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SLP기판, 日미쯔이 극박동박 사용
잉크는 日다이요·다무라 의존 절대적
국내 인쇄회로기판(PCB) 업계도 일본 수출 규제가 확대될 경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부가가치 기판 제작에 필요한 극박동박과 잉크를 일본 제품에 의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PCB 업계는 반도체 패키지 기판, SLP(Substrate Like PCB) 등 고부가가치 기판 제작에 필요한 극박동박을 일본 미쯔이에서 대부분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박동박은 반도체 기판 미세패턴 형성 등에 사용하는 소재다. 반도체 패키지 기판과 SLP 모두 2~3마이크로미터(㎛) 두께의 극박 동박이 필요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FC-BGA(Flip Chip Ball Grid Array), FC-CSP(Flip Chip Chip Scale Package) 등 반도체 패키지 기판은 2㎛ 극박동박, SLP는 3㎛ 극박동박을 사용한다"면서 "국내 PCB 업체는 대부분 일본 미쯔이 제품을 쓴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가 확대되면) 극박동박을 대체할 국내 업체는 없다"면서 "국내에도 극박동박 업체가 있지만 3㎛ 이하 극박동박에는 대응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만 업체도 극박동박을 시도는 하고 있지만, 품질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쯔이 극박동박은 일본이 아니라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생산해서 국내 업체에 공급하기 때문에 수출 규제 품목이 확대될 때 이 점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잉크도 문제다. 잉크는 PCB 표면의 산화방지, 절연 역할을 하는 약품이다. 이 부문 1위와 2위 업체는 각각 일본의 다이요잉크와 다무라다.
업계 관계자는 "다이요잉크는 일본에서 원소재를 수입한 뒤 한국 공장에서 잉크를 배합해 공급한다"면서 "일본에서 완제품을 수입하는 것이 아니어서 원소재를 막으면 답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고부가가치 PCB는 대부분 일본 다이요잉크 제품을 사용한다"면서 "국내 한 대기업이 몇 년 전 잉크 개발에 나섰지만 실패했고, 그 뒤로 개발을 시도한 업체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반도체 패키지 기판이나 SLP 기판을 생산하는 업체는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대덕전자, 심텍, 코리아써키트, 이수엑사보드 등이 있다.
PCB 업계는 고부가가치 제품 제작에 필요한 극박동박과 잉크 등을 제외한 품목에서는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가 여타 PCB 소재와 약품으로 확대돼도 업계 전체에 미칠 영향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한 관계자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품질 때문에 일본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체할 수 있는 업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 "오히려 전방산업 수요부진이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일본 업체를 실제 대체해야 할 상황이 오면 다시 세팅(준비)하고 양산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수율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반도체·디스플레이보단 덜하겠지만 영향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디일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