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위권 반도체 장비업체 일본 도쿄일렉트론(TEL)이 신규 개발한 하이브리드 옥사이드 식각(Etch) 장비가 업계서 화제다. 식각 속도가 기존 장비 대비 현저히 빠른데다, 작업 후 결과물 완성도가 높아서 소자 업계, 특히 삼성전자가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TEL은 하이브리드 옥사이드 식각기 데모 장비를 조만간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가 지정한 공간에 설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TEL의 신규 옥사이드 식각 장비는 에너지 소스로 전통적인 무선주파수(RF) 제너레이터와 함께 직류(DC) 펄스(Pulse) 제너레이터를 함께 탑재한 것이 기존 장비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식각 장비 챔버 내에서 플라즈마를 형성하려면 가스에 에너지를 주입해 이온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때 생기는 이온과 래디컬(Radical)로 미세 패턴 식각 작업을 하게 된다.
그간 이온화를 위한 에너지 생성은 RF 전력만을 활용해왔다. 그러나 절연막을 좁고 깊게 뚫어야 하는 방향으로 옥사이드 식각 공정이 진화하면서 전력 세기 역시 계속적으로 높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경우 공정 중 챔버 내에서 마치 번개처럼 불꽃이 튀는 아킹(arcing)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RF 제너레이터의 출력을 높일 경우 장비 크기가 커지는 것도 문제다.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내에서 식각 장비 점유율은 미국 램리서치가 60% 이상 비중을 차지한다. 그간 램리서치는 RF 파워 출력을 높이면서 아킹 등의 현상을 줄이는 방향으로 장비를 발전시켜왔다. TEL 신규 장비는 적정 RF 파워를 활용하면서 마이너스 전압을 거는 DC 펄스 제너레이터를 혼용하는 방식으로 개발됐다. 깊게 파는 건 RF를, 모양을 예쁘게 잡는 건 DC 펄스를 활용하는 식이다. 이런 방식을 개발한 건 TEL이 업계 최초다. TEL은 RF와 DC 펄스를 전력원으로 쓰는 하이브리드 식각 장비에 맞춰 식각 가스 또한 메탈을 일부 혼용한 구조로 새롭게 개발했다.
삼성전자는 근래 TEL 일본 본사에 테스트 웨이퍼를 보내는 방식으로 평가를 진행했다. 결과물 리포트를 받아본 현업 엔지니어 호평이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식각 속도가 빨랐고, 패턴 모양 역시 매끄럽게 빠져나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TEL 데모기 설치 후에도 평가 결과가 좋으면 삼성전자 내 옥사이드 식각 장비 점유율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TEL 하이브리드 옥사이드 식각 장비는 삼성전자 3D 낸드플래시 생산 공정 중 가장 중요하고 비중이 높은 채널홀(Hole)을 뚫는 공정에 활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3D 낸드플래시는 현재 V8이 양산 확대 중이며, V9는 반도체연구소가 양산 이전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TEL의 신규 하이브리드 옥사이드 식각 장비는 V10부터 활용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되면 램리서치 장비 구매량이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개발 로드맵에 따르면 V10은 내후년 본격 양산이 계획돼 있다. 램리서치도 이 같은 상황을 파악하고 현재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업체 중에선 SK하이닉스와 거래하는 APTC가 TEL과 동일한 방식으로 옥사이드 식각 장비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십수개의 관련 특허를 등록했거나 출원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에 가시적 개발 성과물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현재 APTC는 폴리실리콘을 깎는 폴리 식각기, 메탈을 깎는 메탈 식각기로 매출을 내고 있다. 하이브리드 옥사이드 식각기를 성공적으로 개발 완료하고 고객사로부터 채택받으면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옥사이드 식각기 시장은 전체 식각장비 시장에서 절반 이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디일렉=한주엽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