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에프세미, 중국 진평전자에 경영권 매각 계약 체결
적자 지속·신사업 투자금 확보 난항…이진효 전 대표 지분도 지속 축소
구본진 신임 대표가 재직 중인 블랙펄홀딩스, 경영권 이전 전방위 지원
비슷한 이름의 중국 소재 기업 파트너사로 두고 있어
국내 아날로그 반도체 전문기업 알에프세미의 이진효 전 대표이사가 회사 경영권을 매각한다. 최근 회사의 적자가 지속되면서 재무 구조가 악화되고, 신사업에 필요한 자금 마련 확보가 어려웠던 상황에서 나온 행보다.
알에프세미의 경영권을 이전받는 곳은 진평전자다. 국적은 한국이지만, 법인의 최대주주로 명시된 곳은 홍콩 소재의 기업이다. 양사의 경영권 이전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블랙펄홀딩스도 비슷한 이름의 중국기업을 파트너사로 두고 있어, 이들 간의 관계가 주목된다.
3일 알에프세미는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를 이진효 전 대표에서 진평전자 주식회사로 변경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해당 계약은 지난달 31일 체결됐다. 이로써 진평전자는 오는 5월 30일 200억원 규모의 신주를 인수하면서 알에프세미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게 된다. 동시에 회사의 경영권도 이전받는다. 알에프세미의 증자전 발행주식 총수는 약 1087만주, 신주발행주식 수는 약 470만주다. 같은 날 정지혜씨에게도 10억원 규모의 신주 23만주를 배정하기로 했다.
알에프세미는 유상증자의 목적에 대해 "신규사업 추진 등에 소요되는 자금조달"이라고 설명했다. 제3자배정 대상으로 진평전자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회사의 경영상 목적 달성과 신속한 자금조달을 위해 투자자의 의향, 납입능력 및 시기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지난 1999년 설립된 알에프세미는 소형 마이크로폰용 ECM, MEMS 마이크로폰, 전자기기의 회로보호용 TVS 등의 반도체와 LED 조명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신사업의 일환으로 SiC(탄화규소) 전력반도체 등 6인치 파운드리도 추진해왔다. 최근에는 캐나다 갠시스템스와 GaN(질화갈륨) 전력반도체 제품 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처럼 신사업에 적잖은 투자금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실적은 최근 4년간 적자를 지속해왔다. 연간 영업손실이 2019년 8억원, 2020년 210억원, 2021년 110억원, 지난해 105억원 등이다. 부채비율 역시 2019년 말 105%에서 2021년 말 152%로 높아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알에프세미의 매각 가능성을 점쳐왔다.
실제로 이진효 대표의 지분율은 2021년 초 20%에 달했으나, 이후 지속 하락해 지난해 중순 10%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는 지분율이 8.25%까지 낮아졌다. 친인척 관계의 이근화씨를 비롯한 주요 주주의 지분도 같은 시기에 모두 감소했다.
알에프세미의 경영권을 인수한 진평전자는 지난 2018년 설립됐다. 대표는 정해미 씨로, 서울 강남구에 본사를 두고 있다. 국적은 한국이지만, 법인의 최대주주 명은 'Jinping Technology Limited'로 등록돼있다. 해당 업체는 지난 2017년 설립된 홍콩 소재 업체 '進平科枝有限责任我司'의 또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진평전자의 구체적인 정보는 알려진 바 없다. 다만 유상증자 계약 체결날 알에프세미의 신규 대표로 선임된 구본진 대표와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구본진 대표는 기획재정부 재정업무관리관, 트루벤인베스트먼트 대표, 스톤브릿지자산운용 대표 등을 거친 인물로, 지난해부터는 블랙펄홀딩스 대표직을 맡고 있다.
알에프세미는 구본진 대표 선임 당시 총 4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블랙펄홀딩스에 발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블랙펄홀딩스는 알에프세미가 진평전자에 경영권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지배구조 안정화, 자금 조달 등 전방위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다.
또한 블랙펄홀딩스는 중국 텐진에 본사를 둔 진평(jinpyeng)을 파트너사로 두고 있다. 진평은 회사 개요를 "2003년 텐진 진평전자유한공사를 설립했다. 리튬 배터리 패키징에 관한 설계, 제조, 연구 기술 개발을 중점으로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배터리을 양산하는 전문기업"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명시한 주요 고객사는 삼성전자다.
디일렉=장경윤 기자 [email protected]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전자부품 분야 전문미디어 디일렉》
저작권자 ©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디일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