 난립하는 낸드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이 같은 전략은 시장 재편을 가져올 수도 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 부진은 4분기에도 지속되겠지만 삼성전자는 원가경쟁력 덕분에 이익 감소폭이 경쟁사보다 현저히 적을 것”이라며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선두업체로서의 경쟁력이 잘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 D램 시장의 무서운 추격자, 마이크론

낸드플래시와 달리 D램은 비교적 진입장벽이 높다. 시장 참여기업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으로 제한적이다. 문제는 미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마이크론의 추격이다.  10년 전 일본 엘피다를 인수할 때만 하더라도 마이크론은 수천억원 적자를 내던 기업이었다. 기술력도 뒤졌다. 그대로 두면 대만 메모리 반도체 기업처럼 도태될 것이란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마이크론은 부활했다. 마이크론에 몸담았던 국내 한 대학 교수는 “마이크론은 2010년 이후 대만 2개 공장과 일본 엘피다를 인수하면서 전반적인 생산 능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각 라인 설비나 공정이 다르다는 약점이 있었지만 2017년 이후 단일화에 성공했고 신제품 출시 주기를 18개월에서 12개월로 단축하면서 급성장했다”고 말했다.  이런 마이크론은 미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도 받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지원법 시행에 나선 지난 9월 미국 아이다호에 150억달러를 들여 신규 D램 공장 건설에 들어갔다. 10월에는 뉴욕 북부에 1000억달러를 투입해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뉴욕에 짓는 마이크론 공장에만 미국 정부(연방, 지방정부 포함) 인센티브만 12조2000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강화 정책이 중·장기적으로 D램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2024~2025년이 되면 마이크론은 미국 정부의 비호 아래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강력한 적수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메모리 ‘3차 치킨게임’이 시작되려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최후의 승자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하나다. 첨단 기술을 통한 원가경쟁력 확보만이 지금과 같은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기업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1등은 고 이건희 회장의 유산"이라며 "이재용 회장이 그 유산을 확고히 지켜낸 기반 위에서 시스템반도체 사업에서 성과를 내는 게 뉴삼성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디일렉=강승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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