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주로 생산하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미국이 적극 도입한다. 최대 완성차 기업인 포드를 비롯해 신규 투자에 나서는 현지 배터리 업체들이 리튬인산철 배터리 생산을 준비 중이다.
포드는 지난 2월 중국 CATL과 손잡고 미국 미시간주에 배터리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배터리와 소재·부품의 사용을 사실상 막도록 인플레감축법(IRA)을 만들었지만, 포드는 CATL의 지분 없이 리튬인산철 배터리 기술만 도입해 생산하는 방법으로 우회했다.
배터리 생산 라인을 짓겠다고 밝힌 전기 픽업트럭 업체 리비안을 비롯해 아메리칸 배터리 팩토리(ABF), 아워넥스트에너지(ONE), IM3 등 미국 내 신규 업체들도 모두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ONE이 가장 속도가 빠르다. 이달 미시간주에 있는 공장에서 초도 물량 생산을 시작한다. 오는 2027년까지 20만대의 전기차 공급할 수 있는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ONE의 리튬인산철 배터리 양산 라인은 국내 여러 업체들이 참가한다. 코윈테크 자회사 탑머티리얼을 비롯해 엠플러스 등이 장비 수주를 받았다.
미국 여러 기업이 리튬인산철 배터리 생산에 나서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삼원계 배터리 대비 가격이 저렴하고, 공공 충전소 확대로 충전에 대한 우려가 낮아지고 있는 점 등이 꼽힌다. 열폭주 위험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것도 채택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그간 중국이 많이 생산했던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미국이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텍사스 오스틴 대학교 존 굿이너프 교수가 1997년 개발했고, 미국 A123가 상용화에 성공했다. 그러나 A123는 전기차 대중화가 지지부진하면서 경영악화를 겪다 2012년 10월 파산했다. 이후 중국 완샹그룹이 인수했다. 관련 기술도 상당수 중국으로 넘어갔다.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삼원계 배터리와 비교해 전기차 주행거리가 짧다는 단점이 있다. 대신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충전 속도가 빠르다. CATL이 셀투팩(CTP:Cell To Pack)과 같은 팩(Pack) 기술을 활용해 낮은 성능을 보완해왔다.
업계 전문가는 "테슬라가 모델3 기본형 모델에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성공적으로 활용한 사례를 보고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서둘러 도입했다"면서 "원가 변동성이 덜하고 기술적으로도 성숙 단계에 있는 배터리라 미국 완성차‧배터리 업체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일렉=이수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